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월 12월 저는 어느 작은 강남역 치과의 원장실 책상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개원 4개월차로 4달간의 적자가 이어지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박사학위 중이었는데 교수님께 딱 1년만 휴학을 하고 남편 병원 안정화를 시킨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출근을 한 첫날이었습니다. 광고대행사 경력도 있는데다 학사와 석사를 광고를 전공하였고 박사학위도 광고전공을 하고 있으니 뭐 그까짓 구멍가게 1년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병원이라는 곳에 입성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미 첫날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쓸 수 있는 예산은 요즘 말로 영혼까지 끌어 모아 500만원이었는데요. 대행사 재직시절 50억미만 광고비를 쓰는 광고주는 귀찮은 존재라 여겼는데 내가 드디어 벌을 받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00만원으로 어찌 적자병원을 흑자로 전환해야 할지 막막하였습니다. 그렇게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니 2010년이 다가왔습니다.
개원하시는 원장님들로부터 도대체 마케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제가 그 맘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씀드리면 대게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십니다. 2010년 1월 책상에 앉아 여전히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모니터는 계속 스크린세이브 모드로 전환되었고 검은 화면에서 평생 내가 보지 못한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나름 광고하는 여자가 작은 구멍가게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모습을 누구에게 들킬까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2010년만 해도 지금처럼 다양한 정보를 온라인상에 찾아볼 수 있지 않았죠. 그리고 지금처럼 다양한 마케팅관련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한달쯤 모니터와 눈싸움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냥 내가 가진 걸 최대한 병원에 맞게 적용해보자. 미국에서 광고를 전공하며 유능한 광고인출신 교수님께 배운 노하우와 광고회사 현장에서 배운 다양한 광고전략수립 방법이 저에게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은 없지만 나에게는 유능한 스승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이라면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지 상상하며 일단 무엇이라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날로부터 6개월 후쯤 저희는 흑자전환이 되어있었고 종종 병원들의 사례로 나오는 매출 몇배가 상승한 그 병원리스트에 오를수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광고회사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로 4대매체광고 (TV, 신문, 라디오, 잡지)를 진행하는 회사들이었습니다. 4대매체에 광고를 할 수 없는 소규모 병의원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의 전략수립 방법과 관리체계를 엿보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것은 1910년경이고 TV를 통해 유료 광고를 처음으로 집행한 것은 1941년입니다. 그로부터 8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광고업계는 다양한 광고집행 전략을 개발하였습니다. 알리스 잭트라우트와 같은 포지셔닝의 아버지도 있고 오길비와 같은 광고제작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대가들이 1940~50년도에 존재합니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은 2022년 지금도 꾸준히 진화중이지면 그 내면의 핵심 이념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역시 진리는 바뀌지 않는 가치를 지는것이지요. 대형 광고회사들은 이러한 누적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키는 면모를 보여줍니다. 대기업 광고회사에 취업하게 되면 상당히 체계적인 교육과 업무 수행 프로세스를 배우며 일하게 됩니다. 단순히 한 명의 유능한 광고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이 광고를 만들어가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예산이 많은 대기업은 이러한 시스템에 소속된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효과적인 광고집행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시스템을 우리의 작은 치과에 적용해보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여러분께 소개 드리려 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러한 대기업의 광고운영 방법을 우리 병원에 어떻게 적용하여 개원초기 적자라는 난관을 하나씩 극복해갈지 소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장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사전 조사와 스터디 단계 둘째는 방향을 설정하고 기업의 컨셉을 도출하는 단계이며 셋째는 도출된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소비자가 만날 창의적인 제작물을 만들과 광고집행으로 전달하는 단계이고 마지막은 앞의 모든 과정이 의도대로 효과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분석 단계입니다. 그럼 하나씩 살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