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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Apr 09. 2024

파괴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을까


기생수, 기생하는 동물. 기생이라는 것은 어딘가 달라붙어 생명을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만화가 원작이고, <부산역>, <지옥>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각색했다. 한국 정서가 짙게 깔린 터라 몰입감이 높았다. 우리 몸에 기생하는 괴생물이 인간 세계를 정복하려는 시도에 맞서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기생수, 인간을 탐구하다


기생수는 인간 몸에서 기생한다. 그리고 인간의 피로 에너지를 얻는다. 때문에 생존을 위해 인간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 그들은 두 가지 목표를 정한다. 첫번째, 인간의 머리를 지배한다. 두번째, 인간 사회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다.  


인간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조직화에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론이다. 인간은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단일한 목표를 향해 협동하는 능력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기생수는 인간 몸속에서 자신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의 머리를 장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를 이끄는 리더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가. 조직화는 생존에 강력한 도구였지만, 반대로 멸망의 원인이기도 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부적으로 그들을 감시하고 반문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기생수에서는 그러한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기생수를 처리하는 ‘그레이 팀’ 또한 배우 이정현이 분한 리더의 말에 철저히 따르고, 긴급 상황에서도 정치인들의 입김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기생수가 정치 지도자의 머리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는 자들이 생겨난다. 이들의 생존이란 정의는 폭 넓다. 단지 생명 연장이라는 개념을 넘어 서로 함께 어울리며 존재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희노애락을 공유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생수와 싸운다. 사랑했던 누나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싸우고, 자신을 아꼈던 지인의 죽음에 맞서 싸운다. 기생수와 싸우는 행위는 오히려 생존에 위협이 된다. 그럼에도 “살기위해 싸운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품고 있다.


그리고 이들 틈속에 인간을 배신하고 기생수의 편에 서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반대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봐 두려워 타협한다. 시리즈는 이 두 진영의 결투를 통해 결국 당장의 이익을 위해 주변을 희생시키는 것은 결국 함께 무너지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구에 기생하는 인간, 우리의 선택은 올바른가


픽션이지만 이 안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메시지는 아주 현실적이다. 지구에 기생하는 인간은 과연 지금 올바른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것인가.


생존을 위해 주변 세계를 파괴하며 정복하는 것이 올바른가. 과연 그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길이 맞는가. 아니면 기생수 중 어쩔 수 없이 변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정수인처럼, 자신의 숙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맞는 것인가.


<기생수: 더 그레이>는 화려한 CG로 볼거리도 많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치적인 메시지 또한 적절하게 담아냈기에 더 좋은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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