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안 May 14. 2024

요즘 웹3에 관심 가지는 이유

투명한 정보공개


예전부터 웹3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돌아가, 왜 웹3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적어보겠습니다.


인간 사회를 이루는 건 '신뢰'입니다. 우리는 가족, 마을 단위로 신뢰를 넓혀왔고 이제는 국가 단위로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 단위에서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체제가 영원할 것이고, 우리가 같은 문화와 맥락을 공유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우리는 군대도 학연혈연지연으로 가고, 회사도 학연혈연지연으로 뽑습니다. 이직이라도 할라 그러면 가장 먼저 하는 거. 전회사에서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나 레퍼런스 체크하는 거죠.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거? 미국의 경제성장은 영원히 우상장일 거라는 믿음. 원가는 몇십원도 안 할 종이쪼가리를 우리는 만원, 오만원이라 이름 붙여 사용합니다.


마케팅의 본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것.


초반에는 간단했습니다. 우리 마을 철수가 하는 것(학연, 이름, 얼굴). 그 다음에는 우리 마을 철수가 가게를 세워서 하는 것(자본). 그 다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냐는 것(리뷰).


원조 순대국집이라며 할머니들이 얼굴 내세워하던 것.

40년 넘은 치과보다, 삐까번쩍한 젊은 의사가 하는 곳이 좋을 것이라 믿는 것.

리뷰와 랭킹을 믿는 것.


계속 마케팅은 바뀌어왔습니다.

위 영상은 한 회사가 페이크 리뷰라면서 소명했지만, 사실 한통속이었다는 내용입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업이 온라인을 겸하고,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접하는)곳도 많습니다. 이전에는 아는 사람이 하거나, 아니면 건물이라도 삐까뻔쩍해서 믿었는데 이제 온라인으로 하니까 믿을 구석이 없습니다. AI이미지, 영상, 목소리 등 쉽게 누군가를 창조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재용이 100억 부자 됐다는 가짜 인스타그램 광고가 멈추지 않는 이유? 그게 돈이 되고 누군가는 속기 때문입니다. 사기꾼들한테 속는 사람이 있고, 인스타그램은 그거 광고비 받아서 좋으니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영상에서는 유튜버가 이런저런 단서로 수상한 점을 찾아냈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할 여유도 없고, 이렇게 해서 얻는 이익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갑니다.


리뷰수 100,000개. 총 사용자수 1,000,000명 등. 아무렇게나 걸어도 정말 날카롭고 의심많은 소비자가 아닌 이상 믿습니다. 크몽 같은 곳에서 몇백만원 쥐어주면 만들 수치들을 쉽게 믿어버리는 겁니다. 게다가 얼굴까지 까서 하는 광고들도 이제는 믿음을 준다는 장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까기 민망했던 코리안들이니, 얼굴을 까면 사기는 안 치겠지. 자신있는 거겠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얼굴이 알려지든 말든 사기칠 거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이런 기업들이 한 두곳이면 이슈가 돼서 자정작용이 됐을텐데, 수십만 곳에서 이러니 이제는 자정작용도 없습니다. 이제는 얼굴 안까고, 과장 안 하는 게 더 바보 같은 짓이 됐습니다.


대부분의 거래는 신뢰와 정보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산업은 불신과 정보의 격차에서 탄생합니다. 공평한 정보 분배가 없기에 중고차 시장은 늘 레몬시장이고, 소비자들이 알기 힘든 정보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신뢰는, '브랜드'라는 한 단어로 압축됩니다.


하지만 결코 소비자는 모든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정말 모든 정보가 투명하다면 이득이 발생할 여지가 적기 때문입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적게 알 수록 좋은 게 현실이니까요. 인테리어 비용, 웨딩비용, 산후조리원 비용 등. 인생 속 1회성 이벤트의 원가와 수익률을 일일이 따지고 분석해서 비판하고 개선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냥 한 번이니 속고 만다는 생각일테니까요. 비효율과 정보 불투명이 소비자와 생산자 간 격차를 만들고 이는 이익으로 연결됩니다.


저는 이러한 행태가 싫었습니다. 언론응대라는 일이 좋은 정보는 알리고, 나쁜 정보는 감추거나 무마해버리는 일이라는 것. 더 나은 서비스나 개선하겠다는 진실된 소통이 아니라 모르면 모른 채로 두는 게 낫다는 것. 이런 상황이 싫었습니다.


웹3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정보가 투명하다는 겁니다. 사토시 나카모토인지, 사카모토 류이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부에 기록된 온체인데이터만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디뱅크라는 페이지는, 지갑주소만 입력하면 그 사람의 자산현황과 수익률까지 계산해줍니다. 그리고 이 지갑주소라는 건 내가 거래를 할 때면 늘 장부에 기록되기에, 1코인을 거래한 사람도 100만 코인을 거래한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yieldfarming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를 넣어서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보고 있는지는 압니다. 언제 돈을 빼서 얼마만큼 수익화를 해서 어디에 다시 넣었는지 압니다.

ARKHAM이라는 사이트도 비슷합니다. 미국의 탑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내역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락이 보유한 코인의 가치가 17,071,086,832 달러(한화 23조원)정도구나.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들의 이동내역만 보고 투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텔레그램 내 설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Apelikebot이 있습니다. 위랑 비슷한데, NFT거래를 따라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직 NFT까지는 잘 모르지만, 하루에 얼마나의 거래량이 어떤 거래소에서 어떤 가격에 팔렸는지 보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DUNE이랑 GLASSNODE라는 페이지입니다. 한 프로젝트가 어떤 가격에 얼마나 팔렸고 누가 얼마나 샀는지, 총액은 얼마인지, 언제 팔렸는지 등등등 정말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Glassnode에는 온갖기술들에 대한 백서가 업로드되어있습니다.


웹3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가끔 발생합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코인 많은 사람일지라도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면 바로 덜미가 잡힌다는 거죠. 저처럼 유명인을 팔로잉하면서 자산현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테라 루나 사태때도 이 수많은 정보를 취합한 개인들 중에서는 역발상을 통해 대박을 얻으신 분도 많습니다.


어지러우시죠. 저도 이 많은 정보들을 다 소화하지 못합니다. 시간날때 가끔씩 들어가서 익숙해지는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해요. 그래서 정말 이 정보들을 잘 소화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감탄하면서도 좌절하면서도 안도합니다.


내가 모르고 누가 숨겨왔던 정보라 당한 게 아니구나.
내가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구나

저는 그래서 이 모든 게 공개되어있는 웹3, 웹3 프로젝트들의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얘네들은 진짜 뭐 숨기는 거나 과장하는 게 없거든요. 질의응답도 디스코드나 트위터를 통해 하루종일 합니다. 이제 이거를 믿을거냐 말거냐. 어떻게 받아들여서 어떻게 활용할 거냐. 이거밖에 안 남거든요.


웹3 프로젝트들의 기본 투자액이 어마어마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정보불균형. 이게 해소된 상태부터 시작하거든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이게 제일 고민일 겁니다. 얘네가 제시하는 게 과장이거나 가짜는 아닌지.


그래서 어떤 투자자는 눈빛이 살아있는지 아닌지로 판단한다고 했죠. 대기업 총수가 관상가를 앉혀놨다는 이야기랑 다를 게 없네요. 이렇게 생각하면 기업가나 정치인이 무당들을 믿는 것도 욕할 게 못 되겠는데요?


재미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거의 모든 마케팅 트렌드가 제일 먼저 적용되는 산업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재밌었던 컨텐츠, 마케팅, 브랜딩 그 무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