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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y 25. 2019

한국은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부자가 된 거야?

오울루라는 핀란드의 작은 지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필자를 이루는 많은 정체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해서 이런저런 질문들에 대해서 대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한국인이지만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중에서도 경제와 관련되어서 묻는 질문이 제법 많다. 


바로 한국이 어떻게 그렇게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어 냈냐는 질문이다. 현재 개발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나라들에게 한국은 롤모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며 한국이 그렇게 롤모델이 될 상황인가 실감한 적은 별로 없다. 주변 친구들은 취업이 어렵다 하고, 다들 공무원을 준비한다. 현재 44만 명 우리나라 청년 인구(만 20∼29세·644만 5천 명)의 6.8%에 해당한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0405150851001

현재 한국은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성장통, 세대 갈등, 그리고 제조업 위주의 과거 성장의 포화 상태로 인한 일자리 문제 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40년 동안 그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성장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2017~2019 년의 3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한국이 뽑히는 지표도 존재한다.

Bloomberg, 2017-2019

그렇다면 한국이 지금까지 성장을 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자.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돌아봄을 통해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얻기 위함이다. 한국이 성장한 배경을 알아보게 되면, 혹시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먼저 한국의 GNI (Gross National Income, 국민 총소득) 변화를 전 세계 GNI의 중간값의 변화와 함께 살펴보자. 


출처: The world bank

1962년에 120$였던 소득은 2018년 30,000$를 넘어섰다. 세계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중 18,000$를 넘긴 나라가 전 세계에 타이완과 한국 두나라뿐이다. 한국 정도로 빠르게 경제의 규모가 성장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개발도상국에서 산업화가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다음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낮은 임금

임금이 낮기 때문에 노동력이 풍부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자본은 없다. 


2. 불평등한 토지

대부분의 토지를 일부의 지주들이 가지고 있다. 그 지주들은 이미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 남는 돈으로는 농민들에게 일부의 금액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 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부를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지주 입장에서 딱히 새로운 개혁을 하기를 바라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 농민들 역시 투자할 부가 전혀 없기 때문에,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3. 저학력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의 학력이 낮다. 예를 들어 1944년의 한국을 살펴보면 무학력자의 비율이 남성의 경우 80%, 여성의 경우 94%였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 토지분배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이후 토지분배가 비교적 잘 일어났다. 일본인 지주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매각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농작민의 24%가 자신의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배권을 일시적으로 가졌던 미국이 공산화의 위험을 퇴치하기 위해서 시행한 정책이다. 


과거에 지주가 주로 땅을 소지하고 있던 당시에는 무려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함에도 식량을 자급하지 못했다. 그러나 농작민이 자신의 땅을 소유하게 되고, 땅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지주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양이 급감함에 따라 농작 민들이 농업 혁명에 큰 동기부여가 생겼다. 이로 인해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2. 농업생산성 증가


농업생산성이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1955년 무학력자의 비율은 남성 50%, 여성 80%로 많이 감소하였다. 또한, 여유 노동력이 생겨 그들은 도시로 이동하였고, 기업은 이들은 고용해 내수시장에 물건을 팔 기회가 생겼다. 


3. 제조업 육성


농업만으로는 혁신을 일으키기에 한계가 있다. 농업의 특성상 수확 체감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확 체감이란 일정 크기의 토지에 노동력을 추가로 투입할 때, 수확량의 증가가 노동력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오히려 한 사람의 효율은 감소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일으킨 제조업의 방법을 따른다면 수확체증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반대로 노동력의 증가에 따라서 한 사람의 효율은 증가하는 현상이다. 


Increasing: 수확체증  Decreasing : 수확 체감

그렇기에 농업혁명 이후에는 제조업을 통한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역시 그렇게 쉽지 않다. 바로 학습곡선 때문이다. 학습 곡선은 특정 기술 또는 지식을 실제 필요한 업무와 같은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드는 학습 비용을 의미한다. 즉, 생산량이 늘어나야만 단위 제품당 단가가 줄어드는 것이다. 공장을 차리면 작업 과정을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취득하고, 그에 따라 효율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차려야 하는 자본가 입장에서 학습곡선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단위 제품당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장을 차려도 언제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기업가들에게 채찍과 당근 정책을 사용했다. 

