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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담 Feb 03. 2022

[취준] 기자직 면접 잘 보는 법

합격 면접 질문&답변 공개!

기자직 채용의 마지막 관문도 역시나 면접이다. 필기 통과 이후 실무면접과 최종(인성) 면접을 따로 보는 곳도 있고 한 번의 면접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곳도 있다. 실무면접에서는 신문사와 방송사의 차이가 명확하다. 신문사는 정해진 시간 안에 르포를 작성해오는 과제를 내주기도 하고 조별로 토론을 시켜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방송사는 카메라 앞에서 리포트 원고를 읽는 카메라테스트를 포함해서 실무면접을 치른다.


이번 글에서는 회사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실무면접보다는 비교적 보편적인 최종면접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나는 여섯 번의 최종면접을 경험했다. 최종 관문에서 다섯 번을 떨어지면서 깨달았던 점들을 소개한다. 글의 마지막에는 합격한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들과 내가 했던 답변을 올려두었다.




1. 시사 지식은 기본, 소신을 갖추자

사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은 어느 면접에서든 나오기 마련이다. 최종면접에까지 올라간 지원자라면 시사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언론사들이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 중 최소 5가지 정도는 제대로 소화한 상태로 면접에 임하는 게 좋다.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면 그중 본인의 입장을 확실히 정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스크립트를 짜두고 여러 번 연습해 긴장한 상태에서도 말이 술술 나올 정도로 만들어두었다. 내가 한창 면접을 보던 2020년에는 코로나 방역, 긴급재난지원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이 뜨거운 감자였다. 어떤 방역 방식이 현명한지, 긴급재난지원금은 어떤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지,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떻게 제정돼야 하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나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짰다.


지원하는 언론사의 논조가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억지로 해당 언론사의 논조에 내 답변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남의 논리를 가져와 공감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자기주장을 소신껏 풀어나가며 당당한 모습을 어필하는 게 더 유리하다.


2. 다른 지원자를 이길 필요는 없다

최종면접은 다대다 면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지원자들의 답변을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스펙(보통 나보다 대단해 보이는...)을 알게 된다. 공통 질문에 대해 차례로 답변할 때 내 답변이 다른 사람들보다 별로였다고 느껴지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


다대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다대일 면접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다른 지원자들과는 우연히 시간이 겹쳐 한자리에 앉았을 뿐, 서로가 서로의 비교 대상은 아니라는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 조에서 여러 명의 합격자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조에서는 한 명도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준비한 대로 나만의 페이스를 면접 종료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긴장하거나 주눅 들면 무조건 티가 난다.


그렇다고 남이 답변할 때 아예 듣지 않고 내 답변만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된다. '나는 이렇게 준비했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준비해왔구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듣는 게 좋다. 면접 중에 갑자기 지원자들끼리 서로의 답변을 반박해보라는 질문이 떨어질 때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상대를 이길 필요는 없다. "저는 A라고 생각했지만 000님의 말씀을 들으니 B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C라는 관점에서는 A가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이런 식으로 포용력까지 어필하는 게 더 유리하다.


3. 첫째도, 둘째도 자신감

모든 직군 면접에서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기자직 면접에서는 조금 과한 자신감을 장착해도 좋다. 다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긍정적인 태도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면접관이 내가 모르는 내용을 질문할 수도 있다. 그 상황에 "모르겠다"고 자신 있게(?) 답하는 게 아니라 "그 부분까지는 생각을 못해봤지만 제가 이해한 선 안에서 말씀드리면 이러이러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 있게 풀어가는 것이다.


즉, 답을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도 '망했다'고 좌절하는 게 아니라 준비한 내용을 활용해 답변하는 등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기자의 근무 환경은 기본적으로 미지의 영역에 놓여있다. 한 부서에서 2~3년 있으며 적응하더라도 부서가 바뀌며 새로운 출입처를 받으면 또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것 없는 상황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모르는 게 없는 것(사실상 불가능하다)보다는 모르는 것에 부딪치는 겁이 없는 게 더 나은 환경이다. 어떤 변수와 난관에도 자신감 있게 회복하는 모습을 어필하는 게 유리한 이유다.




