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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공남 Jun 16. 2019

관리직(팀장)을 하고 싶습니까?

관리직은 꿈과 희망이 있는 사람만 버틸 수 있습니다.

내가 처음 관리직으로 발령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 나는 '정말 훌륭한 팀장이 되어야지'하고 다짐했었다. 그동안 느꼈고 봐 왔던 회사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성과중심의 효과적인 운영으로 우수한 결과를 내겠노라. 두고 봐라 나는 잘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었다. 팀장만 되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릴 것 같았다. 나름대로 그만큼의 연차와 노하우가 있고 지식이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았다. 실무자에서 관리직을 바라봤을 때 느꼈던 것과 직접 관리직에 섰을 때의 상황은 너무나 달랐다. 회사를 대변해서 움직이는 일, 사람을 대하고 사귀는 일, 팀원을 관리하는 일 등 처음 해보는 그 모든 것이 생경했고 어려웠다. 역할과 책임을 다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묵묵히 버티며 마주하는 문제를  능력으로 하나둘씩 해결할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 내 생각대로 주도했던 방향과 전략이 먹혀 문제가 해결될 때 느끼는 희열은 상당했다. 작지만 하나의 기둥으로 회사를 받치고 있다는 자부심도, 한 사람의 몫을 다하고 있다는 충족감과 자존감도 회사생활을 유지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계약직인 직원들을 내 능력으로 유지할 때, 팀원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면 관리직을 맡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부속품처럼 움직이는 관리직도 이러한데 몇백, 몇천, 몇십만을 운영하는 회사의 오너들은 얼마나 자부심이 있고 보람을 느낄까 생각해보면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리더의 그릇은 책임감의 무게에 비례한다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법이다. 회사의 문제는 언제나 예고 없이 터졌다. 긴급한 메일이 하루에도 몇 차례 날아오고 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전체를 보고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회의하고 논의하고 대안을 찾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밀렸던 업무들은 야근으로 주말근무로 때우게 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몇 년이 지나도 리듬 없이 몰아치는 일은 계속되었다. 어느덧 버텨줬던 내 체력과 정신력은 밑바닥을 드러냈고 코어까지 갉아먹기 시작했다. 하나의 일을 마치면 재충전의 시간이 정말로 여실히 필요했지만 바쁠 때면 리프레시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일에 투입되고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때문일까. 처음에는 보람을 느꼈지만 요즘은 갑갑하고 답답한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경험을 단편적으로 써봤는데 관리직의 고단함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관리직 자신과 싸움하며 인내하고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이다. 혹시 기초 능력 없이 처세술로 관리직에 올라 본인이 져야 할 책임을 팀원에게 전가시키는 그런 사람과 일하는 분이 있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아래는 내가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짧게 정리해봤다. 글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많은 정보를 담지 못했지만 맛보기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관리직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처음에 팀장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팀에 대한 목표와 사람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팀에 대한 목표(미션)는 회사에서 정해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큰 고민이 없지만 사람을 관리하는 방법은 엄청난 고민과 정신적인 피로도를 동반한다. 할당받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람을 움직여야 한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그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렇다고 자유롭게 방치하면 안 되기에 지시와 통제를 바탕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는데 '내가 어느 수준까지 유연하고 부드럽게 해야 할까?', '어떤 순간에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할까?'를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열 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 법이다. 항상 형평에 맞는지, 타당한지, 적당한지, 합리적인지 등을 놓고 머릿속에서 밀당을 한다.


이 부분에서 개인의 철학이 없으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적당한 수준이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말과 행동이 팀원에게 통용되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처음이라서 더 그렇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적당히라는 수준을 찾지 못해 점점 모든 일에 엄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간적인 관계를 포기한 사무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관리측면에서 편하고 유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종국에는 누구도 곁에 남지 않아 쓸쓸하게 되기 마련이다. 모든 일은 밸런스가 중요한 법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았는지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렵더라도 팀원들과의 인간관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시간 관리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팀장의 주간업무는 온갖 회의를 통해서 방향을 잡고 의사를 결정하고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기본적으로 내가 맡은 일을 하고 팀원들의 업무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30분 단위로 쪼개서 스케줄을 잡는 일이 빈번해진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할 일이 많다 보면 어떻게 될까?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내가 경험한 지식과 알고 있는 방식의 테두리 안에서 선택하게 된다. 팀원이 제시한 방법을 논의하고 이해할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여기서 관리자들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팀원들이 가져온 결과물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지적을 하고 내 스타일대로 맞출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나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다. 무엇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했는지에 따라서 수준은 많이 달라진다. 보통은 일이 시작되고 끝을 맺는 흐름(원사이클)을 알게 되면 '나는 이제 대략적인 것은 다 알게 되었다.'라고 자신하게 되는데, 그 자신감은 일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과하면 오만 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은 정말 다양한 방법과 사례 중에 몇 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아마도 자신은 상급자이기 때문에 내 말이 대부분이 맞다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관심이 없거나, 자신의 지위를 포기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는 관리자로서 팀원들과 소통하고 그것에서 오는 배움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없을 때일수록 당황해하지 말고 여유롭게 하나씩 각개 격파하면서 내가 가진 짐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멘털 관리에 대한 고민이다. 관리자로서 욕심이 과하면 겉으로 드러난다. 표현이 급하고 거칠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힐 때,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모든 업무를 자신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할 때이다. 보통 임원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금함이 합쳐지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통상적으로 팀 회의를 할 때 많은 사람 앞에서 개인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타박하고 내 수준에서 감내할 수 있는 업무와 고통을 팀원들에게 강요하게 된다. 모두가 나처럼 경험이 있고 나와 같은 방법을 추구하며 여기서 오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에도 말이다. 관리자는 팀원의 수준과 상황을 이해하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옳은 일이고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단점이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팀원들과 의논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어떤 사안이던 서로 소통하고 같이 결정하면 업무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책임감을 공유할 수 있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팀워크가 좋아지면 일하는 방식을 개인에서 시스템화(인풋-아웃풋)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일의 효율이 좋아지고 내가 부담해야 할 무게를 팀이라는 공동체가 짊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가 받은 압박과 피로도가 낮아지며 멘털 또한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관리자가 회사의 이익을 해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팀원들에게 무조건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회사 업무에 대해서 각자의 주관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조화롭게 해야 무리가 없다. 관리자는 일과 사람을 관리하는 직책이다. 일은 사람이 한다. 항상 사람에게 답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관리직을 슬기롭게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사와 직무를 떠나서 벌써 몇 년 동안 관리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께 존경한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글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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