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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Sep 30. 2024

넝쿨째 굴러온 행복!  꿈 깨고 행복을 줍줍 해보자.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병원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흉부외과 중환자실은 주로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상태가 안정되어 병동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머무르는 곳으로 면밀한 케어가 요구되는 곳이다. 심장수술은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골 어르신들의 경우 밭에서 일하다가 쓰러지는 경우도 있고, 화장실에서 배변을 하던 중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심장질환은 증상이 발생했다 하면 생명이 위험한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고, 증상의 발생 또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또 발견 당시 사망하지 않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수술을 받게 된 자체가 천운인 경우도 많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동안 밤낮없이 emergency 수술을 받는 사람들을 보며 전국에 심장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사람의 목숨은 누구도 예단할 수도, 예측도 불가하다. 급사의 위험이 있는 대동맥 파열의 경우 수술 후 상태가 심각해 돌아가실 것 같았던 환자분도 몸의 혈액 전체를 수혈로 교체하고도 기적적으로 호전되어 병동으로 올라간 경우도 봤다. 반대로 수술 후 예후가 비교적 좋은 심장 판막질환 수술을 위해 멀쩡하게 걸어서 입원하셨다가 예상치 못한 경과로 급작스레 돌아가신 경우도 봤다.


늘 건강할 줄 알았던 부모님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남은 가족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병원이란 곳은 어쩌면 당연하게 곁에 머물러줄 거라 믿었던 것들을 허망하게 잃어버린 후 사력을 다해 되찾기 위한 공간이자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뻐아프게 되새기는 성장의 공간이기도 한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숨 가쁘게 살다 보면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으레 당연한 것이 되기 쉽다.

나 역시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어 감사함을 찾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것이 아닌 것들을 아쉬워하느라 현재의 행복을 흘려보내곤 한다. 결핍은 성실하게 채워나가려 노력하되, 그것에만 매몰되어 지금 이 순간 누리고 있는 것들의 경이로움과 감사함, 충만함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세상만물 중 정지상태로 영원히 멈추어만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절도 때가 되면 변하고, 강물도 끊임없이 흘러가고, 하늘 위 구름도 모였다 흩어졌다 반복하고 내 마음도 시시각각 변한다. 모든 변화의 파동에 유연하고 감사하고, 감동하고, 감탄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변화에 덜 아파하고 덜 슬퍼하기 위해 서라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감사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한때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둠의 긴 터널 속에 있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공간이 없다고, 정말 지금이 바닥이자 끝이구나 싶었지만 더 깊은 바닥이 층층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더 물러설 곳도, 더 잃을 것도 없다는 마음이 들자 이상하게 살아갈 용기와 오기가 올라왔다. 나를 향했던 세상의 회초리가 매서워 힘들어 죽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나는 숨 쉬고 있었고 살아 있었다.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 해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나 생각하니 되려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 건강하게 살아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음에도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더 잃을 게 없다고 착각했다. 그 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엎드려 감사기도를 했다. 욕심내지 않고 하루만이라도 잘 있도록 하루치 감사를 찾아 세상에 존재하는 신이란 신에게 감사하다며 납작 엎드렸다. 엎드릴 수 있도록 무릎이 아프지 않아 감사합니다. 두 눈이 잘 보여서 감사합니다. 냄새를 잘 맡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작정하고 찾아보니 감사거리가 무궁무진했다.


요즘은 구체적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서가 아니다. 예고 없는 불행이 내 삶을 무겁게 장식했던 만큼 어쩌면 행복도 아무런 인기척 없이 스르르 찾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도 틀린 것 같다.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린다고 감이 떨어지지 않듯이, 아무리 기다려도 행복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행복은 이미 주변에 포진한  내가 발견해 주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행복을 발견하기로 결심했다.

어젯밤 산책 중에 노래처럼 들려오던 풀벌레의 울음소리, 모처럼의 숙면으로 개운한 아침을 맞은 것, 부랴부랴 나선 출근길에 불어온 시원한 바람, 출근길에 마주친 귀여운 강아지들, 바람이 부대껴줄 때마다 촤라락 소리를 내는 강아지풀...

오늘 내가 발견한 행복더미들이다.

오감을 활짝 열어 매일매일 작은 행복들을 발견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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