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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면지언니 May 24. 2023

수다스러운 축제가 되기로 결심하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페스티벌 센터 - 축제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자리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인 ‘페스티벌 센터’는 공연예술과 축제 분야의 예술가와 종사자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이자, 대화와 토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마련된 교류의 자리이다. 축제가 개최되는 5월 5일부터 7일까지 안산문화광장 인근의 재즈클럽 ‘레이백’에 터를 잡고, 사람들을 맞이했다. 거리예술과 축제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을 용기 있게 다뤄내는 축제를 꿈꾸며 ‘페스티벌 센터’라는 장을 열었다. 축제 기간 중 매일 오전에는 대화와 토론의 프로그램이 구성되었고, 오후에는 쉼과 만남의 자리가 이어졌다. 그날의 축제와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도, 공연에 참여했던 이들의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들도 이곳 페스티벌 센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제법 수다스러운 축제가 되기로 결심했다.



[포럼] 거리예술과 공공공간, 새로운 경향과 축제의 미래


국내와 해외의 축제 기획자들이 발제자로 참여한 첫 번째 프로그램 축제 포럼에서는 ‘거리예술과 공공공간, 새로운 경향과 축제의 미래’라는 주제를 토대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공공공간의 역할과 가능성, 변화에 대한 서로의 관점을 토대로 거리예술과 축제의 새로운 경향을 살피며, 앞으로의 축제를 상상하는 것이 대화의 주된 목적이었다. 


“지난 3년간,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를 관통하며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래에도 축제가 계속될까. 우리에게는 정말로 축제가 필요했던 걸까. 어쩌면 축제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닌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해 왔던가. 그제야 더 또렷하게 보인 것들이 있습니다. 공동체, 삶, 사회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 예술이 필요했던 공간들,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 다만 우리가 이야기해야 했던 것들을 다시금 살피고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 임현진, 포럼 개요 중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포럼 '거리예술과 공공공간, 새로운 경향과 축제의 미래'

안나 기리벳(피라 타레가, 스페인)은 코로나19 이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예술의 역할에 주목하며 개인주의와 공공공간의 부재를 넘어설 수 있는 예술의 시도에 대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축제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짚어냈다. 공공의 보안과 안전, 관리의 용이성이라는 명목 하에 사라지고 있는 이들, 안전망 바깥의 존재들을 인지하며 존재의 고독을 넘어서 연결과 문화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축제를 통해 구현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는 문화에 참여할 권리를 확장하는 존재로서의 축제라는 개념으로 이어지며, 거리예술이 경계 없는 포용의 실현이자, 좋은 사회에 대한 창조적인 밑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더불어 위기 속에서의 실험과 시도가 예술과 축제를 새로운 성장의 기로에 서게 한다는 점 역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는 축제가 공간으로 다루지 않았던 장소들이 새로이 축제적 장소성을 지니게 되거나, 사회 공동체 안에서 예술이 필요한 장소와 공간이 어디인지 질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 언급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한나(서울프린지네트워크, 한국)와 요룬 치앙(싱호컴퍼니, 대만)의 사례들은 문화와 사회, 대중과 공동체를 서로 연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실험들을 지원하거나, 사회 속에 존재하는 실패들을 포용해내는 실천이었다. 공공의 공간에서 예술을 통한 대화를 확장하는 과정 역시 축제의 또 다른 방향이 될 수 있다는 발견을 하게 했다. 축제를 일회적이고 밀집된 에너지로만 이해하곤 했던 관점을 넘어서는 제안이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포럼 '거리예술과 공공공간, 새로운 경향과 축제의 미래'

세르지오 길라베르트(파사예푸블리코, 칠레)는 공공공간예술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칠레와 남미 권역에 확산하기 위한 정책으로서의 축제를 만들어낸 사례를 이야기했다. 공공의 소유인 공간들이 예술을 통해 민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 축제의 주요 목적으로, ‘공공의 풍경(Paisaje Publico)’이라는 축제의 이름처럼, 축제는 2019년 칠레에서 발생했던 사회 운동을 비롯하여 2020년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 등 도시 공동체의 사회정치적 변화들을 함께 마주하고 포용하고 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공간예술의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는 공간 민주화의 개념이 문화예술과 축제의 역할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보람(남호주대학교, 호주)은 포용적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하여 공동의 이해를 위해 ‘맥락(Context)’을 확장하고, 기존에 타당하게 여겨졌던 가치들에 질문을 던지며 전복적인 시도를 수행하는 축제가 필요한 시대임을 강조했다.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사실’이라면, 이러한 다양성을 기반으로 사회가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고 관여할 수 있도록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포용’으로 설명되었다. 


