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과 마케팅에 적용할 3인의 기업가
2022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설이자 드라마 '파친코'의 저자 김민진님이 하버드학생들과 나누는 인터뷰를 최근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국 유학생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신은 오랜 기간 미국에 살았고 이제 사회과학자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데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스스로 취약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작가분 역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였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어떻게 하였는지를 질문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취약(vulnerable)이라 말하며 이런 해답을 내놓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 발전시켜 나가면서, 처음에는 대부분 불안하고 실패할 것 같이 느낀다고 합니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합니다. 지금 이 일이 어려운(difficult) 것인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unfamilar)것인가? 무엇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익숙하지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다는 것과 능력이 없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혹시 마케팅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저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나보다 먼저 앞서나간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이죠. 이왕이면 시야를 넓게 갖기 위해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유능한 마케팅 CEO를 소개하겠습니다. 총 3명의 CEO를 선별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너무도 많은 유능한 마케터가 있지만 이번에는 그 중 기업의 대표이면서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는 분들을 선별해보았습니다. 세분 모두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지만 각자 다른 면모를 가지고 계십니다. 천부적인 디자인감각을 가진 트렌디한 CEO부터 직감과 상식을 뛰어나게 활용하는 대표님 그리고 치밀한 전략가의 기질과 열정으로 타인을 설득하는 분까지 한분씩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카드 정태영CEO_ 까다로움이 아닌 일관됨
광고인들이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은 광고주로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님을 꼽는 것을 저는 현업에서 자주 보았습니다. 그것이 2000년도 중반의 일인데 지금까지도 여전히 선호하는 광고주로 남아계신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신 마케팅 CEO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현대카드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는지요? 미니멀? 트렌디? 위트? 그렇습니다. 모두 현대카드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잠시 멈춰 생각해보면 의아하지 않으신가요? 이 회사는 금융회사입니다. 현대카드는 과거 카드사 중 후발주자로 시작하여 혁신적인 이미지로 시장을 장악해 나아간 무서운 기업입니다. 그 중심에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진 대표님이 있었던 것이지요. 잘 생각해보면 카드사는 우리 의료계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당연하게도 신뢰가 기본으로 업의 본질로 밑바탕이 되어야 하고, 카드사의 서비스 역시 형태가 없는 무형의 것으로 사용자가 그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심히 관찰해야할 브랜드입니다.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님이 회사의 브랜딩을 도출하는 과정을 유튜브 Over the record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6편의 단편 영상이니 필히 시청을 추천드립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대표임에도 마케팅과 브랜딩을 어떻게 바라보고 운영하는지 그리고 광고나 브랜딩 인력을 어떻게 운영하시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여기서 병의원을 운영하는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3가지를 요약하겠습니다.
첫째, 싱크로나이제이션입니다. 현대카드는 다양한 문화공연부터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에 이르기까지 카드사를 넘어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가 그 존재를 마주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일관성을 잃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CEO가 중심을 잡고 기업의 컨셉 키워드 3개를 뽑는데, 이것을 수 년간 활용하고 그 단어가 모든 접점에서 유지되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이 원하는 병원의 컨셉을 정했다면 단 한 곳의 헛점도 없이 그 개념이 일관성 있게 통합적으로 환자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둘째, 현대카드가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좋은 광고회사를 만나서가 아니라 시스템 때문입니다. 현대카드가 원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그리고 키워드로 명확히 표현한 내부 가이드를 기반으로 외부 에이전시에 전달할 명확한 광고요청서가 전달됨을 정태영 대표님은 강조합니다. 좋은 광고는 광고주가 만드는 것이지 광고회사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우리 병원이 원하는 바를 간략히 정리하고 문서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간혹 사업을 하다보면 다른 회사의 예쁜 로고나 인테리어에 잠시 현혹되어 따라하고픈 욕망을 가지게 됩니다. 정태영 대표님은 디자인은 예뻐지려는게 아닌 전달하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도구임을 강조합니다. 실제 Over the record 영상에서 치과를 내원한 경험을 공유하시는데요. 발치를 하려고 치과를 내원했는데 인테리어가 너무 예뻤다고 합니다. 근데 발치하기 직전 번뜩 이 병원이 혹시 이를 잘 뽑는데는 관심이 없고 예쁘게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치과면 어쩌나 하고 겁이 났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만약 치과 인테리어를 결정해야 한다면 그 치과가 가지는 컨셉, 예를 들어 제대로 케어하는 치과라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충분히 배울만한 지적입니다.
스노우폭스 김승호선생님_ 광고를 안하는 것이 광고전략
아마도 많은 분들이 '돈의 속성'의 저자로 김승호 대표님을 기억할 것으로 추측합니다. 하지만 이분은 기업의 대표이고 사장학개론이라 하여 사장님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계십니다. 4년전쯤 저는 사장학개론 8기로 참여해 수업을 듣던 중 역시 성공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의 중 지나치듯 이야기한 스노우폭스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스노우폭스의 매장이 강남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누군가 왜 스노우폭스는 한국에서 광고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시 제가 기억하는 김승호 선생님 (본인은 필히 이렇게 불리고 싶다고 하시더군요)의 답변을 떠올려보겠습니다.
