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알바생이 알아두면 좋을 `회복탄력성’
EP1. 유리멘탈이 뭐 어때서- 회복탄력성이란?
그런 말이 있다. 유리 멘탈, 두부 멘탈, 개복치 멘탈. 주로 주위의 상황 혹은 사람들로 인해 쉽게 상처받거나 깨지는 등 약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에게 따라다니는 단어들이다. “넌 너무 멘탈이 약해”, “넌 그런 약해 빠진 멘탈로 뭘 하려고 하니?” 등 사소한 일에도 신경 쓰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유리 멘탈의 소유자로서, 초보 알바생 시절부터 프로알바러가 된 최근까지도 나는 내 멘탈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손님이 조금이라도 불만을 표시하면 내가 잘못한 것 같아 자책하고, 사장님이 단순히 피곤해서 한 말에도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울적해졌다. 이런 날들은 반복되었고, 나는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나약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알바를 하며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멘탈의 강직도가 아니라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을. 멘탈이 강하다는 것은 단단하고 깨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의 모든 충격을 완벽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너무 단단한 것은 쉽게 부러지기 마련이다. 반면, 회복탄력성은 어떤 충격이 오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그 과정을 통해더 강해질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내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통해 배울 점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인가?
회복탄력성 (Resilience), 어러움이나 역경에 처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마치 휘어진 대나무가 다시 곧게 펴지는 것처럼, 우리도 상처받은 후 다시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멘탈이 약하거나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알바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처음 해보는 일,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겪는 문제 상황에 말 그대로 멘탈이 나가버려 무너질 것만 같은 그런 순간. 물론 그런 순간마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일, 특히 고통에 대한 내성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하면, 내가 사장이지 알바게요?
수많은 알바를 하며, 이 문장 하나가 나를 살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첫 알바를 시작했을 때, 나의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딱 하나였다. ‘나는 왜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 할까?’ 당연하다. 처음 해보는 거였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의미가 없는 잡념일 뿐이었다.
하루는 피자가게에서 주문이 밀려 하나도 정신이 없었는데, 5개의 배달 주문 건이 모두 같은 모양의 포장 봉투에 담겨 서로 엉키는 일이 있었다. 피자 메뉴를 외우기도 전이었는데, 각기 다른 곳으로 배달을 가야 하는 피자 5판이 다 똑같은 봉투에 담겨 있으니 자칫하면 배달 오류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주문은 밀려들어오는데, 포장 담당은 나 혼자였으니 울기 직전이었다. 그리 큰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때, 내 울상인 얼굴을 보고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헐, 너무 헷갈리겠는데? 이건 나도 헷갈려 ㅋㅋㅋ”
이러고선 하나하나 열어보고 확인하여 배달 영수증을 붙여주는 사장님을 보고 난 후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날 사장님의 말과 행동은 마치 내 머릿속을 두드리는 망치 같았다.
헷갈릴 수 있다
이 말이 이토록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사장님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문제를 해결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문제의 크기는 내 멘탈의 강직도와는 상관없다는 것. 중요한 건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그 상황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그 이후로도 비슷한 실수는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피자 토핑순서를 잘못 외우거나, 배달 주소를 틀리게 입력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이걸 또 실수하지?”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사장인 나보다 네가 더 잘하면 네가 사장해야지.” 이 문장이 나에게 작은 방패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실수를 만회하려고 애쓰는 나의 태도가 점점 더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처음 겪어보는 일에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는 모든 초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첫째,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기
-이는 자기 수용(Self-Acceptance)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실수를 내 결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성장의 기회로 삼는 태도는 자기 비난을 줄이고, 실수를 통해 배우려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강화시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수는 당연한 거다. 실수 한 번 했다고 잘리지 않는다.
둘째, 힘들다고 내색하기.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특히 혼자 짊어가고 가면 버거울 수도 있는 고민도, 친구, 가족, 동료의 지지를 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기와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건 결코 약해서가 아니라 더 강해지기 위해 솔직해지는 과정임을 잊지 말자.
셋째, 과대 해석하지 않기
-인지적 왜곡(Cognitive Distortions)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과대 해석은 사소한 문제를 크게 받아들이게 만들어 불안과 스트레스를 키울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내 모든 걸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현실 검증(Reality Testing)과 마음 챙김(Mindfulness)의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멘탈이 강해지지 않는 것처럼, 깨진 멘탈을 완벽하게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깨진 유리 파편을 손에 계속 쥐고 있다가는, 박힌 파편에 또 찔리며 상처투성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린 멘탈을 갈아끼우면서 살아가는 것(일명 일회용 멘탈)도 하나의 방법으로 택할 수 있다. 세상엔 완벽하게 단단한 것도, 사람도 없다. 그러니 멘탈이 깨진다는 것에 자괴감을 가지지 말자. 어차피 누구든 한 번은 무너지고, 깨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