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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dd Jan 16. 2023

선수는 바뀌어도 게임은 계속된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오후


독서모임 같이 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읽었다.

나는 뉴스와 영화(..)로 마약을 배웠다보니 뭐 헤로인, 코카인, 펜타닐 그런것들은 마약이고 나쁜거다!! 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어느정도 마약에 대해 잘 알게되었는데, 나중을 위해(?) 마약에 대한 정보와 역사 등등을 알고싶은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마약

우리나라에서 마약이 언급되는 순간은 단 2가지같다. 

1. 나쁜거

2. 중독성이 강할 만큼 맛있거나, 좋은 것

(하지만 나는 2번의 경우 '마약'을 붙히는것은 좀 자제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 


법적으로 마약류는 

1. 코카인, 아편, 헤로인 같은 '마약'

2. LSD, 프로포폴, 히로뽕(필로폰)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

3. 마리화나, 하시시가 포함된 '대마류'

로 분류된다고 한다. 

(마약류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본드, 부탄가스, 이산화질소도 '환각물질'로 지정하여 흡입을 금지하고 있음)


법적인 구분뿐 아니라 작용 방식이나 성분, 농도 등에 따라서도 마약을 수백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를 '마약'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퉁쳐버리면 잘못된 접근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사실 법에서 마약류로 지정하면 그때부터 마약인거다.

(프로포폴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전에는 전문의약품에 불과했다고 함)


나한테 마약은 나쁜거고, 헤로인도 마약, 코카인도 마약.. '마약은 마약이다!!'식으로 모든 마약을 뭉뚱그려 마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약도 다 같은 마약이 아니라구? 를 먼저 알려줘서 좋았다.

하긴.. 

마약할래!

-> 대마초?

-> 펜타닐?

은 너무 차이가 심하긴 하지..



# 마약의 역사

학교 다닐때 샤머니즘, 토테미즘, 애니미즘이라는 단어는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샤면, 제사장같은 존재가 신과 교류할 수 있다고 믿는..


학자들은 이때부터는 인류가 확실히 마약을 인식했다고 봅니다.
 
종교지도자인 샤먼이 주로 마약을 사용했는데, 이들은 의사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했기 때문에 주변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
일부 학자들은 이런 마약식물들을 통한 망아 상태와 황홀경이 샤머니즘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샤먼에게 마약은 선택이아니라 필수였다는 거죠. 
오른쪽 아래 버섯들..

나는 내가 배운 역사에 한번도 마약을 접목해서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이런 관점이 정말 흥미로웠는데, 보다보니 정말 그럴듯했다. 

마약을 먹으면 무언가(?)를 보기도하고 말하기도 하고 그러지않는가? (그렇다고 들었다..) 

옛날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현상이 신과의 접촉이라고 생각했을수도? 


수렵/채집으로 삶을 영위하는 피그미족이 유일하게 길러서 수확을 하는 작물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대마(마리화나) 였다고 합니다.
...
칼 세이건은 피그미족뿐만 아니라 다른 원시 부족도 이런 방식으로 농업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놓고, 어쩌면 마약 재배가 농업의 발견, 나아가 인류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
즉, 안정적으로 마약을 공급하기 위해 최초의 농경이 시작되었고, 그러다 '식량도 재배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거죠. 


단순 수렵/채집으로만 식량 구하는게 힘들어서 직접 재배를 시작했다..는 나의 교과서출처 지식과는 또 다른 관점이라 이것도 신선했다. 

이것도 그럴듯 한게..샤먼들이 환각버섯같은 마약식물에 의존했다면 충분히 이 식물을 재배해보자/키워보자..라고 먼저 생각했을 것 같다. 



# 금주법/마약금지법


불법행위가 전혀 없는 유토피아 사회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 우리는 불법행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 한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금지하는 것 보다 통제가 효과적이다.


저자의 입장을 가장 잘 설명한 문구라고 볼 수 있겠다.

마약을 합법화하자!!!는건 아니지만, 마약을 아예 금지하는것이 도움이 되는것일까? 를 다시 생각해보자..정도의 톤이다.

옛날 미국에서 시행되었던 금주법을 예시로 들어준다.


미국 : 술만 마시면 사람들이 돌아버리네.. 술 금지하자


1. 품질악화 

합법이면 식약청에서 품질검사를 함. 그걸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한데 불법이면 이 과정 자체가 없음...

알코올도 마실 수 있는것과 마실 수 없는것이 있는데 마실 수 없는 알코올도 불법으로 유통되니까 이걸 먹고 죽는 사람도 많아짐. 

