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라는 말로 요즘 나의 태도를 설명할 수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뭐가 문제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무얼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지금 현재 끌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으니 정작 중요한 포인트를 집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회피는 시작하는 것을 미루게 만들고, 미루다 보면 시작의 무게가 곱절로 늘어난다. 그렇게 무거워진 시작은 완벽하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에게 평가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강화시킨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무엇이든 하고 있지만 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남들은 몰라도 스스로는 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내가 회피하고 있다고 인식한 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모호한 나의 결정 때문이었다. 콘텐츠도 계속 만들고 싶고, 마케팅도 좀 더 배우고 싶고, 인터뷰 콘텐츠 만드는 일에도 관심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뭐 하나 뚜렷하게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없다. 무언가 하나에 진지하게 매달리면 그 진지함이 마주하게 할 재능 없음이라는 현실이 두려워 회피했다. 일단 대충 해보는 거지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그것을 진지하게 했을 때 마주할 시장의 평가가 무서웠다. 결국 이런저런 변명으로 나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 결과 나는 무기력해졌다. 나는 효능감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도 즐겁지만, 그 만들어진 무언가로 인해서 사람들이 얻는 가치가 있다고 말할 때 효능감을 느꼈고 이 감정을 느꼈을 때 일을 더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점에서 기여를 하고 있을까? 나 스스로를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의 일을 하고 있을까? 나는 진지하게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태도가 된 사람일까?라는 고민이 커졌고, 부담이 된 나는 고민하기를 멈춰버렸다.
생각하며 하나씩 내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파악하는 방법보다 모호하게 이것저것 발을 걸쳐놓았다. 문제는 이러한 애매함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거다.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함,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지 못하는 것 같은 나에 대한 실망, 지금의 내 상태를 바라볼 시선에 대한 두려움. 온갖 감정이 휩쓸었다.
그러다 친한 언니와 대화를 나누며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한 감정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니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현재를 직시하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겠지만, 일단 지금 네 상태를 직면해 보라고. 그래야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게으름과 무기력 너프를 먹어서 능력치가 떨어진 상태라는 걸 인정했다. 당장 너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겠지만, 내게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태도를 정돈하고 방향을 점검해야겠다.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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