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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텐션과 재구매는 중요한가?

문화와 습관 형성 때문

by 파타과니아

1. 요즘 커머스에서는 재구매를 말하고, IT프로덕트에서는 보통 리텐션을 주요 지표로 삼는다.


2. 물어물어 올라가보자. 왜 '재'구매를 시켜야 하고, 왜 '리'텐션이 중요한가? 왜 반복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가?


3. 답부터 말한다. 습관, 문화 형성 때문이다.


4. 마케팅 이론 중에서 큰 줄기 중 하나가 CEP(category entry point)다. 어떤 제품이나 카테고리에서 떠올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코카콜라의 CEP는 어떠한가.

더우나 추우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산타나 북극곰이나 친구나 동료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는 코카콜라다. 콜라병 몸매=콜라의 병모양, 온 세상이 콜라다.


이제 우리는 더우나 추우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산타나 북극곰이나 친구나 동료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는 코카콜라를 마셔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런 '접점'을 만드는 게 이미지와 유통(판매대)이었는데, 그나마 유통은 이제 쿠팡이 깨고 있고, 이미지는 광고의 범람으로 쉽게 만들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어찌 됐든 우리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왜냐고?


5. 맥도날드에는 어린이 메뉴, 해피밀이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건강에 안 좋으니 자주는 안 사준다. 어린이들이 굳이 가서 '재'구매를 하지도 않을 거다. 그렇지만 그들이 커서 스스로 소비할 수 있게 되면, 그들은 기꺼이 맥도날드를 간다.


그들에게 맥도날드는 부모님과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6. 이 이미지에서 이어진 자연스러운 습관 형성은 왜 중요한가? 습관이 되는 순간, 프로덕트(상품)는 비타민이 아니라 진통제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커뮤니티에서 거지 같은 논쟁을 벌인다.


"평생 한식 끊고 2억 받기 vs 그냥 살기"


솔직히 한식을 쳐먹든 일식을 쳐먹든 양식을 쳐먹든 지중해식을 쳐먹든 인간은 살아진다. 그런데 왜 한국 사람이라고 한식만 고집해야 하는가?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로는 큰 디메리트가 없을 텐데?


이제 한식이 우리의 문화(습관)가 되었고, 문화를 끊는 건 고통이기 때문이다.


프로덕트에서도 설문조사 중 꽤 중요하게 여기는 문항이, '우리 서비스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슬플 것, 고통스러울 것 같나요'다. 우리는 좋게 해주는 것에는 적당히 내지만, 불편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에는 몇십 몇백도 거뜬히 낸다.


7. 옛날에 커머스앱인 '레브잇' 인터뷰에서 창업자들은 말했다.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했다고. 안정, 인정, 섹스, 쇼핑, 자아실현 등등등. 아주 근원적인 질문이다. 이래서 사이먼 시넥이 why를 말했을까. 인간이 절대 끊지 못하는 몇 가지가 있다. 쇼핑+게임. 레브잇의 초기 성장은 혁신이었다.


잘 나가는 앱(브랜드)들을 들여다보면, 작은 서비스로 시작해, 습관을 만들고, 결국엔 문화로 이어진다.


<당근>

서비스= 중고 물건이 있다

습관 = 싸게 사고 싶으니 자주 들어간다

문화 = 당신 근처의 모든 소식, 알바, 부동산, 자동차, 온갖 짬뽕을 당근에서


<토스>

서비스 = 송금을 편하게 무료로 하자

습관 = 송금, 뿜빠이, 모임통장

문화= 금융을 쉽게 하는 모든 건 토스에서


<무신사>

서비스 =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이 모아놓자

습관 = 커뮤니티. 삼성도 무신사랑해, 무진장세일, 유신사무신사 무아인 온갖 CEP 범벅

문화 = 무신사 냄새랄 정도로 패션시장 장악


<나이키>

제품= 창업자가 그냥 일본 신발 오니츠카 갖다 팜

습관 = 대학 선수 신겨주고, 마이클 조던 섭외하고, 뚱뚱한 사람도 body positive

문화 = just do it.


쿠팡이 만든 당일배송이, 당근이 만든 지역 생태계가, 토스가 만든 금융 생태계가, 무신사가 만든 무신사 냄새 생태계가 사라질까?


처음에는 커머스였을지라도 이제는 국민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 전국민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5~10년 전 창업자들이 어떻게든 규모를 키우고 대국민 캠페인을 벌였다. 조금만 유명해지면 바로 탑스타를 불렀다. 대표적인 게 컬리의 전지현인데, 사실 이렇게 탑스타 부르고도 망한 스타트업도 많다.


아무튼. 이제는 단순 이미지 형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습관+이미지(포지셔닝,CEP)+진짜 좋은 프로덕트(제품)가 아니면 성공할 수가 없는 시대다.


행복한 가정은 어떻게든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듯이, 성공한 제품은 모든 요소를 어떻게든 채웠고, 불행한 제품은 어떤 거 하나가 부족하다.


8. 중소기업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제품이든 서비스든.


불가능이다. 연매출 x억따리인데 어떻게 전광판을 하고, 탑스타를 부르며, 삼성도 로보락도 락앤락도 질샌더도 락피쉬웨더웨어도 무신사랑해, 셀럽 수십 수백명 불러서 대규모 바이럴 빵 터트리며, 기자 간담회를 하겠는가. 대기업과 유니콘에서 말하는 '소액'은 누군가에게는 평생 직장생활 하면서 굴리기 어려운 금액일 때도 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기업은 쉽게 못하는(요즘은 많이 하지만)


리텐션과 재구매를 통해 결국 얻고자 하는 건 우리 브랜드(프로덕트)의 습관화이고, 습관을 형성하는 건 고객에게 우리가 없으면 고통스러운 그런 단계까지 만든다는 거다.


고통스럽다는 건, 약간 바꿔 말하면 애착을 가지게 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인간에게 '애착'이나 '죄책감'을 느낀다.


지하철에서 몸 불편한 분이 파는 껌을 안 사면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폰의 사과를 보면서는 이세이 미야케의 터틀넥과 뉴발란스 992를 신은 스티브 잡스에 자신을 투영하며 애착을 형성한다.


이런 인간을 내세워, 인간의 매력과 솔직함을 내세우는 건 중소기업이 하기 좋은 거의 유일한 무기다(사실 이거 빼고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스몰 브랜드 대표님이 릴스 찍고 감정팔이 하면 감정이 동요해 산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만약에 대기업 재벌 회장님이 릴스 찍고 똥꼬쇼하면 핸드폰을 사고 싶어지겠는가? 그 마트에 가서 사고 싶겠는가? 그 통신사를 이용하고 싶어지는가?


9. 예전에 b2b의 랜딩페이지와 b2c의 상세페이지가 꽤 비슷하다고 글을 썼는데, 이렇게 보면 커머스의 재구매와 프로덕트의 리텐션도 꽤 비슷한 거 같다. 이 단계들의 최종 목적은 결국 습관 형성이고, 이 습관 형성의 위에는 또 심리학이 있기에 요즘은 개나소나 심리학을 떠들고 다니는 게 웃기긴 하지만.


위에도 적었듯, 습관형성+이미지+프로덕트 삼박자가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하나만 잘해서 무엇 하겠는가.


커머스에 있으면서 프로덕트를 공부하니 또 재밌는 시각이 생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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