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본질”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가고자 하는 길에 흔들림 없이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머스크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을 고민한 끝에 에너지와 우주 산업을 선택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믿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가진 자원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본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본질이란 정해진 실체가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 꾸준히 실행하며 보완해야 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경험도, 실패도 모두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많이 읽고, 꾸준히 쓴다. 삶은 유한하다. 그리고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제한적이다. 인간의 숙명은 우물 안 개구리이거나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좁은 우물을 벗어나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 바로 읽고 쓰기다.
읽는다는 것은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쓰는 것은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정제 과정이다. 이 순환을 통해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상승한다. 워렌 버핏은 하루 500페이지를 읽는다고 한다.
두 번째 사업을 해본다. 그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하되, 기존의 편견을 깨거나 자신이 가진 세계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더욱 좋다. 직장인이라면 사이드잡을 시작하고, 학생이라면 작은 사업이라도 해보는 것이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첫 번째 단계인 “쓰기”라도 실천해야 한다. 블로그라도 운영하라. 그렇게 하다 보면 내 재능이 어떻게 대중을 향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 서서히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업의 본질과 대중의 선호.
나는 싫지만 대중이 선호하면 그 길을 따라가라. 그리고 그것이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다시 본질로 돌아와도 된다.
처음에는 나도 반대로 생각했다. 본질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본질이라는 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오만이고, 자만이며, 때로는 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의 선호와 그에 따른 보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곧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차별성에서 시작된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서태지가 떠오른다. 당시 락커들은 댄스와 힙합을 무시하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베이스를 치던 뮤지션 서태지는 미국 문화의 흐름을 읽었고, 국내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두 사람을 데리고 댄스 음악으로 한국을 뒤집었다. 그리고 벌 만큼 벌고, 인지도를 쌓은 뒤 울트라맨이야라는 곡을 발표하며 다시 락커가 되었다.
그는 본질을 배신한 걸까? 아니다. 그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본질을 재정의한 것이다. 본질은 실행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무엇이 될지, 그리고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한때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착각이었다. 내가 무르익을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다.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의 편견과 한계를 부술 수 있는 사이드잡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그 과정은 실패가 익숙해지는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또 쓰고 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