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는 흥행에 성공해 빠른 속도로 천만 관객 달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무도실무관은 넷플릭스 전세계 흥행 3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나는 두 영화를 모두 보았다. 영화적 재미를 떠나서 올해가 기존 한국 영화산업의 막바지라는 것을 느끼기에 잠시나마 기록해두고자 한다.
우선, 두 영화는 흥미와 재미에 초점을 둔 액션영화이다. 화려한 액션이 주요 볼거리지만 그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베테랑2는 사적 제재를 다루었고, 무도실무관은 사회적 격리가 필요한 범죄자에 대한 자유 그리고 인권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둘 다 가볍지는 않지만 대중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구조를 잘 짰다고 생각한다.
다만, 베테랑2를 보는내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넷플릭스 보는 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보는 느낌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넷플릭스 영화 순위를 보면 팝콘 영상 같은 액션 영화가 상위권에 있다.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와는 동떨어져 있지만, 대중이 그것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영화는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영화 제작 실태는 넷플릭스 시청자를 주 타킷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제품에 특별함이 없으면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데, 유튜브와 숏폼에 익숙한 세대가 과연 영화관에 가야할 이유가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4D로 그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면 더 이상 영화관에 갈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무도실무관을 보는데, 그냥 재밌다는 생각만 들었다. 넷플릭스는 이미 일상에 완전히 스며들었고, 65인치 이상이 티비가 보급화된 지금에는 영화적 체험이 재밌는 스토리 텔링, 무료함을 채울 수 있는 모바일, 티비 콘텐츠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산업은 이처럼 OTT에 후달리고 있는 와중에 베테랑2와 같은 넷플릭스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콘텐츠를 양산하고 더불어 모든 상영관을 몰아주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개봉작을 보는 것에 이끌려 가겠지만, 베테랑2와 무도실무관이 과연 관객과 시청자에게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했을까라는 물음에는 회의적이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이 또한 시대 흐름이다.
얼마 전 에미상에서 쇼군과 베이비 레인디어가 수상을 했다. 쇼군은 18개 부문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두 작품이었다. 베이비 레인디어 연출자이자 주연배우였던 리처드 개드는 수상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영화 산업이 위기라고 하던데, 우리는 여기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훌륭한 스토리텔링만이 살 길입니다.”
이것은 투자자들이 흥행이 예상되는 몇개의 주제와 소재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형태를 꼬집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쇼군은 중세 일본을 다룬 역사물이고, 베이비 레인디어는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스탠딩 코미디언 지망생을 스토킹하는 내용이다. 만약 우리나라 영화투자가는 범죄도시 흥행을 참조해 베테랑도 후속작을 내보자는 제안과 쇼군과 베이비 레인디어 같은 작품을 해보자는 제안 중 무엇을 선택할까. 지금까지 영화관 실적을 보면 전자가 확실하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유성 영화가 등장하면서 사라졌던 무성 영화 배우들처럼 이제는 탈피가 필요하다. 그 방향이 무엇인지 나는 잘모른다. 다만, 영화 관객으로서 오펜하이머와 같은 훌륭한 채험을 하기를 원한다. 오펜하이머는 국내 관객 323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흥행에 성공했다. 무엇이 답일까.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유통망인 영화관은 더이상 콘텐츠 수입 자체로만 승부를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