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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l 22. 2023

MIT에서 해외 인턴으로 배운 연구

3. 인턴으로 무엇을 하며 배우고 있는가

MIT의 Brain and Cognitive Science (뇌인지과학과)에서 인턴으로 6개월째 연구를 하고 있다. 왜 인턴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어떻게 인턴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 지금까지 적어보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인턴으로 무엇을 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현재 나의 정확한 신분은 방문학생(visiting student)이다. 행정상 대학원생 신분이다. MIT의 기숙사도 사용할 수 있고, MIT에서 진행되는 각종 콘퍼런스 등에 학생으로서 참여가 가능하다. (학회나 강연 등의 경우 학생에게는 거의 대부분 무료다.) 수업은 청강형태로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참석가능하다. 아쉽게도 공식적인 학점을 인정을 받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방문학생은 연구실에 소속이 되어 있다. 나의 경우 Ann Graybiel 교수님의 연구실에 소속이 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년 동안 풀타임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받았다. 현재하고 있는 연구는 쥐가 보상과 관련되어 의사결정을 할 때 뇌의 뉴런과 도파민, 그리고 성상세포(Astrocyte)의 신호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세계최고의 연구를 하는 곳에서 연구를 하면서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자세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그에 대해서 서술해 보겠다. 


Why? 에 집중하라.


이전에 내가 주로 초점을 맞췄던 것은 how였다. 정해진 task가 있으면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다. 연구를 지도해 주시는 교수님께서 풀 가치가 있는 문제에 대한 지도를 많이 해주셨다.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길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냥 문제를 풀기 위해서 비슷한 문제들을 풀었던 논문들을 읽었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내 문제를 풀어내곤 했다. 


그러나 뇌과학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연구자 중 한 명인 Ann 교수님께 지도를 받으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왜"라는 질문이다. 왜 지금 이 문제를 풀고자 하며,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왜 이러한 실험을 했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분석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이다. 대부분의 질문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그 "왜"라는 질문에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어느 정도 끄덕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대답을 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망망대해에서 나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 나갈 수 있다.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라. 


이전에 논문을 쓸 때를 생각해 보면, 풀고자 하는 문제를 풀고 나면, 그 기쁨에 흠뻑 취해 자연스럽게 논문을 쓰는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 투자하는 노력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들였던 노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method와 result를 적는 데에는 힘을 들였지만, introduction은 이 연구와 비슷한 연구와 전체적인 맥락을 소개하고, dicussion은 result를 조금 풀어서 서술하고 abstract은 사실 거의 전체 연구를 짧게 요약한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논문을 써서 나의 스펙에 도움이 되는 것에 집중을 했지, 이 연구가 다른 연구자들에게 어떻게 읽힐 것일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문제를 푸는 것만큼, 혹은 문제를 푸는 것 그 이상으로 이 연구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Figure를 보자마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Figure를 다시 그려야 한다. 또한 제목과 Abstract를 읽고 이 논문이 재미있는 논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이 연구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 하루에도 한 분야에서 중요한 논문이 수십 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제목과 Abstract, Figure를 보고 이 논문을 읽을지 결정한다. 일단 이 논문이 읽혀야 내 논문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고, 그래야 내 연구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Dicussion이나 Conclusion부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 연구의 정량적인 결과를 조금 더 풀어서 써주는 것으로만은 부족하다. 결과가 그렇게 나온 이유를 나름대로 고민해서 설명하고,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논문을 찾아 인용을 한다. 또한 내가 생각한 결과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고 아무 논문을 다 인용해서는 안된다. 학계의 흐름에서 중요한 keystone역할을 했던 논문들을 인용해야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다. 

 

우리 랩보다 그 태스크를 잘할 수 있는 랩이 있으면 협업하라. 


혼자 논문을 하나 쓰는 것보다 둘이서 논문을 3개 쓸 수 있으면 협업하는 게 좋다. 물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내가 모든 부분에서 다 잘할 수는 없다. 나보다 어떤 태스크를 더 잘 푸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 사람과 협업해서 함께 더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 좋다.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혼자서 임팩트가 작은 논문을 쓰는 거보다는 함께 협업하여 더 큰 논문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몇 번 저자에 내가 들어가는지에 대한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내가 참여한 연구가 얼마나 큰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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