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dd Mar 22. 2023

이것으로 화학 입문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수업 끝

레슨 인 케미스트리 - 보니 가머스

심심할 때 리디셀렉트에 또 어떤 책이 들어왔나~ 보곤 하는데, 그 중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 책이다.


들어가보니 아주 인기있는 책 같아보였다.

“모두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국 16개 출판사 경쟁 후 사상 최고 계약금 한화 25억 원에 출판 계약
애플TV 8부작 드라마화 확정된 올해의 소설

우와 엄청 재밌나보다..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나에게는 2023년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아직 3월이지만..)

이보다 더 재밌는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고 잘 읽힌다.

(참고로 1권, 2권 나누어져있고 각각 짧은 편은 아니다)


책은 1955년, 여성이 지금보다 더한 성차별을 겪으면서 살아가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오직 아이를 낳고 집에서 기르는 것 만이 여성의 역할이라고 생각되던 시대에서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의 저항기(?) 라고 볼 수 있겠다.


엘리자베스는 그 시대의 화학자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여자는 / 여자가~ / 여자라면 / 여자잖아? 같은 불합리한 상황에 부딪히는게 일상이다.

성폭력을 당했어도 그러게 왜 그 늦은시간까지 연구실에 있었냐고 경찰에게 질문을 받기도 한다. (지금도 그러게 왜 그렇게 짧게 입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놀랍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포기하지 않는다.

부당한 대우에 수긍하고 숙이지 않는다.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며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마요. 시스템을 뛰어넘어버려요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시스템을 굳이 뛰어넘어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싫었으니까

애초에 시스템을 바르게 만들면 안 되는 거야? 호의를 받아들인다는 것도 정말 싫었다. 호의란 결국 꼼수와 다를 게 없다.


시스템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전제. 남성들은 시스템을 인지조차 못한다. 그들은 너무 익숙하니까. 하지만 이 시대의 여성은 시스템에 들어갈 수 조차 없다.

시스템을 굳이 뛰어넘어야 하나 <- 정말 엘리자베스 조트가 할법한 생각이라 감탄했다.


왜 남자들은 자신을 평등한 인간으로, 동료로, 친구로, 동등한 존재로, 하다못해 그냥 길거리에 지나가는 낯선 사람으로도 봐주지 않는 걸까.


지금도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않는다고 느낄때가 종종있다. 여성을 자신의 성욕과 귀찮음(집안일)을 해결해주는 무슨 인간 이하의 존재로 보는 사람들이 많는 것 같다.

같은 교육을 받고 지성인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는건 똑같은데 왜 항상 남성들은 이상하고 폭력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정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남자는 커도 애야 < 이러한 말을 딱 싫어하는데, 진짜 애도 아니고 자기 행동을 자기가 제어하는(해야만하는) 어른인데 남자는 애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걸 왜 이해해줘야하는지, 보듬어줘야하는지… 성인인데 애같으면 그건 뇌의 지적영역에 장애가 생긴게 아닌지?


중간에 한번 읽기 힘든 구간이 있었는데,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엘리자베스의 슬픔이 나한테까지 전해져서 마음이 아파서.. 더 읽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다음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다음날 다시 읽기 시작 ㅎ

또 등장인물들과의 관계들이 하나씩 풀려가는게 엄청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하나 꿀팁을 주자면..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는게 좋다!


관계가 하나하나 파헤쳐질 때 매들린의 역할이 너무너무 귀엽고 기특했다. 조숙하기만한 아이처럼 느껴졌는데, 가끔 그 나이대 아이같은(?) 면모도 보이는 것 같아서 귀여웠다.

아이를 낳기 싫어하던(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고 싶어하던) 엘리자베스가 언제 그랬냐는듯 매들린(매드)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도..그리고 ‘여섯시-삼십분’이 나올때마다 내가 다 든든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정확히 딱 이렇게 번역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재밌진 않았을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번역을 잘 하신건지….???

심연희 번역가님께 너무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하트백개,..)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나를 지치게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가 결코 지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대부분의 언어가 그렇겠지만 특히 한국어는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 화자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엘리자베스 조트가 한국어를 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신게 느껴졌다. (옮긴이의 말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하트)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변화할 수 있고 시스템 역시 변화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성차별의 문제점 같은것만 느낄 수 있는게 아니다. 엘리자베스 조트의 삶에 대한 태도, 자신감,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변할 수 있다는 믿음 등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어떠한 형태로든 생각이 변한다.

변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