"스노우폭스의 마케팅전략은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못 광고를 하면 망할 수도 있는 브랜드입니다. 우리 제품은 아주 맛있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기대심이 높아져 우리 매장에 방문한다면 실망만 남길 것입니다. 스노우폭스의 도시락은 선호할 타겟이 명확합니다. 간단하고 건강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싶은 젊은 여성입니다. 그들이 알아서 입소문으로 방문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입니다".
실제 스노우폭스의 도시락 매장을 가보면 컨셉이 명확한 매장이라는 점을 알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로서 김선생님은 브랜드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을 기업의 광고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는 판단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CEO라고 무조건 모든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여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성공적 마케팅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김승호 선생님의 책 중 '생각의 힘'을 추천드립니다. 마케터로 도움을 받을 인사이트가 풍부한 책입니다.
병의원의 경우, 개원 초기 광고집행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것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습관적으로 눈에 띄는 신규병원에 내원을 하는 저만의 시장조사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내원 전 미리 온라인에서 미리 그 병원의 모든 마케팅 현황을 파악하고 내원합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보았던 메시지가 내원을 했을 때, 전화를 했을 때, 데스크에서 통일감 있게 전달하는지 그리고 병의원의 모든 MOT 단계에서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이 병의원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할지를 추측해봅니다. 자기자랑 같지만 신뢰도가 매우 높은 점검 방법입니다. 여러분도 테스트 해보시기 바랍니다. 간혹 이렇게 내원한 병원에서 아주 불안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외부 컨설턴트의 향기라고 해야 할까요. 분명 외부에서 볼 때는 전략을 갖고 개원한 것 같은데 실제 내원해보면 내부 시스템이 안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메시지와 통합되지 않은 느낌을 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럴 때 김승호 선생님과 같은 대표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알리는 것만이 해답은 아님을 배워야 합니다.
모티베이터 조서환회장님_ 상식이 실행을 만날때
조서환 회장님은 애경을 거쳐 KTF 부사장이라는 커리어를 가진 어찌보면 마케터 중의 마케터입니다. 2080치약, 하나로샴푸를 거쳐 KTF의 NA와 같은 브랜드가 조서환 회장님의 작품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1등 마케터라고 말한다면 아니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회장님은 군복무 중 수류탄 사고로 오른손을 잃으셨다고 합니다. 직업군인을 꿈꿨지만 좌절하고 우여곡절 끝에 마케터가 되었지요. 이분은 또한 한손으로 골프를 80을 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더 이상의 스토리를 들추어내지 않아도 의지의 한국인임을 간파할 수 있을 겁니다.
워낙 스토리가 많은 분이지만 병원마케팅을 하는 우리가 이분에게 배워야 할 점은 약점이나 단점을 가뿐히 무시하는 회장님의 정신력입니다. 손이 하나 없어 어느 회사에서도 채용은 커녕 면접조차 거부당할 때 면접관실에 뛰어들어가 자기를 어필할 정도로 놀라운 분입니다. 하나로샴푸하면 지금은 그 시대를 산 대부분이 기억하는 브랜드지만 후발주자로 성공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발한 브랜드명으로 시장을 독식한 전략가입니다. 주변에서 퐁퐁이나 비누를 만들던 회사에서 화장품으로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자, 프랑스에 가서 마리끌레르 브랜드 라이센스를 구매해 곧바로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였습니다. 우리는 단점이나 약점을 잊은 사람의 집요함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블루오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미 누군가 시장을 선점해서 규모도 너무 크고 또 다른 어떤 경쟁력까지 갖췄다고 해도 시도도 안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원하는 병의원 주변에 이미 잘나가는 경쟁자가 있다고 과도하게 주눅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선도자가 있음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배워볼만 합니다.
조서환 회장님의 마케팅전략을 살펴보면 모든 케이스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마케팅 전략의 근간이 상식이라는 점입니다. 유니레버의 썬실크 샴푸가 처음 한국에 출시하던 당시 그 향이 머스크와 우디향이었다고 합니다. 서양사람과 달리 한국사람은 이러한 샴푸향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필자도 광고회사를 다니던 시절 미국에서 한국시장 조사차 입국한 유니레버 담당자분께 도브는 향이 텁텁해서 한국에서는 샴푸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가 북극 한파가 메몰아치는 겨울 분위기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분위기에 기가 죽어 조용히 구석에서 나의 방정맞음을 후회했었는데요. 조서환 회장님은 그보다도 한참 전에 결국 미국 유니레버사와 논쟁을 거쳐 썬실크의 향을 프로랄로 바꾸셨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상식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샴푸에서 묵직한 냄새가 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주춤거리고 머뭇거리는 것이 아니라 말이 통할 때까지 논쟁했다고 합니다. 상식을 실행하는 힘,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다양한 상식이 실행력과 만날 때 발휘되는 마케팅의 위력은 회장님의 책 모티베이터에서 확인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