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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이라는 착각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by 랩기표 labkypy

민찬은 개척교회 목사였다.

그의 교회는 누추한 동네, 어느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열정이 넘쳤고,

믿음이 충만한 목사에게 주어진 역경은 오히려 감사의 선물 같았다.

어둡던 동네에 기도의 불이 켜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작은 기적들을 보며 민찬은 스스로 감격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찬의 교회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비에 젖은 옷, 낡은 운동화, 무기력한 얼굴.

누구보다 초라한 행색이었지만, 민찬은 그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커피를 건네고 대화를 나누던 중, 문득 그 남자의 발목에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당황한 민찬. 하지만 곧 본분을 되찾고 말한다.

"교회는 원래 죄인이 오는 곳입니다."

그날 오후, 민찬은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남자가 데리고 하원했다는 말.

그 순간, 민찬은 전자발찌를 찬 남자를 떠올린다.

믿음 위에 세운 그의 내면에,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불안이 침투한다.

의심이 움트고, 이성은 흔들린다.

그 남자의 뒤를 밟기 시작한 민찬은 마치 범죄 현장을 목격한 것 같은 장면들과 마주하고,

의심은 더욱 확신처럼 굳어간다.

그리고 결국, 민찬의 편견이 만들어낸 오해는 돌이킬 수 없는 희생으로 이어진다.

그는 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의 계시"라고 확신하며,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도,

죽음을 또 다른 죽음과 거짓으로 덮으려는 시도도,

모두 신의 뜻이라 믿는다.

영화는 묻는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것은 과연 진짜일까?"

그리고 더 깊이 묻는다.

"그 믿음이 가짜라면, 우리는 어떻게 진짜를 구별할 수 있을까?"

믿는 대로 보이기 시작하고,

보이는 대로 믿지 않기 시작할 때,

우리는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가.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인가.

스스로 옳다고 믿는 행위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면,

그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영화는 단순한 종교 비판을 넘어서,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신앙이라는 가면을 쓴 이기심,

그리고 그 끝에 놓인 진실의 왜곡을 냉정하게 조명한다.

결국 대부분의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믿음의 출발이 진리였는지,

아니면 내 이익과 불안,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우리는 스스로 묻게 된다.

진리 위에 세워진 믿음은 거짓 앞에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익 위에 세워진 믿음은 입맛대로 흔들릴 것이다.


https://youtube.com/shorts/NL_ykyLWqQc?si=ajLrdJrksrr-wC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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