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O7 아사히카와 by 호시노 리조트 이야기

큰 기대 없이 간 호텔에서, 디테일에 감탄하다

by LINEA

부슬비 내리는 5월 오후.

아사히카와역에서 도보 13분, OMO7 앞에 도착했다.

외관으로 느껴진 첫인상은 오래됐다- 였다.


image.png 출처: 호시노 리조트 홈페이지


앞으로의 즐거움을 예측하지 못한 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하루를 보낸 뒤에는,

OMO7 아사히카와를 첫 인상과 달리 완전히 다르게 기억하게 됐다.



좁은 공간을 이겨내는 기획의 힘


체크인은 데스크를 두고 마주보고 하지 않고,

직원이 옆으로 와서, 함께 태블릿 화면을 봤다.

직원과 나 모두 정보를 확인하기 쉬웠고, 과정도 간단해서 좋았다.


체크인 후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속도가 느리다고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지나가는 복도도 뭔오래된 느낌이 있었다. 그냥 비즈니스 호텔인가? 생각이 들었다.


객실 문을 열었다.

엄마가 먼저 말했다.

"오, 구조를 잘 해놨네."


싱글 침대 두 개가 ㄴ자로 배치되어 있었다.

"좁은 공간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예전에 일본 여행에서 더블 침대가 좁아, 동행과 머리를 서로 반대로 두고 잔 적이 있다고 했다.


IMG_3802.jpg 더블침대가 아니어서 좋아


일본 비즈니스 호텔 특유의 좁은 공간. 그런데 싱글 침대를 두 개나 넣었다.

이유를 알았다. 다른 것들을 과감히 포기했기 때문이다.


침대 아래 공간은 캐리어를 넣기 딱 좋았다.

바닥을 캐리어가 차지하지 않으니 훨씬 쾌적했다.


IMG_3805.jpg 실리콘 걸이를 둔 곳을 처음 본 것 같다


옷 놓을 공간은 벽에 걸린 걸이가 전부다.

재질이 실리콘이다. 옷이 덜 상하고, 떨어지지 않게끔 한 배려같았다.


두 칸에는 그물 가방 두 개가 걸어져 있다.

수건을 보관할 공간을 해결하고, 젖은 수건을 넣어도 괜찮은 가방이었다.

작은 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간식이나, 화장을 하기 좋은 위치였다.

여행에서 크게 필요하지 않은 TV는 구석으로 꺼내두었다.


작은 객실에서 경험한 건 좁다가 아니라 효율적이네-였다.


한정된 공간에서 두 명의 숙박객이 어떻게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처럼 보였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공간의 목적에 충실했다.

엄마의 첫마디가 그걸 보여주었다.



고객의 고민을 배려한 시스템


지하 욕장을 이용하려다가, 팜플렛에 적힌 안내가 생각났다.

'지금 사람 많은가 확인해봐야지.'


IMG_3908.jpg 필요한 정보는 팜플렛에 모두 들어있다


팜플렛의 QR코드를 스캔하면, 검색 시점의 욕탕 혼잡도가 뜬다.

사람이 붐비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갈 수 있다.

늘 운에 맡기고 가거나, 기다렸다가 안 붐빌 시간에 가곤 했다.


숙박객의 고민을 이곳에선 실시간으로 확인하게끔 한다.

(입장할 때 카운트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복잡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이걸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손님이 편안하게 욕탕을 이용하게 하려면? 에 대한 OMO7 아사히카와의의 답이었다.


IMG_3869-side.jpg 사람들이 멈춰서 사진을 꼭 찍고간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포토존이 나타났다. 귀여운 동물들이 사우나를 즐기는 그림.

아사히카와는 동물원으로 유명한 도시다. OMO7 아사히카와 또한 도시의 정체성을 담았다.


욕탕 자체는 오래된 느낌이 있었다. 하루의 피로를 풀기엔, 괜찮았다.

사우나 앞에 사우나 모자도 준비되어 있었다.


IMG_3901.jpg 사우나 모자는 굿즈로도 팔고있다


목욕을 하고 나오면 넓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무료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먹으며 쉴 수 있었다.


IMG_3873-side.jpg 먹어서 에너지를 채우자!


흔한 목욕 경험으로 지나가버릴 수 있었는데,

하지만 OMO7 아사히카와는 한계를 다른 경험으로 채웠다.


포토존, 사우나 모자, 무료 아이스크림, 혼잡도 QR, 그물 가방.

