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외향형과 내향형에 대한 고찰
나는 늘 MBTI 검사를 할 때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항상 내 생각과 다르게 E로 시작했다. 어? 나 왜 E일까. 나는 밖에서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사색하고 책 읽고 소소하게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나 소수와의 시간을 더 즐기는 사람인데. 매일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하지도 못하고, 하루 밖에 나가면 하루는 집에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왜 나는 내향형이 아니라 외향형일까?
어렸을 때 나는 놀이터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쉴 틈 없이 집 앞에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경도, 한 발 두발, 얼음땡, 탈출 등등 90년대 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볼 만한 놀이를 아주 좋아했다. 한 번은 놀이터에 있는 흙을 파면 뭐가 나올지 궁금해서 친구와 함께 모종삽으로 반나절 이상을 팠는데, 검은색 이상한 것들이 보여서 모른척하며 흙을 덮은 적도 있었다. 또, 그렇게 흙을 파다 나온 꽤나 큰 뼈를 가지고 친구들과 친구들의 집을 순례하듯이 돌아다니며 공룡 뼈를 발견했다고 외치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도 그 뼈가 무엇인지는 미스터리지만 어떤 어른이 화들짝 놀라며 다시 묻어주고 오라고 말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렇게 활발했던 나는 사춘기가 온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조금 변했다. 밖에서 나가서 노는 시간보다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 친구들과 모여 앉아 떠드는 시간을 더 좋아하게 됐다. 더불어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집에 오면 핸드폰을 보지 않아서 집 가면 연락이 안 되는 친구로 인식되게 되었다.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나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익숙했고, 평온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집순이가 되었다.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정적인 활동을 즐겼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조금 가셨다.
그런데, 최근 어느 순간부터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생각해 온 방법이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 휴식을 취하면, 복잡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에너지가 바닥났다. 또, 때로는 묵직한 우울함에 짓눌려 더 발버둥 쳐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갑자기 왜 이 방법이 통하지 않게 된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지 모든 것을 뜯어보았다. 그러니 차이점이 보였다.
'휴식'이라는 방법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때는 보통 외부적인 자극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내부에서 스트레스가 생겼다. 나 왜 이것밖에 못하지. 더 잘하려면 뭘 더 하지. 지금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더 고민해 봐. 내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나를 미워하는 에너지가 커져 부정적이었던 거다. 이럴 때는 오히려 밖에서 내 안의 부정적인 소리를 내보낼 수 있는 '자극'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동안 열심히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전시도 가고, 강연도 들으면서 머릿속에 가득 찼던 음기를 빼고 희망을 넣었다. 내가 60% 외향, 40% 내향으로 나온 건 내 상태에 따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서 풀 수 있는 스트레스와 외부의 자극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분리해서 봐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극에 위치한 사람에게 주어야 할 처방전을 내려온 것이다.
앞으로는 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조절하는 균형감이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중간에 있다는 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