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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Sep 18. 2020

취준진담

(2) 취준생 6주 차

1. 면접이 두 번 잡혔었다. 쓴 자소서도 많이 없는데 신기했다. 게다가 한 곳은 꽤 괜찮은 곳이었어서 의외였다. 1차 면접에서 말아먹어서 바로 떨어졌지만, 좋은 교훈을 얻었다. 면접은 많이 중요하다. 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는데 몇 번을 더듬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대외활동이든 아르바이트든 쉽게 붙어 간과했는데 회사의 면접이란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준비를 요했다. 누군가 면접은 120%의 자신을 보여주는 자리라 했는데, 나는 100%의 자신을 보여줄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2. 콘텐츠 기획 창작, 글쓰기 이런 쪽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비슷한 일을 하는 취업컨설턴트분이랑 이야기하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신입을 잘 뽑지도 않고, 글만으로 뽑아주는 곳은 더욱 없다. 포토샵은 기본이고 영상까지 다룰 줄 알면 더 좋다. 블로그 마케팅 대행 이런 곳이 아니면 글쓰기만으로 뽑아주는 곳은 정말 없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직무를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다.

3. 그래서 두 개 정도 직무를 생각했다. 조금 더 찾아 하나로 정할 예정이다. 그 분야에서 힘들게 6개월에서 1년이면 남들만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합격한 자소서나 스펙을 보니 다들 엄청나게 잘났다. 누군가는 이 직무를 위해 4년간의 학과 생활과, 2년간의 회장 임기, 2년 간의 봉사, 1년 간의 인턴을 했다. 개인적으로 학회를 가지거나 스타트업을 했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이들이 이런 스펙을 가지고 있다 해서 내가 꼭 떨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6개월에서 1년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건 많이 안일했다. 


오늘 취업정보 카페에서 3년을 한전을 준비했고, 아직도 준비하고 있다는 글을 봤다. 미치도록 가고 싶은 기업이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는 정보는 기업의 연봉이나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뿐일 텐데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하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러다 오늘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이것저것 애매하게 하는 사람보다는 확실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 낫다"


성인이 되면 자립하고 스스로 돈을 벌고 생활해야 한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생활을 해나가지도 못하면서 "나 이거 저거에 관심 많아요"라는 거는, 사실 백수의 판타지일 수도 있다. '쟤네는 돈을 벌러 하루를 다 쓰지만, 나는 시간이 많지. 나는 게임을 하지. 나는 취미를 즐기지'는 부모님의 피땀에서 나온 안일한 생각이다. 노동자가 되기 싫으면 자본가나 투자자, 전문가가 돼야 할 텐데 20대 중반에게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 BJ나 스마트 스토어나 부업이나 라임 쥬서나 쿠팡 플렉스나 꽤 많은 돈 버는 일이 있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이 일들 또한 웬만한 회사원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 


수많은 취준생들이 바보는 아니다. 그들도 취미가 있고 꿈이 있고 자기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었을 텐데 일단은 돈을 위해서 취직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들이라고 연애하기 싫고, 여행 가기 싫고, 독서나 영화를 싫어하겠는가. 그런 활동을 자제하고 스스로를 쌓아 올려 성인의 기본인 '돈'을 위해서 달려 나간 것이다. 존경스럽다. 

4. 스펙은 느는데 경험은 늘지 않는다.


꾸준히 시험을 보아 한 달에 한 두 개씩 무언가 쓸 게 생긴다. 그렇지만 이미 학교는 끝나버려 쓸 내용이 생기지 않는다. 필자는 본인의 경험을 블로그나 브런치에 적어 대부분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남들이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떠올려야 할 때 그 시간을 덜 수는 있었으나 이렇게 정리했어도 생각보다 쓸 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일을 해나간다는 기분은 안 드는데 계속 시간은 간다. 스펙은 생기는데 쓸 내용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 정체되는 기분이다. 


5. 자소서에는 경험이 많이 녹아든다. 하지만 이 경험이 새로 생겨나지 않으니 불안감만 커진다. 


경험이라도 새로 만들어내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다. 인턴이라도 새로 하려는데 다시 3번으로 돌아가 쟁쟁한 사람들이랑 부딪혀야 한다. 어렵다. 그래도 나 또한 적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빨리 직무를 정하고, 잡다한 스펙을 챙겨야겠다. 


6. 아직까지는 게임 같다. 초보자 캐릭터를 레벨 10까지 키우고 전직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야 덜 불안한 자위일 수도 있다. 생각보다는 스트레스 덜 받고 있다. 정보 얻는 곳이 이렇게 있고, 남들은 이렇게 썼고, 스펙은 이렇게 있구나 매일매일 새로 알아간다. 어제는 자소설 닷컴이라는 사이트와 오픈 채팅방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아직 튜토리얼이다.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했다. 그전에 능력치 분배를 잘해야 좋은 캐릭터로 시작할 수 있다. 전사 캐릭터는 힘과 민첩을 제일 높여야 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시되는 건 무엇이고 가장 필요 없는 건 무엇일지 생각하고 있다. 일본어 자격증을 신청해두었는데, 직무에 필요 없다면 시험을 취소해야겠다.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 이후에 스텟은 다들 비슷하게 찍으니까 직무를 선택한다면 그 이후에는 남들 따라가면 될 것 같다.

일단은 끝. 앞으로 어떻게 느끼고 변해가는지 스스로 관찰해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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