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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쭹이 Nov 15. 2018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저스펙 인재들이 찾은 해답

꼭 Sky나 고스펙일 필요는 없다.


취업을 하는 데 있어 출신 학교와 스펙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할까?

정확히 모르긴 해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출신 학교와 스펙은 그들의 ‘성실함’을 판단하는 척도이기에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출신 대학’이란 스펙은 고등학교 때 이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냐는 척도일 것이고 그마저 안 되면 ‘학점’이란 스펙은 본인이 주어진 환경인 대학교에서 얼마나 시키는 일을 잘했느냐의 척도일 것이다. 나머지 스펙들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리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스펙’은 ‘성실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 지점이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은 이익을 내야 하는 단체이며 그들이 주는 월급보다 수익을 많이 창출해내야 하는 구조이기에 사람을 뽑을 때 시키는 일에 대한 ‘성실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열린 채용으로 학점 및 스펙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예 그 부분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학교 빨도 스펙 빨도 그다지 많이 없는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지인들이 여러 곳의 대기업을 뚫은 것을 보면 여러분은 ‘아주 안 되는 건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어도 된다.     

지금부터 나의 경험담을 한 번 털어놓아 보겠다.


한창 취준생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현대건설’ 면접을 갔을 때 일이었다.

하필이면 내가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중공업과 면접 시기가 비슷해 따로 준비를 많이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는 없는 전공면접이 있었기에 나는 거의 반 포기상태로 면접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전공이 건축공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축 쪽에는 아는 것도 없는 일자무식이었기에 전공면접이 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는 거의 뭐 반 포기 상태였다. 회사에서 준비 해오라는 ‘3분 자기소개’나 떨지 말고 잘하고 나오자는 마음뿐이었다.

      

아침 일찍 긴장된 눈을 비비고 일어나 ktx와 서울의 지옥철을 달리고 달려 회사가 있는 종로에 도착했다. 사원증을 찍고 출근하던 직장인들의 모습이 그땐 뭐 그리 멋있어 보이던지.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괜스레 그 모습을 보니 ‘아 조금이라도 전공을 준비할 걸 그랬나’라는 후회감 마저 밀려들었다. 멋있고도 신기한 직장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면접 대기장으로 가서 이름표를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할 틈도 없이 그다음 조에 내 이름이 불렸다. 5명이 한 조였고 우리 조에는 여자 2, 남자 3명으로 이루어졌다. 처음 보는 사이라 출신 대학이 어딘지 몇 살인지 몰랐지만 그들 역시 긴장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 나만 떨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조금씩 긴장이 풀렸던 것 같다. 면접이 시작되고 세상에서 제일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들어가 인사를 하곤 ‘3분 자기소개’를 했다.     


첫 번째 면접자부터 3분 자기소개를 하는데, 뭐랄까. 내가 면접관이었다면 별로 매력이 없는 자기소개라고나 할까. 게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나 외운 티가 팍팍 나도록 임팩트 없는 3분 자기소개를 하는 게 아닌가. 그다음 사람 그 다다음 사람도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딱히 임팩트가 있지 않았다. 본인의 어떤 점을 어필하려 하는 건지. 아무리 외운 자기소개라 해도 진정성이 없는 진부한 ‘성실함’ ‘리더십’이란 멘트들로 면접관들의 얼굴은 조금씩 굳어 갔다. 같이 들어간 여자분도 예쁘고 여리여리한 아나운서 톤의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고 나는 유일하게 준비한 3분 자기소개를 해나갔다. 정확하게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그 3분 동안 3가지 정도를 어필한 것 같다.   

