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장학 두 번 한 사람 누굽니꽈
임상장학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장학이며, 새내기 교사의 부족함을 고려하여 이들을 지도해 줄 멘토 교사를 학교에서 지정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선배님의 여러 가지 지도편달을 받아 세안(수업의 개관부터 시작해서 세세하게 적어야 하는 그런 지도안. 이를 간략하게 적어내는 것이 약안이다.)을 작성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정해진 일시에 교장, 교감, 부장님 앞에서 수업을 하면 되는 그런 내용이다.
매일 하는 게 수업인데 뭐가 긴장되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장학'이라는 이름은 15년 차가 된 지금도 뭔가 부담스러운 그런 단어다. 평소엔 좀 자유롭고 편안하게 해도 될 수업이지만 이런 날 만큼은 구조화, 정교화, 정석대로 딱딱 맞춰 진행시켜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날은 유독 애들이 예민하다.(참고로 난 특수교사다)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교실에 흘러서 그런 것일까. 좌우지간 장학이라는 것은 교사에게 참 긴장되는 날이며 임상장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난 이 임상장학을 2번이나 해봤다. 그 이유는... 내가 기간제 교사였기 때문이다. 다른 기간제 선생님들은 한 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참 많던데, 난 애석하게도 1~2년 이내로 계약종료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A학교에서 임상장학을 한 내용이 B학교에는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전 해에 임상장학을 했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학교에서는 또다시 임상장학 대상자가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 귀한 임상장학을 두 번이나 해봐서인지, 이 부분에 대해선 내가 할 말이 남들보단 많다. 일단 첫 번째 임상장학은 정말 조졌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성공했다. 이 두 수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제 및 방법 정하기
첫 번째 임상장학은 애들을 고려했다기보단 특수교사인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교장, 교감선생님 모셔놓고 수업하는 것이니 이분들께 뭔가 뿌잉뿌잉 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회과에 있는 내용 중, '우리 학교 교장, 교감선생님 알기' 차시 수업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아이들도 아니었는데 너무 어려운 주제를 선택한 건 아닐까 싶다. 그냥 학교에서 교장, 교감선생님이 누군지 알고 바르게 인사만 해도 100점 아닌 건가.
어쨌든, 이 분들의 존함을 알고 이 분들이 하시는 일이 뭔지를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교감 선생님이 하시는 역할이 '감리'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감리라... 검색해 보니 감독하고 관리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구나. 근데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풀어 설명해줬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살포시 무시했었다. 내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도 감리의 뜻을 모르는데, 초등학교 6학년 짜리 장애학생들에게 감리가 웬 말이냐.
수업 내용도 참 학구적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교장, 교감이 하는 일을 알고 이 분들의 존함 알기. 그리고 쓰기.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된 평가하기. 음... 그냥 글로만 써놔도 참 재미없다. 이런 수업을 해서인지 애들은 수업 내내 괴성을 질러댔고 누군가는 오열을 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40분간 지켜본 교장선생님은 나에게 수업 중 아이들의 문제행동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음... 일단 수업이 재미가 없으니 그랬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두 번째 임상장학은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이 아니라 이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수업을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을 들였었다. 당시 과학교과를 가르치던 교과전담이어서 국어, 사회보단 즐겁게 할 수 있는 수업주제가 더 많기도 했다. 고민 끝에 '여름에 나는 과일'을 주제로 수업을 했다. 과일을 직접 자르고 단면을 살펴보고 심지어 먹어보기까지 하는 수업. 그러고 나서 아코디언처럼 생긴 여름과일책을 만드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이때 수업은... 일단 이 반 아이들이 먹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장애가 심한 친구들도 먹는 데는 딱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수업 집중도가 높았다. 그리고 자르고 맛보고 향을 맡아보고 하는 수업이라 아이들이 할 일이 참 많았다. 아코디언 과일책도 아이들 앞에서 쫙 펼쳤을 때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와!"라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당시 임상장학이 끝난 뒤, 교감선생님께서 "오늘 수업 참 잘 봤어요."라고 말씀하신 후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그냥 의례적으로 건넨 덕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짧은 문장 한 줄이 날 참 오랫동안 행복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이나 임상장학을 해봤고 지금까지 수없이 수업장학을 해봤으니 지금은 수업의 달인이 되었겠네?라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다. 애석하게도 그건 절대 아니다. 수업은 왕도가 없고 배움에도 끝이 없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하긴, 수업만 그렇겠나. 아이들 지도하고 함께 생활하는 것 자체가 답이 없고 끝이 없지.
(너무 오랜만에 발행을 하려고 하니 글이 잘 써지지 않네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