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훌륭하게 설계된 식사의 UX
오리고기집에 가서, 무난히 승리한 경기를 경험하다
선발이 6이닝을 책임지고,
불펜이 리드를 지키고,
마무리 승부를 확정한 경기였다.
가족 식사하러 간 나오리 장작구이.
몇몇 오리구이 전문점에 가봤지만, 이 브랜드는 처음 방문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어서 글을 남겨본다.
오리고기집을 둘러보면, 가족 식사나 단체 회식이 주를 이룬다.
1. 적당한 가격대 (소고기보다는 저렴함, 특별한 날로 포지셔닝하기 괜찮은 가격)
2. 몸에 좋은 고기 (다른 고기보다 불포화지방이 많다는 인식)
3. 굽기 난이도도 낮고, 쌈 등 여러 방법으로 먹기 쉬움
대단한 맛집이라기보다, 여러 조건에 적절히 부합하는 식당이란 생각이 들었다.
메뉴를 고른다 > 고기를 굽는다 > 먹는다 (쌈, 고기로 먹기, 나중에 볶음밥 등)
인원수에 맞게 시키면 양이 약간 아쉽다.
고기를 더 시킬지, 부가 메뉴를 먹을지, 그만 먹을지 고민이 된다.
여기까진 어느 식당을 가도 비슷하다.
이 가게는, 고객이 고민을 하는 순간에 명확한 선택지를 준다.
[1] 가격 장벽 낮추기
식사가 어중간할 때 할 수 있는 선택 첫 번째: 더 시키기
이 가게는 인원수대로 주문 시 가격의 장벽을 낮춰준다.
양도 상황에 맞게 시킬 수 있도록 1인분 단위로 나뉘어있다.
[2] 탄수화물 충전
식사가 어중간할 때 할 수 있는 선택 두 번째: 다른 메뉴 먹기
테이블 당 1개씩 라면 (과 계란)서비스를 제공한다.
탄수화물까지 추가하면, 식사가 풍성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3] 단 맛으로 마무리
- 고기: 단백질과 지방 → 배가 차기 시작한다.
- 라면: 탄수화물 -> 세로토닌(포만감)과 도파민(보상)반응으로 만족감이 올라간다.
- 아이스크림: 당 → 도파민 피크.
뇌에서는 식사가 끝났음을 확인하고, "오늘 잘 먹었다"로 마무리된다.
오랜만에 먹은 죠리퐁은 너무 맛있었다...
야구로 치면 이렇겠다 싶었다.
- 고기는 선발투수 → 6이닝 승리투수 요건 확정
- 라면은 중간계투 → 선발 승리를 유지
- 아이스크림은 마무리 투수 → 승부를 확정
선발- 중간- 마무리가 원활하게 돌아가며 “오늘 경기 운영도 훌륭했다"로 끝난다.
[4] '무제한 제공' 메시지
대부분의 오리고기집에는 '환경을 생각해서 음식을 남기지 말아주세요' 라고 써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문장은 은근한 압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곳에선 <막 퍼다 드세요> 하며 제약을 두지 않는다. 마음이 한결 편했다.
차돌박이는 가게들마다 차이가 없었고,
이번에 먹는 오리구이는 조금 아쉬웠다. 기름이 부족한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붙이는 이유는,
식사 과정에서 할 법한 고민을 모두 해결해주기 때문이었다.
- 가격 고민: 1인분 당 50% 할인이라는 메시지로 부담 완화
- 양 조절: 필요한 만큼만 더 주문하거나, 셀프바나 라면 등으로 보완
- 다양한 선택지: 고기 선택, 라면 선택, 아이스크림 선택 등 개인의 취향 맞춤
고민도 줄고, 배도 불러서 나오면 생각은 여기에 미친다.
"다음에 또 오자"
간단해 보이지만, 잘 설계된 식사 경험이라 메모처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