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직 채용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걸 꼽으라 하면 열 명 중 열 명은 논술을 말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논술을 완성해왔는지 소개하려 한다.
논술 시험은 서류 다음 단계인 필기 단계에서 치르게 된다. 회사에 따라 필기시험 때 작문, 영어, 국어, 기사 작성 등 다양한 테스트를 요구하지만 어느 회사든 논술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논술 시험 점수가 이후 실무, 최종 단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기자직 준비생이라면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신문기자·방송기자 가리지 않고 지원했지만 논술 준비는 늘 신문을 끼고 했다. 논제를 정하는 것부터 글의 구조를 짜고 문장력을 기르는 것까지 신문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1단계. 논제 정하기 -기사 제목과 부제 보기
나는 매일 신문을 읽으면서 현재 어떤 사안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특히 1면 톱기사 주제를 포함해 8면 이내 앞 쪽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해 다루고 있는 주제를 소화했다. 주요 기사들의 제목과 부제를 통해 이슈와 쟁점을 파악할 수 있다.
한 곳의 신문만 읽으면 놓치는 주제가 생기거나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될 수 있어 최소 4~5개의 주요 일간지를 보는 게 좋다. 혼자 보는 게 어렵다면 신문 스터디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제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논제 적중률이 높다면 필기 합격률도 저절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논제는 시의성이 높은 것과 보편적인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주요 일간지가 공통적으로 사설에서 다루는 주제를 가져오는 게 한 방법이다. 후자는 '공정' '바람직한 보도' '진정한 복지' 등 그때그때 사건들에 따라오는 커다란 키워드를 가져올 수 있다.
2단계. 구조 짜기 -기사 문단 구성 보기
글의 구조를 짤 때는 기획기사의 문단 구성을 참고했다. 기획기사 첫 문단은 그것만 봐도 전체 내용을 알 수 있을 만큼 잘 요약된 형식이다. 이후 본문은 대개 '문제 제기(이슈 소개)→문제의 심각성(해결해야 하는 이유)→해결책 및 대안' 흐름을 보인다. 나는 논술도 이런 흐름과 비슷하게 쓰곤 했다.
문단 구성은 늘 4개 문단으로 짰다. '1문단=글 전체 요약, 2문단=내 주장, 3문단=왜 내 주장대로 해야 하는지(혹은 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지), 4문단=구체적인 해결 방안' 대강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각 문단의 첫 문장은 무조건 그 문단을 대표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렸다. 문단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어떻게 짰는지 아래 예시를 덧붙인다.
*논제: 청년층의 정치 참여 필요성과 확대 방법
-1문단: 우리 국회에는 2030대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 / 청년을 위한 정책은 청년 정치인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2문단: 지금의 선거 시스템은 청년 정치인의 국회 입성에 매우 불리하다. / 구조적으로 많은 돈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선거운동이 강요되는 것이다.
-3문단: 국회의원이 된다 하더라도 청년 정치인에게 정치 현실의 벽은 높다. / 청년 이슈가 청년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닌데도 그들에겐 '청년'이라는 만만한 낙인이 찍혀버린다.
-4문단: 청년이 국회에 진출해 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 더 이상 청년 정치인이 표심을 얻기 위한 얼굴마담으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제도적인 보완이 필수다.
매번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2문단 첫 문장이다. 1문단이 서론 격이라면 2문단이 본론 첫 문단이기 때문에 2문단 첫 문장에서 내 주장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3단계. 문장력 기르기 -칼럼 or 비문학 읽기
논술 시험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치르기 때문에 '잘 읽히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 앞 몇 문장만 읽어도 계속 읽고 싶은 글인지 아닌지 갈린다. 적어도 독자가 읽기를 관두지 않게 쓰려면 단문으로 쓰는 게 유리하다. 무조건 짧게 쓰는 게 아니라 한 문장에 한 가지 내용만 담는 것이다.
또 문장과 문장 간의 관계가 유기적이어야 잘 읽힌다. 문장과 뒷 문장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한 덩어리를 이루는 게 읽기에 편하다. 앞서 예시로 쓴 논술 글에서 3문단의 일부를 가져와 예시로 첨부한다.
(전제) 국회 안에서도 실질적 세력과 권한은 돈과 인력에서 나온다. (문제점)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들의 청년위원회에는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딋받침) 정당 내에서 청년들이 활동하는 것부터 찾아보기 힘들다. (사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내 위원회 등을 구성할 때 청년층에 일정 비율을 할당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청년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잘 쓰인 글을 보면서 문장력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명한 칼럼니스트의 글을 필사하기도 했었고, 짬이 날 때마다 비문학 책을 읽으며 잘 짜인 문장들을 메모해두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