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Aug 10. 2019

어디 어린놈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문화의 차이


어디 어린놈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선생님과 어른들께 고분고분하지 않고, 꾸준하게 본인의 주장을 했던 어린 시절의 필자가 참 많이 들었던 꾸지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적절하지 않고, 좁은 시야에서 생각했던 주장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나름 합리적이고 괜찮은 주장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도 제법 많다.


그 대상이 나이가 많든, 권이가 있던 상관없이 어린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점이 있으면 항상 반대의견을 강력하게 제시했고 토론을 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은 필자의 의견을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항상 본인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개를 하곤 했던 것 같다. 필자의 의견이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반박해주길 바랬으나 항상 그러한 원하는 대답을 얻기는 힘들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씀이 항상 위와 같은 대사였다.

어디 어린놈의 자식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선생님한테 따박따박 말대답이야!!


(눈을 똥그랗지 않게 뜨는 것은 대체 어떻게 뜨는 것일까요...?)



그림: sze

(따박따박 말대답이라기보다는 제 생각을 이야기한 것인 것 같은데요...?)


항상 조금씩의 변형은 있었으나 두 가지 대략 비슷한 포인트였던 것 같다. 말대답과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그중에서 윗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위는 예의 바르지 못하거나 건방진 행위로 학습되어 왔다. 그렇다 보니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졌다. 나이가 많은 분에게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보다는 주로 그보다 조금 낮은 곳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사회화"가 되어갔다.


핀란드에서의 인사


그러던 중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핀란드에 온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를 하면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이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핀란드 친구의 집에 처음 놀러 갔을 때이다. 그 집의 부모님을 처음 뵈었을 때 자동으로 고개가 숙여지고 인사를 했다. 이때 부모님이 놀라셨다. 아시아 문화권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셨던 분들이라 놀라신 듯하다.


핀란드에서는 보통 첫인사를 할 때 나이와 직책에 상관없이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한다.

할아버지 벌이여도 이름 부르면서 악수한다.


친구의 부모님이든 교수님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악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아주 예의 바른 동양에서 온 청년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으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지금이야 적응이 되었지만(70세의 아주 친한 친구도 있다 이제.)

마이 프렌드 ㅎㅎ

처음에는 부모님 벌의 어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참 적응이 어려웠다. 더구나 친구의 부모님이면 오죽하겠는가.


친구의 집안 부모님과도 친해져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주 그 집에 놀러 갔었다. 그런데 나중에 친구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가 꽤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그러는데 너는 왜 대화할 때 눈을 안마주치느냐는데? 너무 어색하고 누구한테 말하는지 모르겠데


아마 오랜 습관이 되었기 때문인듯하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건방진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같은 행위가 어느 곳에서는 예의 없는 행위가 되고, 어느 곳에서는 예의 바른 행위가 된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세상에 정답은 없는 것이다. 더 많은 나라에서 생활을 하고 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수록 느끼는 점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모든 나라의 문화마다 맥락이 다르고 어떤 행위는 바람직한 행위로, 다른 행위는 그렇지 않은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한국에서의 나이 문화와 예절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옳다. 많은 구성원들이 그것에 익숙하고 그를 통해 사회가 구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다른 문화에서 생활하던 외국인이 한국에 온다면 과연 그들에게도 우리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이 맞을까?


그리고 한국인이 외국에 나간다면 우리의 문화를 고집하는 것이 맞을까? 그들의 문화에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맞을까?


역시 정답은 없다. 맥락에 따라 다른 법이다. 아무리 외국에서 산다고 해도 무조건적으로 그 문화를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산 사람이라면 한국식 문화가 생각보다 깊은 무의식에 박혀있다. 우리의 문화를 그들에게 설명하고 우리의 맥락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 후 서로 함께 절충안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언제나 선택지는 여러 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내게 너무도 당연한 예절과 가치관이 누군가에게든 당연하지 않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더 다양한 선택지의 후보를 가지고, 그 와중에 슬기롭게 방법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계약했습니다. 더 다듬어지고, 편집되고 적절한 삽화가 들어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9930493&orderClick=LAG&Kc=


이전 03화 한국은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부자가 된 거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