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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게 없다

by 랩기표 labkypy

잘하는 게 없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 그냥 꾸역꾸역할 뿐이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나를 마주하게 되고, 조금 더 나아지자고 다짐한다. ‘더 나은 모습’이란 무엇일까 매번 고민하지만, 그 고민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해서 자괴감에 빠지지는 않는다. 자괴감이란 무너져 내리는 감정이라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밟고 일어서는 성장통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무엇을 향한 성장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굳이 정의하거나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미약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충만한 하루를 만들어 가는 것뿐이다. 이는 어떤 특정한 결과나 유형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일을 얼마나 집중해서 제대로 처리했는가를 되돌아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게 더 현실적이고 심지어 이상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천국을 기대하며 사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내게 허물 같은 것일 뿐,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바라는 것이 없다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보상의 성과가 아닌, 오직 내가 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다. 그것은 불필요한 생각과 행동을 멀리하고, 내게 주어진 소명과 숙명을 따라 최선을 다하면서, 어떤 결과가 오든 감사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이것은 무기력함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바다처럼 포용력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결국 하나의 결과는 곧 과거가 되고, 썩어 사라질 뿐이다. 우리는 다시 오늘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되짚어 보았다. 잘하는 것은 말보다 행동으로 추진하는 힘이고, 못하는 것은 완결성이다. 또 잘하는 것은 거침없이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고, 못하는 것은 깊이와 성찰이다.


잘하는 것은 유지하고, 못하는 것은 끈질기게 이어붙이며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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