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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결혼

<결혼은 두려운 것이다.>

언니, 어떤 사람이랑 결혼해야 해요?
결혼할 사람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어요?
남자 친구는 정말 좋은데, 이런 점 때문에 결혼이 너무 망설여져요. 
이 남자랑 결혼해도 괜찮을까요?
요즘 남자 친구랑 엄청 싸워요.
결혼하면 더 싸운다는데 괜찮을까요?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시댁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던데,
솔직히 그게 제일 겁나요.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20대에, 30대에 내가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기도 했다. 



누군가 20대의 나에게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었다. 이상형이라... 그 당시 나는 아직 나도 나를 모르겠고, 나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나의 배우자는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약간은 허상 같았다.


그럼에도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같은 답을 하곤 했다.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요.”

이것은 배우가가 될 이상형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의 이상형,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했다. (요즘 유행하는 추앙이라는 말을 그때 알았다면 "제가 추앙할 수 있는 사람이요."라고 그럴듯하게 말했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럼 질문한 사람은 답한다.

“아이고~ 결혼하기 어렵겠구만! 어떻게 남편을 존경할 수가 있어? 허허”

공기가 반쯤 섞여서 내뱉은 한숨에 섞여 나오는 소리다. 세상 물정 모른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대부분 이런 질문과 반응은 결혼한 선배들에게서 나온다.


결혼을 하게 되니 질문도, 질문하는 사람도 달라졌다.

“언니, 어떤 사람이랑 결혼해야 해요?”

이 질문에도 답은 한결같다.

“좋은 사람. 좋은 남자 말고, 좋은 사람. 

질문한 후배는 한숨을 내쉰다.

"좋은 사람은 어떻게 만날 수 있어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애쓰면, 자연스레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좋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돼.”




후배들의 두려움과 불안 가득한 질문들에 대답을 하려면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나와 남편의 이야기를 꺼내놓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마구마구 쏟아낼 예정이다.


부디 이 이야기들이 결혼과 결혼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의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가장 고민이 많은, 나를 찾아가야 하는 풍파를 겪는 시기에 한국의 결혼문화(?)까지 짐을 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이유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더 큰 이유가 있지만 그건 나중에 공개하기로 한다.


우리 부부는 2013년 12월에 결혼을 했다. 

9년 차 부부이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 

아이도 키우지 않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도 키우지 않는다.

나는 만 40세(82년생)고, 남편은 만 43세(79년생)다.


고백하자면, 나는 결혼 예찬론자이다. 

인생에서 최고로 잘 한 선택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 사람과 결혼을 결심한 것이고, 결혼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거다.


결혼 후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질문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에서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로 바뀌어 있다.


이 질문들로 <아무튼, 결혼>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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