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거야. 그냥"

by 이국종

얼마 전 박웅현 님의 영상을 하나 봤다. 아마 참가자 중 누군가 “잘하는 일을 해야 할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물어봤나 보다. 영상에서 박웅현 씨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라고 말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개인의 환경과 상황이 다 다른데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단언할 수 있냐는 말이었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았지만 왠지 동의하기 어려웠다. 아니 정확히는 동의하고 싶지 ‘않음’에 가까웠다. 내가 이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문제는 이성의 문제보다 감정의 문제였다. 어쩌면 이건 지금의 나의 상황 그러니까 정확히는 어떤 선택을 앞둔 상황에서 내가, 나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일부러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몇 날, 몇 일을 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지는 않았지만 불현듯 영상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그의 도전장(?)에 답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개그맨 이창호 씨가 피식대학에 출현해 “연기를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 뭐냐”라는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봤다. 이창호의 대답은 “그냥” 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돼. 근데 하기 싫은 일을 하려면 하고 싶어야 해. 이 긴 말들을 꾸겨서 함축적으로 나오는 말이 ‘그냥’이야”


“그냥 해야 해”


언젠가 친구에게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이야기했다. “다들 좋다고 하니까 좋은 건 알겠어. 근데 뭐가 좋은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뭐가 힘들었다, 뭐가 힘들었다라는 얘기는 많이 하는데 좋다는 말은 뭐가 좋다는 말이 없어” 다들 ‘그냥 해봐’라는 말만 하니 딱히 뭐가 좋은지 몰라서 하지 않겠다는 친구의 말에 나 역시 ‘그냥’이라고 말했다.




OKR에서 Object는 들으면 언제나 설레고, 가슴이 벅차고, 두근거리는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문장 밑에 수 많음 KR과 KR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들은 백조의 우아함 아래 수없이 이루어지는 발차기처럼 때로는 지난하고, 지루한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누군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라고 물어올 때 나를 설레게 하는 미래를, 내가 경험한 수 많은 ‘좋음’을 함축하고 함축해서 이렇게 말한다.


“그냥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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