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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Apr 12. 2024

세상 모든 게 신뢰다

고립자로서  

세상 모든 게 신뢰로 이루어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1. 가장 먼저 우리가 쓰는 화페는 신뢰로 만들어진 거다. 원가는 몇원도 안 하는 종이쪼가리들을 우리는 천원, 오천원, 만원 이렇게 이름 붙이고 있다.


2. 고대~중세까지만 해도 돌이 화폐로 쓰였다. 그 돌이 바다에 빠져서 찾을 수 없어도 "아 그 때 너희집 돌 바다에 빠졌댔지? 그럼 그거 내 걸로 할게" 라면서 돌이 화폐로 쓰였다.


3. 이 돈으로 우리는 구매, 판매를 한다. 우리의 돈은 한정되어있기에 우리는 좋은 물건을 사야 했다. 믿음직한 사람의 물건을 사야 했다. 그게 처음에는 이웃이었을 테고, 나중에는 브랜드로 진화했을 거다.


4. 브랜드는 신뢰의 좋은 매개체가 된다. 깔끔한 매장, 로고, 유니폼, 홍보영상 등 브랜드를 만드는 데 들인 노력과 비용은 소비자가 이곳이 짜치는 곳은 아니겠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5.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에서도 우리는 신뢰가 중요하다. 학연 혈연 지연. 경력사항에서 나아가 레퍼체크까지 한다. 저번 회사에서 얼마만큼 신뢰를 받았는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6. 신뢰는 관계에서도 영향을 준다.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친구가 되지 않고, 00의 친구 이런 식으로 관계를 넓혀간다.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 엄청난 부자거나 현자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럴 시도를 하지 않는다. 병원, 법원에서 구르면 사짜 남펴를 만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잘만 하면 사짜 친구를 만들 수도 있는데, 굳이 우리랑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만난다.


7. 신뢰는 이성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일본의 한 교수는, 우리가 연애하기 가장 좋은 상대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거리도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같은 장소인 만큼 같은 직종, 같은 교육수준, 같은 소비수준 등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일 거다. 이런 여러 수준들은 상대방을 신뢰할지 말지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대국민 상대의 연애프로그램에 나가는 이유가 늘 궁금했다. 그런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한 지인이 홍보수단으로서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몇십명의 스태프가 붙어 나를 위한 10시간짜리 장편 웹드라마를 만들어주고 돈까지 준다고 생각하면 이거 참 괜찮은 장사긴 하다.


8. 사실 필자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낯선 사람을 만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 이유는 누군가(내친구), 어딘가(결혼정보회사)의 필터링 없이는 내 수준에 못 맞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떄문일 거다.


9. 현대의 많은 비즈니스는 이 신뢰와 정보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플랫폼이 그렇다. 소비자인 내가 공급자를 처벌하는 방법은 악플을 쓰거나 미친놈처럼 가서 깽판을 치는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플랫폼이 알아서 징계를 내려준다. 환불도 플랫폼이 해준다.


10. 충주의 김정관씨가 하는 사과를 직거래한다면 우리는 훨씬 싸게 사과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김정관씨가 정말 사과를 파는 사람은 맞는지, 잘 보내줄 건지는 어떻게 검증할까. 플랫폼에 맡긴다. 500원짜리 사과를 컬리는 예쁘게 포장하고, 상세페이지도 기깔나게 만들어서 1,000원에 판다. 비싸지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컬리가 그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김정관씨가 사과를 안 보냈을 때 대처할 방법이 없다. 썩은 사과를 보내기라도 한다면. 그걸 처리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중고차? 헤이딜러에 맡긴다. 인테리어? 오늘의집에 맡긴다. 옷? 무신사에 맡긴다. 결혼? 듀오에 맡긴다. 배달? 배민에 맡긴다. 숙박? 야놀자에 맡긴다.기프티콘? 니콘내콘에 맡긴다.


11. 이런 플랫폼 한편에는 개인이 플랫폼이 된 사람이 있다. 퍼스널브랜딩이기도 하고, 개인브랜드를 작게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만약 서비스의 만족도가 아니라, 서비스의 충성도로 따지면 우리는 작은 브랜드에 충성할 거다. 플랫폼에 충성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배민과 쿠팡 이츠가 대결하고, 쿠팡과 알리,테무가 싸운다.


12. 웹2의 시대에서 수많은 플랫폼이 생기면서 피로가 생겼다. 어딜 가나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우리는 공짜로 이용하지만 수많은 광고에 시달린다. 플랫폼에 대한 신뢰는 모종의 사건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 브랜드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엄청 좋지는 않아도 사람이 좋으면, 방향이 좋으면 산다. 옛말처럼 '걔 사람은 착하잖아' 시대가 도래한 거다.


13. 대플랫폼의 시대에서 작은 개인들의 플랫폼 시대가 오는 거 같다. 마치 대도시는 여러 개 다니면 다 비슷하지만, 작은 소도시들은 그래도 약간은 다른 맛이 있어서 그런 걸까. 뭐 대플랫폼이든 작은 플랫폼이든 취향에 맞는대로, 효율적인 방향으로 골라먹으면 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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