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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통합교육현장으로 가다

이번엔 잘할 수 있을까?

by 피존밀크




3년여간의 특수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이 생활이 뭔가 지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교감과 교무부장이 사이가 워낙 나빠 학교 분위기가 엉망진창이었던 곳도 있었고, 이미 친목이 단단하게 형성되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던 곳도 있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난 특수학교에 어울리지 않아’였다. 그럼 특수학급에는 어울리는 사람인가, 그것 역시 아니었다. 첫 번째 기간제 교사 생활 때 그것을 처절하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래저래 도망칠 지구는 없었지만 어쨌든 이 학교는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교통이 좋거나 인프라가 좋은 학교는 이미 내정자가 있거나 훌륭한 기간제 교사들이 지원해서 나는 늘 면접 들러리만 서다가 오곤 했다. 한 번은 주소지가 경기도 안산시여서 설레는 마음으로 해당 학교 주소를 지도에 검색해 봤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그 학교 주변엔 파란색이 가득했다. 그렇다, 그 학교의 위치는 무려 ‘섬’이었다. 내가 아무리 빽이 없고 능력도 없다지만 섬까지 갈 일인가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긴 한데 20대 후반의 치기 어린 생각이었으니 이해 부탁드린다.



우여곡절 끝에 2월 마지막 주에 기간제 교사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면접을 보는 내내, 계약서를 쓰는 내내 교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나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유일한 지원자가 나였기 때문에 억지로 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그래도 아직 쓸모가 있는가 봐!’라는 자아비대한 생각을 하곤 했었다.



경력도 미천하고 심지어 특수학급 경력도 3개월 남짓인 사람을 1년 기간제로 뽑는 자리는 도대체 어떤 자리였던 걸까. 오죽했으면 이런 사람이라도 붙잡아야 했던 것일까.



실무사와의 관계 형성은 어찌 할 것인지, 힘든 아이가 있는데 어찌 중재를 할 것인지 등등. 면접 때 참 많은 힌트를 줬었지만 당시엔 이번엔 계약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그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난 그렇게 통합교육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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