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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dd Aug 18. 2023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류이치 사카모토와 그의 음악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나 역시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를 들었을때의 충격을 잊지못한다.

선율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고, 듣고있으면 눈물이 났다.


올해 초 그의 죽음이 귀에 닿았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슬펐고 유튜브에 그의 플레이리스트들이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서 죽음을 실감했다.

그 중 이 플레이리스트​가 가장 좋았는데, 앞 부분의 목소리에서 그의 음악에 대한 신념이 강하게 느껴져서 인듯 하다. 그리고 음악가여서 그런지 말 하나하나가 시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날마다 소리에 둘러싸여 살지만 보통은 그런 소리들을 음악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귀 기울여 들어보면 재밌어요. 음악적으로도 흥미있고..

그 소리들을 내 음악에 넣고싶어요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제목을 봤을 때,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잔잔히 흘러간다.

몰랐던 그의 음악가로서의 활동, 반원전 운동가(?)로서의 활동 등 그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을 조곤조곤한 말투로 들려준다.

또한 설치예술 같은걸 많이 한 것 같은데, 책에 자세히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음악과 함께 그 설치 예술들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모든 음악에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어떤건 에세이, 어떤건 판타지…

내가 생각하기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안에는 시가 들어있다.

시인은 같은 언어지만 그 언어를 자기식으로 조합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큰 울림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류이치 사카모토 역시 그런 사람이고 그의 음악 역시 그를 닮았다.


오케스트라 멤버들은 실질적인 지시를 선호합니다. ‘여기는 조금 더 크게’, ‘이 부분은 더 강하게’ 등 가급적 구체적으로 말해주길 원하죠. 하지만 저는 가끔 의도적으로 시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깊은 숲속에 있는 인적 없는 호수. 마치 거울과 같은 호수의 수면에 어렴풋한 물결이 일듯이” 같은 식으로요.

이것은 상대가 인간일 때만 가능한 일로, AI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말 하나하나에서 그가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와서 괜히 감동이었다.


한 때 류이치 사카모토가 단골집을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며 그 플레이리스트가 유행했었는데, 그 야기도 나와서 반가웠다!

모처럼의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없을 정도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저는 집에 돌아온 후 주제 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큰맘 먹고 오도 군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신이 만드는 요리는 가쓰라 별궁처럼 아름다운데,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은 트럼프 타워 같아”라고요


책 마지막에는 그의 장례식에 쓰였던 플레이리스트도 나오던데 들어봐야겠다. (물론 류이치 사카모토가 선곡했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를 모르니 우리는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무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극히 적은 횟수밖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 시절의 그 오후를, 앞으로 몇 번 떠올릴까? 그것이 없었다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곳에서, 지금의 자신의 일부가 된 그 오후마저. 아마 앞으로 네 번, 혹은 다섯 번일 것이다. 아니, 더 적을지도 모른다. 보름달이 뜨는 것을 보는 일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을까. 아마 스무 번이려나. 그리고, 그럼에도, 무한한 횟수가 있다는 듯 생각한다.’

보름달을 보면 꼭 소원을 빌곤하는데, 사실 소원을 빌기에 급급해서 이걸 내가 몇번 더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못해봤었다.

뭐 지금부터 그걸 생각할 필요는 없긴하다만, 나 역시 무한한 횟수가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누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당장 내일 죽을수도 있고..

너무나도 당연해서 까먹게 되는 이 삶의 감사함을 이 책을 통해 한번 더 깨닫게 되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편히 쉬길 바라며.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음악들에 둘러싸여 행복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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