“사실 이런 다양성은 그냥 팩트예요. 이 다양성 자체가 우리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다양성으로부터의 차이, 서로 다른 점을 우리가 포용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거죠. 행동으로 옮겨야지 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이보람




[라운드테이블] 축제에서 만난 축제


라운드테이블은 참여자들이 모두 함께 대화를 나누고 주제에 대한 서로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된 열린 대화 프로그램이었다. 첫번째 라운드테이블 ‘축제에서 만난 축제’는 서로 다른 축제를 소개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교류의 시간으로 설계되었다. 각자 자란 도시에서 축제의 자원활동가 활동을 거쳐서 축제의 스태프, 프로듀서로 일해오고 있는 독립 프로듀서 강유진과 조아라가 모더레이터로서의 첫 마이크를 잡았다. 

라운드테이블의 대화 주제

축제와 함께 성장한 ‘페스티벌 키즈’로 스스로를 소개한 두 모더레이터는 각자의 소개로부터 왜 거리예술, 축제의 일을 계속해오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떠한 것들을 꿈꾸는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그룹 대화는 축제에 종사하는 이들, 축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이 함께 좋은 축제에 대한 정의를 공유하고, 각자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과제, 걸림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이어졌다. 축제가 어떤 경험이었는지, 축제를 통해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었는지 공유했고, 서로의 걸림돌과 도전 과제에 공감했다. 참여자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질문함으로써 참여자들은 서로의 공통점과 관심사를 발견했다.

모더레이터 강유진, 조아라


[라운드테이블] 축제에서 발견한/발견하지 못한 것들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라운드테이블은 축제가 어떤 것들을 마주하고, 어떤 장을 만들어냈는지 공유하고, 어쩌면 축제가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 앞으로 우리가 축제에서 발견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지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축제의 성과와 도전 과제를 살피는 열린 토론으로 구성되며, 한국거리예술창작센터의 이철성이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축제의 지향점이었던 광장, 도시, 숲 횡단이라는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새로이 시도했던 프로그램 및 제작 공연의 방향성 등을 함께 살피고 대화를 나누었다. 다양한 주체들이 작품을 통해 축제의 이야기가 된 것에 주목하며, 향후 여성서사 및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 등 역시 축제를 통해 다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 축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대상들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광장이 지닌 물리적 특성과 한계로 인해 관객의 대부분이 젊은 연령대였던 것을 언급하며 향후 축제가 어떠한 장소성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하게 되었다. 포용성에 대한 관점이 인간을 넘어서 비인간 존재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 역시 이야기 중 다루어졌다. 



축제의 하루 전날 진행되었던 ‘로컬투어: 걸으며 만나는 안산의 서사’는 도시가 만들어지던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각 공간을 걸으며 공유했고, 각 장소마다 축제가 예술을 통해 어떤 서사를 발굴하고 이웃들을 만나왔는지를 소개했다. 축제의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도시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고, 도시의 공동체 안에서 축제가 어떠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 센터의 원칙 중 하나는 ‘예술가, 전문가, 종사자들이 서로를 동료로서 발견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경험의 유무나 경력의 차이를 넘어서서, 역할이나 책임의 크기를 넘어서서, 위계 없이 대화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더불어서 ‘용기 있게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축제’를 꿈꿨다. 예술과 축제의 종사자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보듬으며 함께 걸어가는 일, 생태계를 위하여 필요한 일들을 발견하는 일, 서로를 돕고 옹호하기로 작정하는 일들을 꿈꿨다. 각자의 경험과 자산을 공유하는 시간, 그리고 대화와 만남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얻어가는 자리가 이어졌다. 


축제는 유기체와 같아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돌봄, 관여와 기여로 성장한다. 기획하고 설계하는 이들, 운영하고 관리하는 이들, 작품을 창작하고 구현하는 이들, 공간을 관리하는 이들, 홍보하고 소통하는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즐기는 이들, 보살피고 돌보는 이들,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축제가 성장하면 도시의 아이들은 축제와 함께 성장한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페스티벌 센터를 찾았던 200여명의 예술가, 종사자, 전문가들은 모두 이러한 이들에 크고 작게 참여한 이들이었다. 


축제의 수다는 어디로 흐를까.



2023 안산국제거리극축제 - 페스티벌 센터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

주최: 안산시, 안산문화재단

기획: 프로젝트 다리 (임현진, 강유진, 조아라)



* 2023년 6월 한국연극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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