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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채 Jul 31. 2019

아무도 모르길 바랐던 누구나 아는 비밀

★★★ |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누구나 아는 비밀 국내 개봉 포스터

 이 작품 <누구나 아는 비밀 (Todos Lo Saben, Everybody Knows)>은 지난해 있었던 71회 칸 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죠. 사실 작년 칸 출품작들 사이에 한국 작품도 있었고 부문을 불문하고 화제성이 컸던 작품들이 워낙 많았기에 당시에 제가 이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에 그렇게 많이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작품으로, <씨민과 나디르의 별거>로 큰 주목을 받게 된 감독입니다. 제 기억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기 위해 2017년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이란 출신 감독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여러 번 영화제에서 계속해서 호명되기도 했던 감독이고 주변에서 파라디 감독의 영화가 좋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작품을 감상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더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 영화를 영화관에서 감상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인 것 같아요.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 계속해서 스페인어 콘텐츠들을 접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스크린을 통해서 작품을 접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또, 최근에는 계속해서 영미권 영화랑 프랑스어 영화를 봐온 터라 온전히 자막에 의존해서 영화를 감상한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던 지라 새로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20562#1321846


 영화의 초반 줄거리에 대해서 짧게 소개하며 영화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는 동생 아나(인마 쿠에스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 알레한드로(리카도 다린)는 아르헨티나에 남겨둔 채 두 아이를 데리고 마드리드 외곽에 위치한 고향 마을을 방문합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게 되며 옛 친구였던 파코(하비에르 바르뎀)도 다시 만나게 되죠. 온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밤새도록 결혼식 피로연을 즐기던 와중 정전이 일어나고, 미리 자리에 누운 이레네(카를라 캄프라)가 잘 있나 라우라는 2층에 올라가서 확인해보는데 이레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곧이어 라우라와 파코의 아내인 베아(바바라 레니)에게 이레네의 목숨을 걸며 고액의 돈을 요구하는 납치범의 협박문자가 도착하게 됩니다.


 확실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흔한 팝콘무비는 아니에요. 재미있는 영화라고도 쉽게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당장 영화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 '아이의 납치'인 데다가, 극 중 인물들이 계속해서 극단의 상황으로 몰림에 따라 인물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감정이 폭발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봐야 하기 때문이에요. 불편한 소재를 가지고 마음의 어딘가 불편한 구석을 계속해서 건드리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을 때에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미지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20562#1321843


 제목이 <누구나 아는 비밀>이기에, 저는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는 이 영화는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와 파코(하비에르 바르뎀) 사이의 치정극을 그려내지 않을까 상상했었거든요. 영화를 보며 '스토리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그러지?', '그러면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어떻게 "경쟁부문"에 출품을 할 수 있었지?' 하는 등 계속해서 의문이 들기는 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런 의문점은 싹 사라졌던 것 같아요.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영화의 플롯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자면, "결혼 후 다시 고향을 방문한 주인공이 비밀로만 간직하던 과거의 일들에 의해 난관을 겪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복잡한 플롯을 가지고 있지는 않되 기존에 짠 틀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영화에서 가장 처음으로 등장한 갈등의 원인인 '이레네의 납치' 또한 라우라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과거의 비밀이 하나둘씩 소개되는데요.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오겠지'하며 영화를 얕보고 힘 뺀 채로 있을 때마다 기가 막히게 새로운 비밀이 드러나고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등장시킴으로써 영화는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해갑니다. 이미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해서 맘 놓고 편하게 보다가 정말 된통 혼나고 왔어요. 소재가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져서 과연 스릴러로서의 제 역할을 해 낼까 싶으시다면 그런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짧게 이야기했지만,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주시하며 영화를 관람하시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들이 젠가 탑처럼 견고하게 세워져 있다가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점점 균형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내 무너지고는 해요. 라우라에게는 소중한 딸 이레네가 납치를 당한 일이 마음을 무너지게 만드는 가장 처음이자 가장 큰 사건이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영화의 주인공들 모두는 괜찮은 듯 담담하게 문제 상황을 헤쳐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각각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위협하는 비밀이 드러날 때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보여줘요. 라우라 뿐만 아니라 알레한드로, 파코, 베아 등 모든 인물들이 그렇습니다. 각각의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언제 어떤 이유로 그들의 멘탈이 무너지는 지를 관찰하시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이 될 것 같아요.


 또, 영화의 스토리를 두고 생각해 볼 때, 제목과 포스터에 쓰인 문구는 정말 잘 쓰였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포스터의 문구가 더욱 그렇습니다. "모두가 침묵할 때, 비밀은 또 다른 비밀을 낳는다." 개봉 전 작품이고 영화 정보를 찾기 위해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기에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아주 잘 정리한 한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일상에서도 이미 배워서 아는 이야기잖아요. "꼭 너만 알고 있어야 해"라는 부탁은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녀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요. 영화를 다 보고 나오시면서 영화 제목 <누구나 아는 비밀>과 포스터에 적힌 문장을 다시 곱씹어보시면 여러 생각이 드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24일에 있던 시사회에서 해당 작품을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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