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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피리 Mar 20. 2024

행복한 기분

웃음의 귀중한 가치


'사람으로 인해 웃는 건 엄청 행복한 일인거구나' 

얼마 전 교회 청년부 수련회를 가서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순간 웃었다. 사회생활 하며 으레 쓰는 웃음 가면이 아니었고,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지은 미소도 아니었다. 진짜 웃겨서 재밌어서 행복해서 함박웃음을 지었는데, 그 순간을 꼽자니 웃은 기억이 진해서 마치 3일 내내 그랬던 것 같은 여운이 있다.


수련회 기간 동안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오늘의 문장과 같다. '아 웃는 건 진짜 행복과 직결되는 거구나', '이렇게 행복해지는 건 귀한 일이구나' 깨달으며 내 가치관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나는 그동안 '웃는 것'의 가치를 너무 몰랐던 것 같다. 꽤나 진지한 편이기 때문에 그런 류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좋아했고,  삶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극복'하는 것이자 '직면하고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 생각들이 진지함이라는 태도가 되어 위트를 잡아 삼켜먹었나 보다. 물론 웃는 것 자체를 좋아했고, 나로 인해 상대가 웃는 것도 참 좋았지만  그것도 '웃음' 자체의 가치보다는 공기의 '전환' 또는 상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부분에 대한 비중치가 더 컸던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나는 생각이 다른 걸 주고받는 것에서 오는 깨달음의 기쁨과 카타르시스를 가장 크게 느꼈다. 그래서 더더욱 진지한 얘기를 하거나 어떤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걸 좋아했다. 뭔가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느낌을 가장 많이 추구해서 그런 듯 한데,  '유의미'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이 태도는 상대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에도 이어져, 위트 있고 가볍게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도와주는데 포커스가 맞춰졌고, 방법을 찾아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전환시키는데에만 도움이 되고자 했다.

회사에서 감사팀 관련 이동 얘기가 나왔을 때에도, 직무 자체에는 흥미가 있었지만 현장의 수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또 진지하게 끌어안고 있을 내가 보여 잔류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최상의 단계는 부정적인 상태값을 최대한 벗어나는 것, 즉 고통스럽지 않은 차분하고 고요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웃음과 재미라는 가치는 중요하긴 하지만 후순위여도 상관없었다. '굳이 그게 꼭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소홀하게 대하던 가치. 간혹 가다 웃음이 고플 땐 미디어를 보며 깔깔거리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함을 느꼈달까.


하지만 나는 마음껏 웃게 되는 상황과 그런 웃음을 주는 사람들을 3일 내내 수도 없이 만나며 생각이 변했다. 내게는 인생을 너무 어렵게 살지 않게 할 장치가 많이 많이 필요한데, 아주 임팩트가 큰 보물을 발견한 것이다. 사람의 행동과 말로 인해 웃는 일은 다른 가치들을 이기는 엄청나게 행복한 일이었다. 나는 이제 많이 웃고 싶고, 웃게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았다. 공허한 마음이 기대감으로 채워졌다. 그동안 집중하고 긴장해야 했던 상황이 이어지면서, 즐기지 못하는 자세가 디폴트값이 된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것을 보고 웃고 싶고, 상대로 인하여 웃게 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웃음은 3가지 호르몬을 생성하며, 길게는 24시간까지 지속되는 행복한 느낌을 유발한다고도 한다.


1. 엔도르핀: 행복감을 증가시키고, 통증 완화에 기여하며, 쾌적한 기분을 유발한다.

2. 세로토닌: 스트레스 감소와 기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우울증 및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도파민: 기쁨과 보상에 대한 뇌의 반응을 촉진한다. 기분이 좋아지고, 학습 및 운동능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이쯤 되니 사람은 크게 한번 웃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웃는 게 좋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큰 웃음을 위해 그저 견디며 웃는 일을 뒤로 미루지 말고, 작은 웃음을 포기하지 않고 마음껏 누려야겠다. 더불어 웃게 해주는 사람의 귀함을 알고, 편하게 웃게 되는 상황의 귀중함을 놓치지 않으며 나 또한 가벼워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오늘도 나에 대해 더 알아가게 해준 문장들과 소중한 3일의 경험에 감사하다.




행복이라는 가치에 대한 좋은 문장 두 가지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데요. 자기 자신의 의식이 성장하는 걸 느낄 때는 더 행복해요.

-미술평론가 유홍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

 -난로회 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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