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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r 20. 2024

개인의 성공인 동시에 사회적 혁명

[영화] 더 뱅커


1925년 생 택사스 출신의 버나드는 수학 천재였다. 버나드는 은행업자나 투자가가 되고 싶었지만 흑인은 될 수 없는 시대였다. 그의 아버지는 버나드에게 피부색을 잘못타고 났다고 했다. ”흑인의 방식“으로 살아라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은행 앞에서 백인 금융가들의 구두를 닦으면서 경제 이론과 수학을 익혔다.


이후 흑인이 할 수 있는 청소업 등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의 꿈은 흑인 사회에 국한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경계를 뛰어 넘어 “백인들의 방식”으로 그들이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1960년대에 정든 텍사스 고향을 떠나 새로운 기회의 땅 샌프란시스코 LA로 향한다.


1960년대는 흑인 인권 향상의 태동기다. 마틴루터킹이 워싱턴 DC에서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을 한 때는 1963년 8월 28일이다. 아침이 오기 전에 어둠이 짙은 것처럼 그 시절은 인종 갈등과 차별이 심해지던 시기였다.



다행히 미국 LA는 흑인차별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럼에도 흑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일용직 노동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흑인은 할렘가 등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가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의 길이었다.


그러나 버나드는 관습에 순응하지 않았다. 흑인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아났지만 주거지역의 한계 때문에 주택 보급율과 그 질이 낮았다. 버나드는 이것을 기회로 삼았다. 흑인 동네의 확장은 백인 동네로의 진출이었다. 백인과 흑인의 경계가 뚜렷한 시대에 크나큰 도전이었다. 이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버나드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은행 대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노력해 아일랜드계 백인 부동산 업자와 동업을 하게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진정성은 제대로된 사업가에게는 기회이자 성공의 길로 보여진다. 이후 부동산 업은 우여곡절 끝에 100채가 넘는 건물을 소유하는 실적을 내면서 성장하게 된다.


아일랜드계 동업자가 급작스럽게 죽자 곧바로 그의 아내로부터 사업권을 뺏긴다. 곧 버나드는 자신이 백인들의 세계에서는 불청객이라큰 사실을 깨닫는다. 그 계기로 버나드는 더 큰 꿈을 가지게 되는 데, 그것은 바로 은행가가 되는 것이다. 단순한 은행가가 아니라 은행이 임차인으로 있는 건물을 소유한 은행장이 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자본가였다. 차별받는 흑인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백인의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자리 잡아야 했다. 당시 할렘가에서 제일 큰 클럽을 소유한 부동산 사업가 조와 함께 동업한다. 처음에 조는 심하게 반대했지만 버나드의 설득에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틀을 깨는 시도였다.


버나드는 결국 이 목표를 달성한다. 또한, 백인 사회에만 머물러 있던 대출업을 흑인사회까지 확장하자 수익도 극대화되었다. 결국 부동산과 금융업 모두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데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것은 개인의 성공이자 불공정을 해소한 사회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기존의 권력이 하고 싶지 않고, 애써 모른 척했던 시장을 개척한 버나드는 LA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을 벽을 넘기 위해서 부동산업을 위해 현장직으로 고용했던 백인 맷을 대리인으로 내세운다. 다행히 맷은 버나드와 조의 가르침으로 백인 상류층 문화를 익혀 금세 부자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맷의 과욕이었다. 3개월동안 흑인의 도움을 받아 건물과 은행을 사들인 맷은 스스로 은행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만은 과욕을 불렀고, 자신의 그릇에 비해 큰 책임과 의무가 닥치자 그는 결국 실수의 실수를 반복하며 그의 은행업은 물론 버나드와 맷의 사업도 위태롭게 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 출발은 결국 인종차별 때문이었다. 백인 동네를 접수한 흑인을 못마땅해한 백인 세력들이 합세해 버나드와 조를 몰아내고 그의 하수인 맷까지 함께 곤란에 빠뜨리게 된 것이다.


영화는 이후 버나드와 조에게 어렵게 흘러가지만, 결코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흑인 선구자의 이야기속에 뿌리깊은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와 그로부터 발생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버나드와 조의 금융업과 부동산업 운영 방식을 바라보면서 자본주의 개념도 얻게 된다. 무엇보다 “누구나 할 수 있었으면 없었을 기회”에 대한 도전 의식을 일깨운다.


무언가를 하는 데 어렵고 힘들고 지쳐 그만두고 싶다면  그것이 바로 정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애써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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