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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07. 2024

프렌즈

여러 번 정주행한 미국 시트콤이 있다. 프렌즈. 미국 시트콤, 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프렌즈를 떠올릴 만큼 클래식한 작품이고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10년에 걸쳐 열 개의 시즌이 진행되었다.


당시에 방송을 시청한 사람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느낌이었다고들 한다. 물론 나는 2020년대 들어서야 프렌즈를 처음 봤고, 꽤나 짧은 시간에 전체 시즌을 몰아 봤기 때문에 내가 그들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니카, 레이첼, 피비, 챈들러, 로스, 그리고 조이가 성장하고 살아나가는 걸 20년쯤 지난 미래에서, 그러나 20여년 전 그들의 바로 옆에서 구경하며 같이 울고 웃었다.


프렌즈의 첫 시즌에서 여섯 주인공들의 나이는 스물 넷, 스물 다섯, 스물 여섯이다. 후반 시즌들에서야, 그러니까 시즌 8, 9, 10이 되어서야, 다시 말하면 주인공등이 삼십 대 초반이 되면, 그들의 커리어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기 시작한다. 초반 시즌들의 친구들은 꽤 자주 방황하고 꽤 자주 실패한다.


나는 스물 넷이다.

아, 나 아직 시즌 1을 살아가는 중이구나,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뒤쳐지는 것 같을 때마다 프렌즈의 주인공들이 시즌 1에서 어땠는지, 그 이후로 아홉 개의 시즌을 거치며 그들이 얼마나 많은 커리어의 변화와 인간관계의 변화를 겪는지 생각한다.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을 찾고 그만두고, 열 개의 시즌을 지나며 등장인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가 찾아왔던가. 지금 내가 만드는 선택이 영원히 나를따라다닐 것 같고 지금 이 모습의 인생이 영원할 것 같아도 사실 나는 아직 시즌 1을 살아가는 중일 뿐이고 내 앞에는 엄청난 변화들과 우여곡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아, 나 아직 시즌 1을 살아가는 중이구나, 그러니까 아직은 많이 돌아가도 괜찮구나, 전혀 조급해 할 필요 없겠구나, 하고 나를 끊임없이 안심시키고 이제 시작이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게 또 오늘을 쌓아서 내 시즌 1을 완성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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