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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보다 더 과대평가해 주는
한 사람.

당신은 꽃이에요.

상처 나고 모난 나를 나는 잘 아는데, 자꾸 꽃이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다. 꽃인 줄 알고 자랐고, 더 자라서 어른이 되면 꽃을 피울 줄 알았는데 아무 꽃도 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풀인 줄 알았다. 아니지, 나는 가시가 많으니까 선인장으로 해야겠다.


그런데 이 사람이 자꾸 당신은 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에요. 우리 아빠도, 엄마도 어린 나에게 꽃이라고 이야기해줬는데, 다 자란 나는 꽃을 피우지 못했어요. 나는 꽃이 아니에요. 그냥 선인장이에요." 그래도 이 사람은 자꾸 나에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라고 한다. 나 진짜 꽃인가? 이제 좀 헷갈린다.


누군가가 나를 실제의 나보다 좋게 말하면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그럼 꽃을 피워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이내 마음에 꽃망울 하나가 피어오른다. 꽃망울이 생기니 예쁜 색을 가진 꽃을 피우고 싶고, 좋은 향을 내고 싶어졌다.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두고 물도 주고 잘 가꾸고 싶어졌다. 


예쁜 꽃망울을 피우고, 좋은 향을 풍기는 꽃이 되어서 소중한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졌다.


브런치 작가 신청한 날, 당신은 당연히 합격할거라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축하한다고 사온 꽃다발 




"저 사람 진짜 멋지다."   

"당신은 더 멋져요."


"나 이거 해볼까? 잘할 수 있을까?"

"당신은 무조건 잘하지. 당신이니까."


"나는 언제 성공할 수 있을까?"

"당신은 이미 성공했어요."


"인스타랑 유튜브, 브런치 구독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 신기해."

"역시, 사람들도 당신을 알아보는 군... 나는 그럴 줄 알았어." 


"여보 혹시, 아빠세요. 나 키우는 거예요?"

"응! 내가 당신 잘 키워볼게요."

"아... 잘 커서 나중에 효도할게요."




나도 믿지 못하는 나를 믿어주고, 나도 의심하는 내 미래를 믿어주는 한 사람. 나도 모르는 내 표정을 살펴봐주고, 내 장점이라는 씨앗을 발견해준 한 사람. 그 씨앗을 심고, 꽃을 피웠더니 나는 그럴 줄 알았다며 놀라지 않는 한 사람. 


돌이켜보면 부모님 아래에 자랄 때는 부모님이 끊임없이 이런 말들을 들려줬는데,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었더니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졌다. 나는 아직 그런 말들이 필요한 꽃을 피우지 못한 선인장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어린 나에게 부모님이 해줬던 이야기를, 어른이인 나에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 사람이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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