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안 Oct 30. 2024

대기업의 말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는 다 비슷한 사회생활

두 번째 글을 쓰게 한 동기들이 몇몇 있는데, 첫 번쨰는 유튜브에 올라온 삼성전자 30년 재직한 분의 인터뷰. 두 번째는 한 1인 창업가의 인터뷰다. 전 삼성전자 재직자는 말한다. 이전엔 야망이 있었다면, 지금은 유치원 같다고. 그리고 그가 말하는 '라테는' 꽤나 멋있었다. 지금의 스타트업을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들어도 멋있는, 매일 세미나를 열고 친밀하면서도 깐간한 그런 조직이었다.


후자의 인터뷰에서, 창업가는 일하던 회사가 트위터에 넘어갔는데 생각보다 주도적이지 않아 실망해 퇴사했다. 그렇지만 조금 신기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수적인 한국 ERP, saas회사보다 훨씬 나은 문화 혹은 (허슬러들이 원하는) 가혹한 문화일 거 같은데 아쉽다라. 대체 중간은 없는 걸까? 오늘은 대기업들이 많이 하는 뻔한 말과, 이 뻔한 말을 스타트업에서도 똑같이 하는 걸 비교해보자.


고객 만족이 최우선입니다

이거 말 안 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라는 건, 결국 고객이 돈을 내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영리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면 모두가 가져야 할 마인드다.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거 말 안 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삼성이 밀가루, 설탕 사업에서 반도체로 넘어왔을 때, 이것은 혁신이 아니었는가? 토스가 뱅크랑 증권을 여는 건 혁신이 아닌가? 결국 다 자기만의 혁신을 한다.


임직원들의 행복이 기업의 행복입니다

이거 말 안 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는 복지보다는 인간이 먼저라는 스타트업에서도 중요하게 작동할 거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낮은 기업에서 일하면서 최소한의 복지와 보상마저 없으면 일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스타트업이 성공하자마자 가장 많이 변하는 것도, 이런 임직원들에 대한 복지다. 의자 주고 어린이집 주고.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인재입니다

고리타분한 말로 인사가 만사다. 대기업들이라고 다르겠는가. 똑같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혁신을 이루겠습니다

요즘은 AI일 거다.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권태와 고통 사이를 반복하는 인간처럼, 기업도 이 혁신의 아이콘인 스타트업(벤처)과 안정과 시스템의 대기업을 반복한다. 슘페터가 말하는 파괴적 혁신이고, 생태학자들이 말하는 스케일이다. 


스타트업이 움직이는 건 몇 명이니 빠르게 크게 움직여도 상관없지만, 대기업은 몇천명 몇만명씩 움직이는데 방향이 잘못 잡히면 끝장이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개미가 작은 몸에 자기 몸의 몇 백배를 드는 것처럼, 작은 기업도 자기 몫의 몇 배는 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자기 몸의 몇 배는 못 든다. 코끼리의 가죽이 두꺼운 것도 대기업이 단단한 구조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일 거다. 개미 몸의 구조로 코끼리만큼 커진다면, 압력과 중력에 못 이겨 코끼리만한 개미는 터져버릴 거다. 


만약 스타트업의 마인드로 뭉친 몇만명의 조직이 있다면, 그 자유분방함에 그 조직은 오래 가지 못할 거다.


그래서 어쩌면 다들 자신들은 다르고 말하지만서도, 사실은 다 비슷하게 살고 있고, 그리고 어쩌면 닮은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기업은 그냥 아주 커져버린, 안정적으로 되어버린 스타트업이고, 스타트업은 그저 작아져버린 대기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의 방식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