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생겨 학수고대했던 작품을 미리 만나보고 오게 되었습니다. 27일 화요일 저녁에 시사회를 통해서 바이스 Vice를 감상하고 와서 바로 쓰는 따끈따끈한 후기입니다!
16년도에 영화 빅 쇼트 The Big Short로 시상식을 휩쓸었던 아담 맥케이가 2년 만에 바이스 Vice에서도 각본과 감독을 맡으며 돌아왔습니다. 맥케이 감독은 이전에도 스텝 브라더스 Step Brothers나 스탠 바이 캅 The Other Guys와 같은 코미디 영화들을 맡았었고, 방금 언급한 빅 쇼트와 이번 작품 바이스와 같은 무게감 있는 작품들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마블 앤트맨 각본을 담당하는 등 꾸준히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로 소식을 알려왔었기에, 대중들에게 꽤나 친숙한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팬들에게는 개봉 날짜가 정해진 것 또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에 크리스찬 베일 등 영화 주인공들의 모습이 담긴 스틸컷들이 공개되며, 실존 인물들과 똑 닮은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께서 당혹스러워하시기도, 놀라기도 하셨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런 점은 영화계 관계자들이나 영화 팬들이나 마찬가지였는지, 지난달 있었던 아카데미에서 분장상을 타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계속해서 이목을 끌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많이 기다렸고, 다들 그러실 거라고 생각해요. 기대가 많이 컸는데도, 영화를 보고 나와서 조금도 실망스럽지 않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사회에서 이 작품을 미리 감상하며 인상 깊었던 것들, 흥미로웠던 것들 몇 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스포일러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음 영화 https://t1.daumcdn.net/movie/7b6cee747c37498e82be0d9c50147b5a1550466040725
작품을 감상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편집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영화는 대체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영화는 배경 묘사를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당시 사회 모습을 반영하는 영상들을 빠르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작품을 감상하실 때, 이 영상들의 가로세로 비를 확인해보신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영상의 배율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초반에 삽입되는 영상들의 경우, 80년대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클립들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구형 CRT 디스플레이의 가로세로 비 5:4 쯤 되는 듯했고, 2000년대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은 요즘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가로세로 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교차편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영화 속에서 체니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결정을 하는 인물로 묘사되는데요. 정치와 협상을 낚시에 비유하기 위해 플라잉 낚시를 하는 딕 체니의 모습과 상대의 욕구를 파악하는 그의 모습, 미끼를 추적하는 물고기와 설득 대상의 모습, 그리고 미끼를 무는 물고기의 모습과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순간을 교차시킵니다. 이는 인물들의 대치상황을 눈빛 교환과 긴장감 넘치는 배경 음악으로 단순히 표현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교차편집은 한두 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적으로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정치 이야기, 특히나 미국의 정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딱딱하고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셔서 관람을 꺼리실 수 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감독의 전 작품 The Big Short는, 미국의 '서브 모기지 프라임 사태'를 어렵지 않고 쉽게 다루었다고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이 작품 바이스에서도 감독은 어떻게든 이해하기 쉽게 상황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이런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 하나를 꼽아보자면, 영화의 중반부에서 감독은 백악관 내 권력 구도를 보드 게임의 주사위와 말로 표현합니다. 한 명 한 명 정계인사를 설명할 필요도 없었겠거니와, 그저 배경 설명을 위해 필요한 장면이기에 이 정도 표현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치권력 구도나,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 법 조항에 대한 설명 등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유머러스한 방식을 통해 쉽게 전달합니다. 이전에 아담 맥케이의 또 다른 작품인 The Other Guys를 감상했을 때에도, 감독이 어디에서 관객들의 집중이 흐트러지는 지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고 느꼈었는데요. 이 영화에서도 저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감상하시게 된다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아담 맥케이가 긴장감과 유머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똑똑한 감독이라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도 엔딩 크레딧을 다 감상하시고 나오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여러 종류의 찌 이미지를 배경으로 합니다. 찌는 화려하고 예뻐서 물고기를 유혹하지만, 그 속에는 뾰족한 바늘을 숨기고 있지요. 끝까지 감상하시면서 화면 속의 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엔딩 크레딧도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니까, 조금 오래 걸리시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엔딩 크레딧이 끝나기를 기다려주세요! 고진감래라는 말에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 전기 영화 / 정치 이야기를 좋아해요.
- 평소 보던 것과는 색다른 영화를 감상하고 싶어요.
- 아카데미 노미니 작품들이 궁금했어요 / 영화관에서 감상하고 싶어요.
추천하지 않습니다
-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아요.
- 현존하는 인물 / 정치인의 이야기는 불편해요.
- 러닝타임이 길면 부담스러워요. (2h 13min)
학수고대했던 작품을 빨리 만날 기회를 주신 브런치 팀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