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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A Mar 19. 2024

김남주와 윤동준

자식이 부럽다는 엄마

 김남주가 유퀴즈에 출연해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불우했던 유년과 그로 인해 강제로 치열해야만 했던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남편이 아이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와 동시에 부러운 감정이 들었노라 고백했다.

 

 언젠가 엄마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어느날 문득 아빠가 말하기를 JY(외손주)가 참 부럽다고 하시더라고.

아빠가 살아온 궤적을 세세히 알기 어려우나 할머니나 작은 아버지의 전언에 의하면 그시대 많은 남자들이 그러했듯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난

내 아버지는 퍽이나 불운했던 것 같다.

물질적 가난보다는 평안하지 않은 가정사로 마음이 더 빈곤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할지 모르겠다.

시골에서 공부를 꽤 잘 했었지만 마도로스 할아버지는 밖으로 나돌기 일쑤였고

남들에게만 인심이 후했던 분이라 아버지가 학업을 이어가는 것조차 탐탁지 않게 여기셨던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없는 것과 다름 없는 가장의 방치 속에서 억척스런 어머니와 본인의 소소한 돈벌이로 성인이 될 때까지 줄줄이 딸린 동생들의 생계까지 꾸렸다.

가끔 아빠를 보면 해탈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가끔은 의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고 나면 어떤 이는 억척스럽고 독한 사람이 되겠지만

또 다른 이는 아빠처럼 어느정도는 체념한 채로 하루 하루를 그저 살아내는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아빠에게 있어 환갑에 생긴 외손주에게는 어디 내놓아도 딱히 빠질 것 없는 부모와 오롯이 손주의 양육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양가 조부모기 있었다.

어디에 가도 어느 순간에도 사랑받는 아이는 구김살 없이 잘 자랐고 앞으로도 무탈할 아니 꽤 괘찮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장애물이 없는 삶, 부모와 가족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는 외손주의 존재가 아빠는 부럽고 또 감사했을 것이다.


 아빠는 요즘 우리집에 오셔서 손주 학교, 학원 라이드를 돕고 계신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딱히 별볼일 없지만 당신에게는 거의 유일한 자랑인 딸내미가 고생할까봐 또 엄마의 부재로 인해 손주들이 혹시나 결핍을 느낄까봐

나의 부모는 내 빈자리를 대신해 온전히 그리고 촘촘히 메우고 있다.

바쁘다는 변명으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버지의 느꼈을 결핍에 대해 마음을 쓰지 못했지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은 늘 있었다.

무뚝뚝한 성미는 자라서도 바뀌지 않아 표현도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늘 계셨던 그 자리에 때로는 해탈한 것처럼 어쩌면 체념한 사람처럼 단단히 서있던 아빠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어디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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