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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dd Jan 09. 2023

그렇다. 그들은 영화 <매트릭스>를 좋아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어느날 "빨간 알약을 먹고" (그렇다. 그들은 영화 <매트릭스>를 좋아한다)
그동안 잘못된 교육에 세뇌되어 평생동안 보지 못했던 진실을 깨닫는것이다. 

그래서 지구는 평평하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e-book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나왔나보다. 


이 책 제목에 확 끌린 이유는 내가 '음모론'에 관심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음모'와 '음모론'에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지만, 나는 일단 '음모론'에 흥미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냥 그 발상이 흥미롭다. (평평한 지구론자는 절대 아니지만 외계인은 있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게 음모론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e-book 을 살 때 글자수를 보고 사는 편은 아닌데, 다운로드 받고 생각보다 길어서 놀랐다. (내 리디 설정상 1080페이지정도) 표지만 봤을 땐 얇아보였는데..

'오우 읽는데 좀 걸리겠는걸?;;' 싶었는데, 초반부가 재밌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라는 것을.. 알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은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를 저자가 직접 참석한 경험부터 시작하는데, 

그곳에서 겪은 일/대화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수준의 발상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간접경험을 한 듯 했다)


그는 정부가 산불을 진압하기는 커녕 불길이 번지는 약품을 살포했다고 믿고있었다.  그는 머리 위를 지나는 캠트레일(항공기로 살포하는 생화학 성분의 구름으로, 음모론자들은 정부나 일루미나티가 인구 조절이나 식량 조절, 병기 실험등을 위해 살포한다고 주장한다.)을 본적도 있다고 했다
...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의 알파벳 자릿수를 모두 더하면 666이 된다는 주장이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
모든 국가원수와 우주비행사, 과학자, 교사, 항공기 조종사,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이 평평한 지구론을 은폐하는 대가로 악마에게서 보상을 받는다고 했다.
...
많은 사람들이 평평한 지구론이 엉터리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 등을 시청한 후 오히려 그것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는다고 했다.
...
그들은 '연구'의 대부분이 온라인 동영상 시청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그는 우리가 세뇌당하고 있으며, 식수에 첨가된 불소가 생각하는 법, 배우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


우리가 보기에 웃기고, 어떻게 보면 장난수준의 이야기 같지만 지구 평평론자들은 진지하다.

브라질에서는 1100만명 가량(인구의 7%)이 평평한 지구론을 믿는다고 한다. 

이 사람들이 단순 이웃 주민이 아니라 권력을 잡게 된다면? 

지방교육감이 된다고 했을 때, 이 사람들의 신념이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이 급격히 커지게된다. 

(뒷 챕터에서도 나오지만 대표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부정론자인 트럼프가 미국 시민들에게 미친 영향은 어마무시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이들(지구 평평론자)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지구 평평론자들이 '지구는 둥글다'라는 사실을 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이 질문을 받았다면, 내가 아는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계속 댈 것 같았다. 

보통 더 많은, 올바른 정보가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지구는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할수도 있겠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저자의 생각도 원래 이랬다가 바뀐 케이스인데, 이 관점이 흥미롭다. 


과학 부정론자들은 정보의 결핍이 아니라 신뢰의 결핍이 있으며, 그들이 두려움을 해결하거나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하며 하나의 '팀'으로 생각하기 때문. 

저자가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이었는데, 저자는 이러한 트라우마를 자신이 속하고 연결되어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이러한 '집단'으로 극복하는 게 아닐까..하는 관점이었다. 


그들은 이제 서로 동조하며 자신들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로 연결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가 그 집단에 속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그들 신념의 내용은 그에 합류하기위해 자동으로 딸려나올것이다.


과학 부정론자와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신념에 대해 모욕하거나 그 사람에게 맞는 정보를 더 부어주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과 존중의 자세로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첫번째라고 말한다. 

(위 말을 거의 전 챕터에서 말만 다르게 반복하고 있었다..)


신념이 확고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는 마음을 닫아버리고,

사실과 증거를 들이대면 출처를 의심하며,

논리로 호소하면 논점을 오해한다. 

- 레온 페스팅거 <예언이 끝났을 때>(1956) 


지구 평평론말고도 백신, GMO, 기후등을 음모론으로 치부해버리거나 믿지 않는 사람들. 즉 과학 부정론자와 이야기 하는 법이 주를 이루는데, 핵심은 상대방과 신뢰를 쌓아라!!지만..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들도 많았다.


특히 GMO식품 챕터였는데, 

나는 GMO를 따지고 안먹고 그런게 아니라 다 잘먹지만, GMO가 뭔가 자연에 반하는..거스르는..?? 그런 느낌? 

아주 예전에 어디서 스치듯 들었던 말이 내 내면 가장 밑은 곳에 얇게 깔려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GMO가 많은 기아들을 살렸고, GMO는 안전하지 않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이 유전적으로 변형된 음식이다.)

또한 이 GMO에 대한 입장이 국가마다 천차만별인것도 신기했다.


미국에서 GMO식품은 유죄가 입증될때까지 무죄로 간주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거의)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유죄로 의심받는다.


이 GMO관련해서 저자와 저자 친구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대화 내용도 흥미롭다.

친구 -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거 용납 X. 소에게 성장호르몬 투여하는건 유전공학이 아님. 자연의 섭리에 간섭하는거임.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해도 언제나 예측 못하는 상황이 닥치는거임. 지금 당장 괜찮다 == 앞으로도 문제없다가 아님. 

저자 - GMO 괜찮고 많은 기아들을 살렸음.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거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음. 니가 말하는게 백신 거부자랑 뭐가 다른지..? 


특히 저자가 친구에게 말한 '네가 백신 거부자와 뭐가 다른지?' 에 대한 반박으로 


친구 - 백신은 혜택이 있고, 위험(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GMO을 먹지않으면 위험이 없어짐. 나는 유기농 식품을 사먹을 정도의 능력이 있음. 나는 GMO를 안먹는다고 해서 문제될게 X

저자 - 그건 크나큰 특권에서 나오는 지위. 동아시아에는 굶주린 아이들이 많음. 너가 GMO지지를 반대하는것만으로도 공적인 해를 일으키고 있음.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또 정말 흥미로웠다!!!! 

친구 파트를 읽을때는 음 그렇지 하면서 읽다가 또 저자의 반박에 반박파트를 읽을때는 오 또 이런 관점이 있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GMO에 대해 응! 건강하고 완전 좋아! 입장은 아니어서 친구의 입장도, 저자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지구 평평론자같이 나와 아예 반대되는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많이 제공해주는게 아니라 신뢰 와 존중의 자세, 경청의 자세로 임해야겠다는것은 OK. 

하지만 내 말도 맞는것 같고..저 사람 말도 맞는 것 같을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백신 거부자나 지구온난화 부정론자(?.. ex. 트럼프)와는 또 다른 결이여서 생각이 많아진 챕터였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이라는 제목과 걸맞게, 이 저자가 말하는 핵심만 잘 따라한다면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철학자여서 그런지 철학용어? 논리용어..같은게 많이 나왔고, 미국에서는 이런 과학부정론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보니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했었다보니...............................)

후반에는 공화당..진보..보수..이런 정치이야기들도 많이 나와서 살짝 막히는 구간도 있었지만.. 만족도가 꽤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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