  

첫 번째는 바퀴벌레도 씹어 먹을 만큼의 ‘대담함’

두 번째는 국가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만한 ‘체력’

세 번째는 화장실도 파 썼을 만큼의 ‘현지 적응력’     


자기소개가 끝나면 “다음” 하며 그다음 사람으로 넘기던 면접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도 중국이나 인도나 출장을 많이 다니지만 사실 현지에 있는 관리자나 작업자가 권해도 바퀴벌레는 도저히 못 먹겠던데 어떻게 먹었나요?”부터 시작해서 “무슨 운동을 하신 건가요? 국가대표와는 어깨를 언제 나란히 한 거예요?” 등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첫 번째 바퀴벌레를 씹어 먹었던 경험은 중국 봉사활동을 갔었을 때 전갈과 바퀴벌레 등을 파는 시장에서 중국 학생이 하도 권해서 조금 맛보고 씹다가 오만상을 하며 뱉었던 경험이었고, 두 번째 국가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경험은 ‘드래곤보트 대회’ 아시아 게임 채택을 기념해 대학부 출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대회에서 지인들과 재미 삼아 출전해서 신생 종목의 국가대표들과 시합을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던 것이었다. 세 번째도 아무것도 없는 시골 외지에서 같이 봉사하는 사람들과 푸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썼던 경험이었다.     


면접관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에 답을 다 하고 나니 시간이 나도 모르게 참 많이 흘러가 있었다. 다른 면접자들에게는 교량이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교량이 응력을 많이 받는지 등의 매우 전공면접 다운 질문을 하셨고 나는 이미 할당된 시간을 자기소개에서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제일 쉬운 질문, 누구나 현대건설 홈페이지만 들어 가보면 알 수 있는 그런 용어를 질문하셨다. 그런데도 그것을 몰라서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리고는 ‘일을 하는 융통성은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입사 후 꼭 OOO전무님을 찾아뵙고 답을 드리겠다.’고 황당무계한 말을 하고 면접이 끝났다.


그렇게 전공면접을 포함한 여러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전공면접에 그렇게 쉬운 질문 하나 답을 못한 것을 떠올리며 떨어졌겠거니 생각했다. 게다가 같이 면접 본 지원자들의 스펙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면접 후 담소를 나누며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았다. 특히 그중 여자 지원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석사를 졸업 후 건설 잡지사 인턴까지 한 인재 중 인재였다. 자기소개나 인성면접에서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전공면접에서 빠삭한 지식을 뽐냈던 그 언니에게 쨉이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웬걸 며칠 후 나는 현대건설로부터 “한주형 님, 축하드립니다. 최종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1차 충격을 받았고 합격자들이 모이는 OT에 참가했을 때 그 스펙 짱짱한 언니가 떨어지고 내가 합격했다는 사실에 2차 충격을 받았다.     


참 희한한 일이지 않는가. 수재 중의 수재를 떨어뜨리고 내가 합격했다니.      

그때 깨달았다. ‘지식’과 ‘스펙’이 합격의 당락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펙’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는 사실을 그때 몸소 경험을 해 보고서야 느끼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3분 자기소개’가 날 합격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나와 함께 일한다고 생각했었을 때 뭐가 제일 우려되고 걱정될까?

그것을 그들이 먼저 묻기 전에 내가 먼저 치고 들어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여긴 건설사이기 때문에 해외출장이 잦을 것이고 게다가 사이트가 대부분 아무것도 없는 오지에 많기에 그곳의 음식을 적응하는 문제, 여자인 나에게는 체력적인 문제, 그리고 그런 오지에 있는 현장을 적응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니 그것들을 짚고 넘어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고 그것을 그대로 3분 자기소개에 녹인 것이다.


‘취향저격’이라고 하는가? 그들이 제일 걱정하고 공감하는 것들을 ‘취향저격’했기에 이미 나에게 좋은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반면 100에 90은 얘기하는 ‘성실함’과 ‘리더십’을 어필하는 그들의 자기소개는 현직자들이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결국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면접관들도 본인들이 같이 일 할 부하직원들을 뽑는 것이다. 만약 뽑아는 놨는데 머리에 든 것은 많지만 현장의 문화가 안 맞아 힘들어한다거나 오지에 나가려 하지 않고 서로 쭈뼛대거나 또는 여자랍시고 여리여리한 척하면서 힘든 일은 마다하고 그런 직원은 뽑기 싫은 것이다.      

각 각의 회사마다 그 회사의 특성상 원하는 취향이 있고 업무 특성이 있다.

그 틈을 공략해야 한다.




잊지 말자. 스펙을 이기는 건 우려를 확신으로 바꿔주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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