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 기자직 자소서 쓰는 법
합격 자소서 공개까지!
※ 모든 내용은 저와 제 지인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기자직 서류 전형에서는 소위 말하는 ‘스펙’보다 자기소개서 내용이 더 중요하다. 정량 스펙이 동일해도 자기소개서에 따라 각 회사의 서류 합불이 결정되곤 했다.
예를 들어 나는 같은 스펙으로 서울경제와 매일경제에 지원서를 접수했는데, 서울경제의 서류 전형에서는 탈락하고 매일경제에서는 합격했다.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고, 그에 따라 자기소개서 질문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1. [지원동기] 사소해도 되지만 설득력 있게
어떤 회사 지원서든 지원 동기를 물어보는 자기소개서 질문이 꼭 있다. 기자직에서는 이 문항이 특히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언론사 입사 준비반 첫 수업에서 ‘나는 왜 기자가 되고자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1000자 분량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한 달 동안 교수님 피드백을 거쳐 여러 번 고쳐 쓴 후에야 글이 완성됐다.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나중에 두고두고 도움이 됐다.
나는 두 가지 콘셉트를 활용했다. 하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참여한 ‘민중총궐기’에서 기자를 만났던 이야기, 나머지 하나는 대학 전공인 사학과 공부를 하다가 과거의 기록물-현대의 기록물-기사-기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였다. 후자가 더 합격률이 높았다.
합격 자소서 일부를 아래 첨부해보았다.
<변화의 역사가 빈틈없이 기록되길>
세 종류의 일간지를 매일 챙겨 보시는 부모님은 기사가 ‘기록된 오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누굴까?’하는 생각에 본전공인 사학과 수업을 들을 때면 기록된 역사보다는 역사를 기록한 이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 생각은 기자라는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현대의 사관이라도 불리는 기자의 역할이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역사는 늘 승자의 입장에서 쓰였지만, 지금의 역사는 소외되는 목소리 없이 모두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은 사회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문항에서는 얼마나 진심이 느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은 다소 거창하지만 사소한 에피소드나 경험을 담아도 상관없다.
기자라는 직업에 왜 관심을 갖게 됐는지, 왜 꼭 기자여야만 하는지,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진솔하게 풀어내면 되는 것 같다.
2. [준비된 역량] 꼭 인턴이나 학보사 경험일 필요는 없다
기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다양하다. 작문 실력, 의사소통 능력, 친화력, 끈기 등 여러 역량을 어필할 수 있다. 언론사 인턴이나 대학 학보사 경험이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언론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어도 정식 인턴을 해본 적은 없다. 주변 기자들이나 동기들을 봐도 기자 관련 경험 없이 합격한 사람들이 꽤 많다.
경험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발휘한 강점이나 발전한 점, 깨달은 점을 담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기자가 볼 때는 별 것 아닌 사건일 수 있어도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해진다.
나 같은 경우 늘 이런 문항에는 대학 때 취재 실습 과제를 수행하면서 발휘한 끈기를 어필했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혹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풀어내는 문항이라고 생각했다.
<끈기로 무장한 취재 실습>
미디어학부의 실습수업과 교내 기자 준비생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약 2년 동안 기사 쓰기를 배우고 실제로 기사를 써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취업난, 주거난 등 주로 대학생과 관련된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하지만 일개 학부생 신분으로 취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인터뷰를 계속 거절당해 기획기사 주제를 여섯 번 바꾸기도 했고, 여러 번 방문해도 눈앞에서 무시당하곤 했습니다. 수강생 절반 이상이 중도에 포기하곤 했지만 저는 단 하나의 과제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완성해냈습니다. 현실적 장애물들은 오히려 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답변을 얻기 어려운 주제일수록 관심이 갔고 퇴고를 거듭할수록 제 기사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언론 관련 경험이 아니어도 자신이 추구하는 기자의 모습과 엮어서 이야기하면 충분히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주변 기자들이나 동기들 중에는 외국어 실력이나 기자와 무관해 보이는 전공(공학, 경영학 등) 지식 등을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어필한 사람들도 많다.
3. [성격, 가치관] 살아오면서 스스로 변한 점, 발전한 점 찾기
기자직 자소서에는 자신의 성격, 가치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을 물어보는 문항이 단골로 등장한다. 자소서 작성에 앞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작업을 해두면 편하다
큰 갈등 없이 평탄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어도 사소하게나마 협업한 경험(팀플, 동아리, 프로젝트 등), 그 안에서의 갈등, 느낀 점 등을 쭉 정리해보면 글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문항에서는 포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가치관을 어필하면 좋은 것 같다. 기자는 늘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부딪치는 직업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가져왔고, 기자와 억지로 엮지 않는 대신 내가 평소 어떤 삶의 태도를 갖고 있는지 설명했다.
<하루살이는 죽지 않는다>
저는 ‘어디를 가도 굶어 죽지 않을’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매일 모든 에너지를 쓰면서 활발하게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내용이라 중략) 학점, 용돈, 대외활동을 다 챙기겠다고 하루 일정을 끝낸 밤에 열람실로 향하는 제게 친구들은 ‘넌 오늘만 사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멀리 내다보지 않는다는 점은 유익한 기회를 놓치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이 가치관을 고집하는 것은 제가 그동안 성장해왔음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대외활동을 하지 못한 대신 13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기쁨을 배우고 붙임성을 길렀습니다. 진로와 무관한 동아리 활동 덕에 현재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남들보다 늦은 이중전공 진입은 제게 절실함을 더해주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 생활을 돌아보면서 매 순간에 집중한 ‘과거의 나’ 덕분에 늘 ‘현재의 나’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현재에 충실하자는 가치관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자신이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그 목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솔직하게 풀어내면 되는 것 같다. 작은 사건이라도 내게 큰 울림이나 변화를 준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소개하는 게 자소서다. 자소서를 읽어 내려가는 사람이 나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설득력 있게 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