먼저 당근으로 아주 저렴한 저금리로 기업에게 돈을 대출해 주었다. 당시 6% 정도로, 수출실적을 내기만 하면 시장금리의 반값으로 대출을 해준 것이다. 그러나 만약 수출 실적을 내지 못하면 합병, 자금 회수, 파산 등의 강력한 채찍의 정책을 사용했다.


그러던 와중 한국에게는 아주 큰 운이 작용했다.

바로 베트남 전쟁과 물류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일본이 한국 전쟁으로 엄청난 호황을 누리며 성장한 것처럼, 한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큰 호황을 누렸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인 베트남에게 고전한 이유는 바로 보급에 있었다. 베트남의 남쪽에는 큰 선박이 도달할 수 있는 항구가 1개밖에 없었다. 이에 미국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을 만들었다. 바로 철제 컨테이너를 이용한 선박의 운송과 선박의 운송을 민간 기업에게 맡긴 것이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은 엄청난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베트남 깜라인만 (Cam Rahn Bay)으로 수송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컨테이너 들에 동아시아의 제품을 싣고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의 컨테이너를 이용한 선박으로 인해 운송비용이 크게 절감되었고,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로 인해 동아시아 제품을 수입하여 미국에 판매하는 것이 미국의 기업 입장에서도 수지가 맞는 일이었다. 


이에 제조업 호황이 불어 63년 이후 한국은 10년 동안 무려 연평균 38.2%라는 수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4. 교육 투자와 R&D 투자.


이후 많은 자본은 교육과 R% D에 투자되었다. 항상 PISA랭킹에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교육을 가지게 되었다. 

교육의 경우 항상 높은 순위를 가진다. 과거에 제조업 중심의 산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받는 교육으로서는 시험 위주의 교육이 분명히 큰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과거 한국의 교육은 분명히 좋은 편에 속했다. (현재 4차 산업 혁명으로 알려진 인공지능의 혁신 단계에서 받는 교육으로는 이제는 더 이상 큰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대학 교육의 질 역시 다른 국가들의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혹자는 한국에서는 혁신이 일어난 적이 없다, 한국은 항상 따라 하기만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위에 나타난 Bloomberg에서 심심해서 대한민국을 1위로 뽑은 것은 아니다.


필자의 전공은 재료공학이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 공정과정에서의 방법론의 혁신, 그리고 촉매나 온도, 압력 등의 변화를 주어 반도체나 철강 분야에서 생산량의 효율을 늘리는 혁신은 한국에서 엄청나게 많이 일어났다. 이러한 혁신으로 생산상의 효율은 단 몇%만 늘리더라도 매출의 증가량은 수십억$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한 혁신 덕분에 한국이 철강과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길


역사를 공부하는 궁극적 이유는 결국 미래에 조금 더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현재 제조업의 많은 부분은 중국에게 따라 잡혔다. 일부 기술들은 우리를 넘어섰거나 따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리고 중국은 어마어마한 인구를 통한 값싼 노동력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또한, 이제는 산업의 구조 자체가 변해 과거의 한국에서 받았던 교육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변화에 한국의 교육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일단 교육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얼마나 빠르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지난 과거의 지식을 단순하게 암기하는 것의 교육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지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은 더 많은 독서를 수반해야 한다. 독서만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아직 문자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필자는 한국이 계속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사실 우리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공부하는 것뿐이다. 더 많은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고, 제대로 소화하는 것. 이를 위해서 필자도 역시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한국인의 특징이 독서가 된다면 분명히 국제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계약했습니다. 더 다듬어지고, 편집되고 적절한 삽화가 들어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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