작은 것들이 쌓여, '즐거운 경험이었어.'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사히카와를 만나보세요


OMO7 아사히카와의 로비는 널찍하다.

보통 호텔 로비는 체크인 공간이나 짐 맡기는 공간으로 쓰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가족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편안한 조명 아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IMG_3898-side.jpg 친구, 연인, 가족 모두 자유롭게 로비를 즐기고 있었다


북극곰 인형들도 눈에 들어왔다. 호텔 입구에서 들어오면 바로 눈에 띈다.

이것 또한 아사히카와 동물원의 정체성을 녹여낸 조형물이다.


IMG_3860.jpg 호텔에 바로 들어오면 시선을 끄는 북극곰들


벽면에 보이는 거대한 지도. 고킨죠 지도라고 부른다. (고킨죠는 근처, 이웃, 동네를 뜻하는 말이다)

관광 명소뿐 아니라, 동네 맛집, 최신 메뉴까지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만으로도 아사히카와를 충분히 즐기는 정보가 되는 것이다.


IMG_3896.jpg 동그란 지도가 지역 정보를 확인하는 고킨죠 지도


로비를 서성이며 구경하고 있으니, 캐주얼한 유니폼 입은 직원이 다가왔다.

"곰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드릴게요."

(일본에서 사진을 먼저 찍으란 권유는 처음 받아봤다.)

레인저라고 불리는 직원들이다. 지역 투어도 안내하고, 맛집도 추천한다고 한다.


계획에 없어서 참여는 못했지만, 로비에선 다양한 일들이 진행된다

저녁 8시쯤엔 아사히카와 안내도 하고, 밤 10시엔 방향제 만들기 이벤트도 있었다.


IMG_3899.jpg 방향제 만들기


사소한 디테일에서, '고객 경험 연구를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모테나시(환대), 오모이데(추억), 오모시로이(즐거움)


자기 전 OMO 브랜드에 대해 좀 더 찾아보았다.

비즈니스 호텔의 가성비를 챙기고, 도시 관광의 즐거운 경험 두개를 모두 잡기 위한 컨셉이다.

그래서, 도시 관광의 베이스캠프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


OMO에는 환대, 추억, 즐거움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 OMO가 담은 의미를 어느정도 체험한 것 같다.


호텔 내부에도 숙박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한 장치가 있지만,

OMO7 아사히카와는 호텔 외부로 경험을 확장한다.

지역 유명 맛집을 소개하고,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이동하는 노선과 동물원에 가는 노선을 호텔에서 운영한다.

(시즌에 따라 토마무에서 비에이를 거쳐 아사히카와로 오는 노선도 있다)


또, 아사히카와 공항과 아사히다케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호텔 바로 앞에 있다.

모든 게 도시를 경험하게 만든다는 목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사히다케행 버스를 타러 호텔을 나섰다.

정류장은 정말 바로 앞이었다.

의도했는지, 우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호텔은 아사히카와를 여행하기에 편리한 위치였다.



또 다시 와보고 싶은 곳


체크아웃하며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도 느리고, 건물도 오래됐다. 방음도 부족했다. (간간히 옆방 소리가 들림)

그럼에도 디테일에 감탄한 시간이었다.


실리콘 옷걸이, 욕탕 혼잡도 QR , 그물 가방, 고킨죠 지도 하나, ㄴ자 배치 등등.

기대 없이 체크인했지만, 만족하며 체크아웃했다.


엄마도 "다음에 아사히카와 오면 여기에 묵자." 고 했다.


다시 아사히카와에 오고 싶다. 못 해본 게 너무 많다.

레인저 투어에 참여하지 못했다. 동물원도 안 갔다.

저녁에 제공한다는 스파클링 와인도, 1층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지역색 있는 메뉴도 못 먹었다.


IMG_3807.jpg 뷰도 제법 괜찮았다


"사용자가 어떤 불편을 겪을까?"

"그걸 어떻게 해결할까?"


이런 질문을 던진 곳. OMO7 아사히카와였다.


오래된 건물도, 좁은 공간도, 설계로 극복할 수 있구나를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다른 호시노 브랜드도, 다른 지역의 OMO도 가보고 싶어졌다.




당신이라면 어떤 걸 먼저 발견하게 될까?

실리콘 옷걸이일까, 욕탕 혼잡도 QR일까, 공간 배치일까, 아니면 내가 놓친 다른 무언가일까.

어떤 경험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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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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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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