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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채 Jul 02. 2019

프랑스 아저씨들의 무한도전: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

 우리는 보통 '싱크로나이즈', '수중발레'라고 하면 모델 같은 선수들이 우아한 몸짓을 보이는 걸 상상합니다. 또, 이 종목은 우리가 대략적인 이미지로 알고는 있지만, 그냥 물속에서 예쁘게 수영하는 것이라는 정도밖에 잘 모르죠. 이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Le Grand Bain>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부숩니다. 단순히 수중발레에 관한 우리의 생각만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모두 비틀어요.


 삶에서 실패를 경험한,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부르는 각각 다른 세대의 일곱 남자들이 남성 싱크로나이즈 팀으로 모이게 됩니다. 실패한 것은 팀원들만이 아닙니다. 팀을 이끄는 수영 강사들 또한 한 번 커리어와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의 실패를 겪고 무너진 사람들이에요. 영화는 제각기 다른 실패의 경험과 상처를 안고 살아오던 평범한 사람들이 수중발레를 배우기 시작하며 그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각색되었다고 해요. 2007년 있었던 Men's Syncronized Swimming World Championship에 출전했던 스웨덴 팀의 이야기가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 이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도 스웨덴 남성 싱크로나이즈 팀의 사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영화가 한 편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시게 되면 똑같이 느끼실 텐데,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예요. 그런 매력 때문에 이 이야기가 같은 해에 서로 다른 두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이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해요.

 저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오프닝 시퀀스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매우 중요해요.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를 가장 처음 소개하는 부분으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에 대해 혹은 영화가 어떤 세계관을 품고 있는지 등 아주 기본적인 상황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오프닝 시퀀스가 제시한 영화의 주제는 '동그라미와 네모로 이루어진 우리의 세상'이었습니다.


 아기가 갖고 노는 도형 블록을 생각해보면, 원 모양 블록은 원 모양으로 뚫린 구멍에만 맞고, 사각형의 블록도 사각형 모양 구멍에만 맞게 되어있어요. 원이 사각형 모양의 구멍에 들어가려고 할 때, 혹은 사각형 모양의 구멍에 들어가라고 강요받을 때 갈등이 발생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건강한 인간', '일반적인 가정', '정해진 성역할' 등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따라야 하는 '바람직한' 기준이 정해져 있어요. 또, 그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기고 손가락질하며 배척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은 내쳐지지 않기 위해, 사랑받고 존중받기 위해 가면을 쓰게 돼요.


 일하지 않는 아빠 베르트랑과 생계보다는 꿈을 좇는 아빠 시몽, 부모로부터 적절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아내와 자식에게도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 줄 모르는 로랑, 커리어에서의 실패를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델핀 등 주인공들은 영화 속에서 무능한 사람, 적절하지 않은 사람 혹은 별종으로 취급받습니다. 그 이면에 있는 고통과 상처는 바라보지 못하고요. 또, 사람들은 싱크로나이즈라는 운동 종목은 여성의 전유물로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작은 시골 동네의 수영장에서 결성된 프랑스 국가대표 남성 싱크로나이즈 팀을 보고 사람들은 남색가 pédé라고 부르며 경멸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주인공들을 비난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바스트 샷과 클로즈업 샷을 통해 본 베르트랑의 갈 곳을 잃은 황망한 시선 등은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그 마음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는데요. 애둘러 표현하거나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이런 연출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한심한 인간이라고 단순하게 평가하기 전에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 이끌어주기 위함이라는 느낌도 줍니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만나게 된 이 일곱 남자들과 두 코치 사이에서는 그런 모습이 용인되고 상처들이 이해됩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주인공들은 의미 있고 대단한 일을 새로이 해내지 못할 것 같았던 실패자들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지만, 각자의 단점과 아픔을 공유하고 더 이상 숨기지 않으며 솔직해짐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더 이상 의식하지 않고 가면을 벗어던지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네모가 되라고 하지만 동그라미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사족으로,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400만 관람객을 달성했던 영화라고 합니다. 시사회에 참석하기 전에 현지에 있는 원어민 친구에게 이 영화 시사회에 초대되었다고, 이 영화를 아냐고 물어봤더니 "그 영화 유명하더라! 엄청 재미있는 영화랬어! 우리 부모님도 보셨대."라고 답해줬어요. 프랑스 코미디 영화를 오랜만에 보게 되기도 했고, 여러모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종종 느끼는 바이지만, 프랑스 인들 따귀 때리고 찰싹찰싹 때리는 거 좋아하는 듯해요. 영화 내내 '찰싹' 소리랑 '풍덩'소리 많이 듣게 되실 거에요~ 계절에도 맞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2018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으로 출품되었던 영화이기도 해요. 사족이지만, 참고로 2018년 칸 출품 작이 올해에 많이 개봉하는 듯합니다. <레토>, <가버나움>, <콜드 워>, <살인마 잭의 집>,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등 비경쟁부문, 경쟁부문 구분 없이 2018 칸에 출풉되었던 여러 작품들 이미 개봉이 이루어졌고, <행복한 라짜로>는 상영 중이고 이 작품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개봉을 앞두고 있지요. 이 작품 정말 재미있고 메시지도 좋아요. 영화제 소식을 접하시면서 이 작품이 궁금하셨다면, 꽤나 오래 기다리셨으니 개봉하자마자 꼭 보러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들 감상하시면 좋겠어요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7월 1일에 있었던 시사회에서 해당 작품을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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