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9년 차 교사가 되면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인터넷에 선생으로서 글을 올릴 때는 모름지기 아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고 기대된다고 해야지, 내일이 개학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보이차를 소주 마시듯 마시고 있다고 쓸 수는 없다. 물론 이 심정을 달래기에는 소주가 제격이지만 그렇다면 내일 1교시에 바로 후회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간신히 남은 이성으로 차를 끓여 마시는 것이다. 저경력 교사 시절에는 아마 개학이 기다려지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스스로 느껴진다. 방학이 끝나가고 개학이 다가올수록 파탄나는 나의 성격이...
차가운 계곡물에 들어가기 전이 제일 망설여지고 막상 목까지 한번 푹 적시면 그 다음부터는 한결 나아지듯이 개학도 그렇긴 하다. 개학 전날인 지금 (사실 3일 전부터) 우울함과 막막함에 몸서리치고 있지만 막상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보람찬 순간도 많고 아이들이 귀여울 때도 있다. 나는 내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이들에게 잘해 주려고 노력하고, 사실 인기도 꽤 많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 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학교를 사랑해서 교사를 간절하게 꿈꾸었고 지금도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사직을 고민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를 지켜 주고 붙잡아 주었던 보석 같은 순간은 무엇인지 찾아 나가다 보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2학기를 시작하며, 2022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교사의 학교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익명으로 쓰는 글인데도 교사임을 밝히고 개학하기 싫어 죽겠다고 쓰면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사라면 무조건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고, 예뻐해야 하고, 참고 이해하고 품어 주어야 한다' 라는 시선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어졌다.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아이들이 집에 가는 모습이 (하루 중 가장) 예쁘고,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좋은 교사로만 살지 않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거쳐 가는 곳이지만 교사가 아니고서는 알기 힘든 학교의 빛과 눈물을 최선을 다해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글을 쓰며 마음이 좀 정돈되나 했는데 성급한 착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가야겠죠.. 제가 선생이니까! 얘들아 내일 보자! 일기 다 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