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속 승진과 고액 연봉을 꿈꾼다.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실현하고 더 나은 삶과 행복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이것을 얻기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개미처럼 일한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출근하고, 남의 일을 도맡아서 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매일 야근하고, 회식에 꼬박 참여해서 친목을 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가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꼭 성공할 것이라며 자기 최면을 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매번 하는 질문이지만 확신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한 방법을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이러한 고민을 직속 상사나 동료와 상의하고 싶지만 모두가 경쟁자라는 생각에 마음을 터놓기가 쉽지 않다. 올라가면 갈수록 바늘구멍같이 작아지는 승진의 문턱에 숨이 막히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현실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을 독하게 먹고 철저히 준비를 하자고 다짐한다.
앞서 말한 내용들은 사회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겪는 이야기이다. 야속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와 경쟁에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다. 오늘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승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나는 글을 쓰면서 이 질문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다. 이기는 싸움을 하려면 룰을 정확히 알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회사에 대한 규정, 대내외적인 회사 평판, 사내 인간관계,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임원의 성향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설마 순진하게 일만 열심히 하면 승진이 되겠지 하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회사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회사는 내부를 운영하기 위한 내규(정관, 규정)를 가지고 있다. 이 내규를 살펴보면 회사의 직제/인사/보수 등의 기준들이 명시되어 있다. 조직의 정원(인원수)부터 인사평가 기준과 항목, 직급별 보수기준 등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가 가득하다. 내가 원하는 직급에 T.O가 있는지, 그 직급에 대한 평가기준은 무엇인지, 직급별 연봉의 상한액과 하한액은 얼마인지 등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러한 규정은 경영지원 부서에서 가지고 있고 웬만해서는 열람이 가능하다. 비공개로 열람이 어렵다면 노조에서도 문서를 볼 수 있다.
그다음으로 회사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 내가 승진을 위한 요건을 만족하더라도 회사의 매출이 급감하거나, 대외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다면 열에 아홉은 승진이 어려울 것이다. 승진을 하더라도 직급에 대한 연봉은 최저로 책정될 확률이 아주 높다. 내년에 승진을 기약할 것인지 올해 밀어붙일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을 하려면 회사의 사정을 명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중요한 정보들은 임원부터 관리자로 전파되고 대외비로 관리하기 때문에 쉽게 알지 못한다. 가끔씩 회식자리 또는 상사와의 식사/술자리에서 우연하게 듣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요즘에 나이 든 상사를 꼰대 취급하고 함께 하지 않으려는 직원들이 많은데,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가까이하면 좋다. 상사를 별 볼 일 없다고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이분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사람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내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한데 나에 대한 평판은 주변 동료와 상사에게서 나온다. 내가 회사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능력이 있음을 시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간단히 요약하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에는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좋은 사람(무조건 OK), 두루뭉술한 사람(철학이 없는 사람), 유령 같은 사람(있으나 마나 한)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에 대한 브랜드(전문성)를 계속 만들어 가야 한다.
사내정치는 관리자급이 아닌 이상에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본인의 평판은 관리해야 한다), 성과를 독식하는 상사를 만났다면 줄 때는 주고받을 때는 받는 관계로 만들어 가는 정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내가 노력한 것에 대해서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바로 인사권자(임원)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우선 이 사람의 유형이 리더형(목적지향)인지 보스형(실무지향)인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임원의 성향은 일하는 방식까지 관여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내 위치에서 직접적으로 임원을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임원이 말하는 방식과 태도를 유심히 관찰하고 주로 말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체크한다. 그분의 성격, 취향,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면 내가 어떤 일에 매진해야 할지 길이 보일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를 보면 어떻습니까?
가끔 이렇게 질문하는 직원들이 있다. "나는 주어진 업무를 완수했고 다른 직원들보다 일도 많이 했는데 왜 진급을 안 시켜주나요?" 사원이 일을 배우는 단계라면 대리급은 최일선에서 실무를 경험한다. 과장부터는 경험했던 실무를 바탕으로 직접적으로 일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관리직에 속한다. 내가 만약 대리에서 진급이 안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경험했던 것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직장에서도 5년 동안 대리에서 진급이 안 되는 직원들이 있다. 속칭 만년 대리로 불리는 직원들인데, 이 직원들은 주어진 일은 잘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의 전문성도 행정 지원, 행사 지원 등으로 국한되어 있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경험이 부족하다. 보고서 하나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데 진급이 될 리가 없다.
진급을 앞둔 직원들하고 면담을 해보면 다양한 말들이 나온다. 지금 하는 업무만 분장받았고 다른 일을 경험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다른 업무를 접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다른 부서의 동기는 주어진 일만 하는데도 승진했다. 등등 비판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자신은 잘했는데 왜 진급을 안 시켜주냐고 회사를 탓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해주곤 한다. 회사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줄 뿐이다. 내가 경험해야 할 일을 다른 동료가 맡아서 하고 있거나, 상사가 그 일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 배우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신은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해봤습니까? 본인이 원하는 직급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임원을 설득할 수가 없다.라고 말이다.
회사의 생산성은 부서별/직급별 역할과 책임에 비례한다. 사측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한 곳이라도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운영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장(=관리자)'이 붙은 직급(과장/차장/부장/본부장 등)의 인사에는 신중을 기한다. 각 파트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인사권자의 고민이다. 만약 '장'급으로 승진하기를 원한다면 해당 직급이 어떤 역할과 책임을 져야 하는지, 지금 내 능력과 경험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리자는 부서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 대한 경험을 두루 갖추고, 직원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관리자는 직원들의 업무가 잘 추진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가이드해줄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직렬의 관리자 요구치와 나의 능력 간의 GAP이 있다면 이 차이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내가 수행했던 일의 총량이 승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는 그 자리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능력+경험+평판 우수자)부터 승진시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해당 직급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이 없는 사람이 승진을 한다고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못 봤다. 기본적인 수준이 되어야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승진을 원한다면 그 만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노력해야 한다. 만약 아무리 노력해도 발전이 없다면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한계를 인정하고 여기서 계속 남을 것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을 것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