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33년 조직 경영 전략
리더의 가치 : 최상의 리더, 최악의 리더
'남들이 쉽게 달성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
여기서 '남들'은 경쟁자로 이해가 된다. 회사로 보면 국내외 경쟁사가 되겠다. 이들과 경쟁을 통해 성취를 하려면 '상대가 쉽게 달성하지 못하는 무언가(대상 및 목표)'를 정의해야 한다.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설정할 때는 상대측에 대한 이해가 높고, 정보(시장현황/제품출시일/기능/성능 등)가 많을수록 정확한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 권 회장이 말하는 성공은 정확한 목표 설정에 있음을 이해하게 됐다.
내가 목표할 무언가에 대해서 정의를 내렸다면 이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과지표와 수준을 정해야 한다. 회사는 상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출시하고 이익을 창출하여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텐데, 구체적으로 제품/서비스의 유형과 수준(완성도)을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만들어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역지사지'
상대방의 관점에서 움직이고 보고 배운다는 의미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에 익히고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교과서적인 이론이 자연스럽게 몸에서 배어 나오게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단계에서 차츰 숙달(체득)되면 내가 인지하지 않아도 몸이 자연스레 반응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는데 웬만한 훈련으로는 어림도 없다. 권 회장이 리더로서 얼마나 자신을 갈고닦았을지 생각하면 성공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볼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것이 무한한 배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와 상대를 대등한 입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생존과 성장'
나는 팀장으로서 생존과 성장을 생각해봤다. 운영 관점에서 생존은 RoI(투자자본수익률)로 볼 수 있다.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 비용과 경상운영비를 벌어야 한다. 여기서 분기가 나뉜다. 현재 팀을 유지하는 사업의 수익률이 좋아서 투자로 이어지는 상황과 수익이 없어서 현재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노력 대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위 대박 날 경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지식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상황이 다르다. 사람이 곧 동력이고 지식이 상품이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물은 한계가 있고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회사가 성장하려면 기존 인력들이 더욱 노력하거나, 신규 인력을 채용해서 성장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기존 인력들은 받는 만큼만 일하려 하고 회사는 수익률이 없는 활동에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결단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사회적인 기여'
회사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는 체계, 그리고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문화와 전통이 있는 회사는 드물다. 임원과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면 상황도 바뀐다. 사내 정치와 이해관계로 인해 서로 협동이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회사라는 거대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먼저 팀 내의 문화를 만들고 소수의 직원끼리 지켜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본 리더들은 하나 같이 회사의 문화나 전통에 관심이 없었다. 다들 사내정치에만 관심이 있고 아랫사람들과 눈치싸움을 하며 본인들의 권한을 이용해서 목줄을 쥐고 거리를 유지할 뿐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가 있을 때에는 문제만 일으키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뭐 하려고 하지 말고 튀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는 염치를 모른다. 임원과 기싸움이 끝나고 적당히 침묵하면 임원은 월급만 받아가는 루팡이 된다. 조직에 대한 문제 해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동안에 직원들이 피땀 흘려 저축한 회사의 유보금만이라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임기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임원이 개차반이라고 직원들이 가만히 있으면 회사는 망한다. 임원이 엉망이라면 관리자급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이 마저도 이해관계와 승진 욕심에 경쟁을 하는 것을 많이 봤다. 경쟁 속에 발전이 있으면 좋은데 서로 방해만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조직은 과감하게 빠르게 탈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