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많은 소재로 작성했고, 이제 남은 것도 얼마 없다. 오늘은 '압박면접' '친인척' '파벌' 요 세 가지다.
압박면접
회사생활은 압박의 연속이다. 효율적인 자원운용이라는 목적하에서 모든 구성원은 인간관계, 시간의 부족을 겪는다. 그래서 기업은 늘 지원자들이 얼마나 '압박'을 견뎌하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평온한 면접에서 '압박'이라는 걸 재현하기는 어렵다. 물론 다대다면접, 토론, 약간의 압박은 존재하지만 10~20년 전처럼 정말 등산하고 합숙시키던 그런 경우는 없다.
압박면접이 언론에서 질타받기도 했고, 어차피 어렵게 뽑은 신입도 들어와서 1~3년 내에 나가는 걸 보고 기업들도 압박을 테스트하는 걸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이래서 더욱 요즘 신입사원들이 나약하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고 하는데, 이것도 맞는 말이라고 본다. 인간은 자신이 고민하고 투자했던 것만큼 아파하고 애착을 가지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자질을 파악하기 위한 압박면접은, 한편으론 지원자에게도 '내가 이 회사를 얼마나 힘들게 들어왔는데'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친인척
스타트업 초기 투자는 3F가 담당한다. Friend, Family, Fool. 마지막이 어찌 됐든 초기 도움을 주는 존재가 친인척임은 분명하다.
큰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분명 시작은 작은 조직이었다. 일을 도와줄 친척, 동생, 후배, 선배들로 시작했을 거다.
여기서 문제. '일'을 함에 있어 갓 들어온 고학력의 신입사원이 좋을까, 고학력은 아니어도 서로의 소통방식을 인지하고 약간의 유대감이 있는 친구와 친척이 나을까. 전적으로 후자다.
정말 일론머스크, 베조스 급 인재가 아닌 이상 인간은 누구나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이 소통을 맞춰가는 과정은 주어진 일 외에도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배경이나 소통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타인과 불안정한 가능성으로 일을 하느니, 하던 대로 일하는 게 낫겠다고 대부분은 생각한다.
그래서 큰 회사의 초기에 친구나, 친인척 수준이었던 사람이 계속 일을 하고, 그 회사가 운 좋게 커지고, 내부 친인척들은 자연스레 고위직이 된다.
친인척은, 어떻게 보면 가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회사의 구성원이다. 당신은 문을 뜯어 책상으로 사용하던 초기 알리바바, 아마존 같은 회사의 2번째 구성원이 될 용기가 있는가?
파벌
큰 조직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공공이든 큰 기업은 꼭 파벌, 라인을 말한다.
파벌, 라인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실행자랑 책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교 시위를, 샌드위치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적극 지지한 댔다 시원한 댔나 해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는 그저 그 아르바이트생의 말일뿐이다. 브랜드 전체가 대표하는 발언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대표는 집에서 자다가 홍보팀의 전화를 받고 벌떡 일어났을 거다.
그 아르바이트생은 잘리면 다른 가게에 가서 똑같이 시위를 지지한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대표는 회사가 망하면 구성원 수천 명을 책임져야 한다.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표는 경영, 홍보, 생산 등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그런 하나하나의 일탈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저 적절한 절차와 시스템을 만들어, 잘 굴러가도록 기도할 뿐이다.
실행자는 실행자대로 할 말이 있다. 잘 굴러가는 시스템 내에서 내 입지와 역할을 강조하기는 어렵다. 도전적인 일을 해야지 회사에서 돋보일 수 있는데, 도전적인 일을 했다간 눈밖에 나기 십상이다. 도전을 해도 회사에서 내보내지 않을 거라는, 그런 믿음. 그게 있어야 회사에서의 일탈은 막고, 도전은 배양할 수 있다.
관리자는 관리자대로 할 말이 있다.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니 다들 도전을 안 한다. 도전적인 일을 해야 회사가 성장하는데 말이다. 한편으론 일탈에 가깝거나, 회사의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내 의중을 잘 알아듣는 알잘딱깔센 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만약 그런 인재가 있다면 기꺼이 내가 뒤에서 힘을 써줄 수도 있다.
이 두 믿음이 합쳐져 파벌이 생긴다.
번외 : 가족과 책임감
1~20년 전,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장은 구조조정에서 살려주고 혼자 사는 직장인은 험지에 보내는 게 당연한 시대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게 없다고 말 못 할 거다.
무슨 뜻이냐면, 회사에서 우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생각보다 '실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그저 이 사람이 얼마나 간절하게 우리 회사에 다니고, 대안이 없는지가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너무 뛰어나 다른 곳에 가기도 쉬운 인재와, 실력은 적당하지만 애가 있어 이직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회사는 후자를 선호할 수도 있다. 회사는 어떻게 보면 실력보다는 충섬심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인생은 연극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머스크의 시뮬레이션, 매트릭스 이런 것도 어느 정도 공감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월적 존재에게는 장난감인 이 상황이 내게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허무주의적 생각을 나만 했을까? 철학자들은 몇천 년 동안 했고 영원회귀부터 수많은 사상들이 이 무기력을 극복하고자 했다.
오늘은 또 어떤 연극이 펼쳐지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