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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Sep 09. 2024

지루한 성폭력 예방수업은 그만! 초등 성폭력 예방수업

경계존중과 동의 수업

20여 년 전만에도 성폭력 예방 수업을 하고 마무리로 교사가 선창 하는 세 문장을 학생들이 다 같이 따라서 복창하는 것으로 끝을 맺곤 했다.

그 세 문장은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였다.

물론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성폭력 상황에서 아이가 힘을 가진 어른에게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게 과연 쉬운가. 또 자칫 흉기를 들고 있는 가해자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더구나, 성폭력을 당한 상황이라면 성폭력은 무조건 가해자의 잘못임에도 피해자가 자신의 의견을 이 세 문장으로 분명히 표현하지 못했을 때 아이에게도 책임이 넘어올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다행히 지금은 이런 식의 성폭력 예방 교육은 하지 않는다.

20년 전과 비교해 디지털을 활용한 성범죄가 심각해졌고, 과거에 비해 학교뿐 아니라 여러 교육기관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아이들도 성범죄에 대한 경감심이 높아진 만큼 가해자들의 범죄 수법 또한 다양해졌다.


이에 맞추어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폭력예방교육의 방향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질병도 걸리기 전 예방을 위한 건강활동이 중요하듯이 성폭력도 예방교육이 중요한 법이다.

이에, 학교에서는 피해자 예방 교육뿐 아니라, 잠재적 가해자 예방교육도 함께 실시하는데 그전에 친구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는 인성교육은 성폭력 에방교육의 초석이 된다. 또 상대방의 경계를 침범하기 전에 먼저 동의를 구하는 질문을 함으로써 경계존중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


이렇듯 경계존중과 동의 수업은 최근 성폭력예방교육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1. 동기유발을 위한 영상 시청 : 경계존중 하는 강아지와 경계존중을 하지 않는 강아지 비교 영상

- 평소 강아지를 좋아해 몇몇 강아지 영상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가끔 귀여운 강아지들 영상을 보며 학생들에게 수업 자료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 영상들도 기억해 두었다가 경계존중 수업에 활용했다.

 

영상 속 강아지가 산책하다 친구 강아지를 만났을 때 친구가 놀라지 않도록, 친구가 먼저 다가올 때까지 얌전히 자리에 앉아 기다려주는 모습과 반대로 친구 강아지를 만나자 상대 강아지의 반응을 무시하고 무조건 들이대는 모습을 보이는 강아지들 영상이 나온다.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에 학생들은 큰 웃음을 짓고, 동시에 경계존중에 대한 의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 경계의 의미를 알아보고, 교실에서의 경계도 이해를 돕기 위해 침해사례와 함께 알아본다.

그런 다음 경계 존중의 의미를 살펴보는데, 사람마다 친한 정도에 따라 모두 다름을 알려준다. 이렇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다음 활동으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달력을 보여주고 몇 월부터 봄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느 지점부터 노란색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보도록 하면 아이들의 답변은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생각하는 것이 다름을, 틀린 게 아니고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이 내용을 활동 1로 넣어도 좋아요)

 


3. 본격적 활동으로 '나의 경계 알아보기'이다.

친구들끼리 서로 마주 보고 선 후 교사의 지시에 따라 서로 앞으로 한 발짝씩 총 세 차례 다가가게 하는데 다가가는 정도는 본인 마음대로 정하도록 한다.

단, 서로 지나쳐가거나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침을 준다.

아이들은 각자 상대 친구에게 느끼는 친밀함 정도에 따라 친구에게 다가가고, 결국 그 거리는 모두 다르다.


친구와의 거리를 대략 기억하도록 한 후 활동을 마친 친구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다음 나의 경계를 정하는 기준은 바로 '나'라는 점을 지도하고, 경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자신의 '감정'임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건강한 관계의 좋은 신호와 건강하지 않은 관계의 위험 신호도 함께 살펴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자신의 감정에 대해 돌보지 않거나, 의심한다면 경계침해를 당하더라도 바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이 모호하거나 안 좋은 느낌이 든다면 건강하지 않은 관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업 진행 상황에 따라 여기까지만 하고 수업을 마무리해도 좋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동의에 관한 수업을 더 진행할 수도 있다.(동의 수업은 2차시로 구성해도 좋아요)

동의(허락 구하기)는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연습이 안된 경우가 많다.

(특히 권위적 분위기의 가정이라면...)


교실에서 친구들 간에 다툼이 생기는 사례 역시 친구에게 동의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친구의 물건을 쓴다거나, 친구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상대 친구가 마음대로 행동했을 때가 많다.

그만큼 동의(허락) 구하기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표현이고 친구 간 갈등을 피해 갈 수 있는 중요한 행동이다.


마지막 활동으로는 내 모습 돌아보며 더 멋진 '나' 되어보기 활동지를 적어본다.

누군가 내 경계선을 침해한 적이 있었는지. 그때 나의 기분은 어떠했는지, 반대로 내가 상대의 경계를 침범하지는 않았는지, 그때 상대방의 기분은 어떠했을 것 같은지를 적어보아 역지사지, 공감의 마음을 내어보도록 한다. 또 상대가 나에게 어떻게 동의를 구해야 했을지 동의를 구하는 말을 써보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동의하기, 거절하기, 제안하기로 써보도록 한다. 이때 거절과 제안하기를 동시에 하면 더 부드러운 거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 준다.


아이들이 이 수업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학교폭력도, 성폭력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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