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종 Nov 23. 2021

지옥, 광기의 역사, 그리고 샌델

요즘 흔히 말하는 K열풍의 중심인 K드라마 그중에서도 지난 주말 단번에 다시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런칭한 드라마<지옥>이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이제 점차 수그러져 가는 시점에 지옥은 단번에 오징어 게임의 조회수 뛰어넘었다.


6편으로 구성된 지옥을 나 역시 단숨에 끝까지 다 보았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계속 한 ‘인물’을 떠올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중심인물들




프랑스 역사의 대표적 지성인 중 한 명이자, 후기 구조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있다. ‘미셸 푸코’다. 푸코의 철학 많은 부분에서는 니체의 향수가 느껴지는데, 푸코의 철학적 방법론의 근간에는 고고학이 있고 그 고고학이 주는 정취가 니체를 떠올리게 한다.

미셸 푸코

푸코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지식의 고고학’ 같은 굵직한 저작들이 있다. 그리고 푸코의 이러한 저작들은 ‘고고학’이라는 방법론을 차용하여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특히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는 정신의학의 탄생과정과 역사를 살펴보며 시대별로 ‘광인’의 기준이 달라져 왔음을 지적한다.


마치 ‘광인’이라는 이데아적 기준이 존재하고 그 기준에 부합한 사람을 광인으로 규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막연한 ‘시대정신’을 파헤치고 이를 통해 그 기준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이유에 따라 시대별로 광인이 다르게 규정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지옥>에서 사람들은 ‘천사’라고 불리는 존재들을 통해 ‘지옥고지’라는 것을 받는다. 지옥고지는 고지를 받는 사람이 언제 죽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사자들이 나타나 고지를 받은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지옥’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를 틈 타 영지주의 단체인 ‘새진리회’가 등장한다. ‘새진리회’는 지옥고지를 받고 지옥을 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준’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기준은 사회가 말하는 ‘죄’ 혹은 ‘나쁜 짓’이라 할 것들이 기준이 되어 죄를 지은 사람들은 ‘지옥’을 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새진리회는 이러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사실을 숨기고 자신들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가 하면, 화살촉 같은 단체들은 ‘정의’라는 대의를 앞세워 더 많은 ‘죄’를 행한다.




나는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보여주는 논리와 <지옥>이 보여주는 논리 구조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지옥에서는 세 가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1-지옥이 어떤 곳인가?, 2-지옥은 누가 가는가, 3-지옥은 왜 가는가?. 이 세 가지가 밝혀지지 않을 때 우리는 지옥에 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할 수 없다. (드라마의 지옥은 기독교가 말하는 지옥일 수도, 불교가 말하는 지옥일 수도 있다. 두 지옥은 단어만 같을 뿐 어떤 곳이며, 누가 가며, 왜 가는지가 모두 다른 곳이다.)


그 해석할 수 없는 어떠한 현상을 두고 많은 사람은 단지 누군가 현상을 ‘먼저 해석’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수가 다수가 되면 그 사실은 ‘진리’가 된다. “진리가 다수일 수는 있지만, 다수가 진리는 아니다. 그러나 다수는 늘 자신이 진리이고 싶어 한다.”라는 말이 있다. ‘객관’이란 사실 많은 수의 ‘주관’임에도 불구하고 ‘상식적, ‘일반적’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객관’은 어느새 ‘일반적 정-답-의’가  된다.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의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이 세 가지는 상황에 따라 서로 배치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에 관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좋은 삶에 관한 논의’여야 한다.”


 지옥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어쩌면 ‘알 수 없는 세상의 기준’에 휩싸여 누군가를 쉽게 단정 짓고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서로가 생각하는 좋은 삶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타인을 적극적으로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것들일지 모르겠다.

마이클 샌델

“사람들은 천국이 사후세계에만 존재한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천국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천국은 ‘사랑’이 가득한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천국을 만들 수 있죠. 반대로 지옥은 ‘사랑’이 없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천국을 만들 수 있다면, 지옥도 만들 수 있습니다.”

-라비 제커라이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