<합격 면접 질문과 답변>

합격한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과 나의 답변을 공유한다. 참고로 경제 일간지 최종면접이었고 면접관 4명, 지원자 2명이 들어간 다대다 형식이었다. 면접 시간은 약 25분이었다. 개인적인 내용까지 공개하는 만큼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공통 질문) 정부, 기업, 개인 중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는 누구고 이유는?

= 기업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개인은 소득을 얻고 그 개인의 소비 활동으로 정부가 세금을 얻는다. 즉 기업은 생산활동을 하는 유일한 주체로서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연료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법안으로 이 연료를 부족하게 만들고 있다. 활발한 기업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책들이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이후 개인 질문)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규제만능주의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각종 핀셋 규제와 대출 규제 정책을 폈지만 그럴수록 집값은 올랐다. 시장 논리를 무시하는 규제는 잘못됐다. 결국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것은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법은 공급을 늘리는 데 있다. 특히 수요가 큰 도심 지역의 공급은 재개발 재건축으로만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마저 막아 두고는 공공주택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래서는 공급이 안 생긴다. 기업과 임대사업자 등 민간과 함께 만들어야 현실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지난해 폐지한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시키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풀어 민간과 함께 도심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3. (다른 면접자에게) 1인 1 주택이어야 하나, 다주택이어도 되나 (다른 면접자 답변 후 나에게 "옆사람 답변 어떻게 생각하나" 재질문)

= 1인 1 주택 발상은 터무니없다. 1인 1 주택이 실현되면 건축업이 몰락하는 것은 물론 주거이동의 자유마저 사라진다. 다주택자가 나쁘다고만 규정해버리는 프레임이 문제다. 그들이 임대사업자로서 무주택자가 거주할 주택을 공급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주거난 해소다. 즉 1 주택이냐 다주택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주거 안정을 실현하느냐다.


4. 아르바이트를 다양하게 했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지

=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찼던 알바는 서울의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했던 셋톱박스 방문판매다. 나는 매일 다른 직원들보다 2~3대를 더 팔았다. 비결은 경청이었다. 가정집에 방문해서 집 특성을 파악한 후 고객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지며 스몰 톡을 시도했다. 자연스럽게 고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니 판매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내 목적이 있더라도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것이 좋은 전략임을 깨달았다. 기자가 된다면 이러한 경청 습관을 취재에 활용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아이템을 발굴하겠다.


5. 교환학생을 다른 나라도 아니고 홍콩으로 간 이유는?

= 당시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홍콩을 선택했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곤 했는데, 아예 서양 문화권을 경험하기보다는 같은 동양 안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6. 다큐멘터리 동아리에서 다큐 직접 만들었나, 어떤 다큐 만들었는지

= 매 학기 한 편의 다큐를 만들었다. 한 학기에 동아리 멤버가 약 20명이었고, 6~7명씩 한 팀이 되어 3팀이 각각 한 편의 다큐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학기 말에는 세 편의 다큐를 공개하는 상영회도 열었다. 내가 제작했던 다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에 유학 오거나 교환을 온 외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였다. 당시 외국에서 한국인이 인종차별을 겪는 사건들이 이슈였는데, 사실 한국인도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이나 문화차별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보고 싶었다.


7. 디지털 미디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레거시 미디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된다 생각하나

=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위기론도 나오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레거시 미디어만큼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정제된 형식으로 전하는 매체는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레거시 미디어만의 정보력과 전달력은 독보적이다. 그만큼 앞으로도 콘텐츠 내용물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유튜브 채널)' 같은 경우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구독자 7만 명을 달성했다.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이 그때그때 정책을 풀이해주고 부동산 전략을 알려주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증거다. 앞으로도 전통 미디어는 이렇게 전문성을 활용해 내용적인 측면을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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