병원을 가거나 사람이 죽으면 신고를 해야하는데 술이 불법이니까 병원도 안가고 신고도 안함..


2. 검은 돈

불법이니까 파는 사람도 위험을 감수하니 가격이 올라감

다른 분야에서 소비되어야 할 돈이 불법 시장에 빨려들어가니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갱 집단 같은 것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래서 이 금주법 시대에 갱스터를 배경으로한 영화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사람들은 맥주를 많이 마셨었는데, 불법이 되면서..맥주는 양에 비해 도수는 낮다보니 브랜디 같은 독주같은것들이 이때 엄청나게 팔렸다고 한다. 


일부 범죄는 거물, 마피아, 카르텔만 잡으면 모든것이 깨끗하게 해결될 것 같지만,


불법시장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 아무 규제도 없는 완벽한 자유시장을 의미한다. 

선수가 바뀌어도 게임은 계속된다.


수장 한두명을 잡아도 결국 다른 이가 그 자리를 채울것이고, 그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마약도 똑같이 불법이니까 마약의 품질을 보장하지 못하고, 다 불법으로 유통되다보니 정부가 아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마약은 '순도'라는게 있다보니 

내가 코카인을 샀어 -> 근데 그게 순도 5%였음 -> 어느 날 다른 딜러에게 코카인을 삼 -> 근데 그건 순도 95% -> 내가 이제껏 경험으로 알고있는 정량을 코로 들이마시지만 그건 정량이 아님... 순도가 다르기 때문 


실제로 마약을 지속해서 사용하던 이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이렇게 마약의 순도가 달라져서인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이렇듯 마약 사용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해는 마약 사용으로 인한 결과라기보다 마약 외적인 곳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처럼 도수같은게 나와있는것도 아니고 오직 딜러나 브로커의 말만 믿고 하는 것이기때문에;; 

이것이 마약이 불법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사실이 꽤나 가까이 느껴진 파트였다. 


네덜란드가 마약을 불법화 하지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사기를 새걸로 교체해주거나 

파티를 열면 엑스터시가 진짜 괜찮은 엑스터시인지 판별해주는 판별가를 해당 집에 보내주거나..하는 그런정책들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고 꽤나 파격적인 정책을 펼쳤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해도 주변 국가들보다 마약 중독자의 수가 적었다는 것이 꽤나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고 본다.

(네덜란드의 엄청난 복지도 한몫했지만)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펜타닐에 관한 사건이라던가..'한국도 이제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 하수처리장에서 마약 검출' 같은 기사를 볼때마다 너무 무서운 기분이 들었었는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마약이 무서워서 그런 기분이 든것도 물론 있겠지만, 이 범죄로부터 정부의 보호나 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있는 것 같다. 


마약이 검출됐지만 정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그게 어디서부터 온건지 추적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어느정도 추적은 할 수 있겠지만..) 

마약이 검출됐는데 이게 어디서부터 온건지 모르겠어, 어디까지 퍼진지 모르겠어 < 이 사실이 가장 무서운거 아닐까..


나는 마약을 합법화해도 또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저자의 의견에는 동감한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금지하는 것 보다 통제가 효과적이다.'



읽고나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보니 읽기전과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 책을 너무나도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다. 책은 딱딱하지않고 어떻게보면 웃기기도한 문체로 마약에 대한 지식, 역사, 저자의 입장 등을 서술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마약이 워낙 오래된 역사를 가진것이다보니 지금 우리가 보기엔 이해가 안가는 것들도 많은데, 저자는 이걸 지금으로 치면 ~~~다. 이런식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런데 거기에 개그를 곁들인..)

이런것들이 책을 읽기 쉽게 만들어주고 내가 진짜 마약을 몰랐구나…싶을정도로 마약에 대해 많은 것을 정말 쉽게 설명해준 책이다.


보통 영화나 책이 재밌으면 댓글이나 리뷰를 보면서 ’이 재미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감동..’하는 경험이 있을것이다. (나만 그런가?)

개인적으로 아주아주 만족스러운 책이었고 다 읽고 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 리뷰를 보게되었다.

하지만 

...

이 책의 일부분이 ‘나무위키’를 출처로 작성되어 책을 신뢰할 수 없다. 는 리뷰가 많이 보였고, 나는 정말 재밌게 읽은 직후!!!!!여서 살짝 충격이었다.

당연히 나무위키만!! 가지고 책을 쓰진 않으셨고 영화나 논문, 책등도 엄청나게 많이 참고하신 것 같다.

그냥 읽기전에 참고하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다. 그들은 영화 <매트릭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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