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 2년간 겪은 뼈아픈 실수, 깨달음과 다짐
일이 뜻대로 잘 안 풀린다. 지난 1년간 성과 지표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성장이 없지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 자금은 소진되어 가고, 시간은 점점 나의 편이 아닌 느낌이 드는데 승전보가 될만한 결과는 아직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매일같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를 되뇌어본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몇 가지 깨달은 점들이 있다. 제품과 사람 둘로 나누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글에서는 사람에 대해서 깨달은 점들을 다뤄보려고 한다.
요즘은 무엇인 확실한 명제이고,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부족하기에 (이것도 단편적인 깨달음일 수 있기에), 이게 정답이라기보다는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것 정도로 해두겠다.
다시는 적절한 역량과 모티베이션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지 않겠다.
초기 단계 회사의 특성 상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사람은 부족하다 보니 지금 당장 역량과 모티베이션이 부족하더라도 일을 맡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종류의 일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자유와 책임, 자율성과 같은 것은 그것을 누릴 역량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크레딧이 없다면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서는 안된다. 이 경우에는 결과가 좋게 나올 리 없기 때문에 팀에 해가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의 에너지도 더 소모하게 되며, 심지어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도 부담을 더 느낄 뿐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
물론 크레딧을 잘 쌓았다면, 적절한 권한과 역할을 줘야 한다.
다시는 책임감 없는 사람에게, 다음 기회를 주지 않겠다.
특정 태스크를 대충 완료한 것만으로는 끝난 게 아니다. 팀은 각자에게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각자의 역할에서 책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의 결과물이 탁월한 수준에 도달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그 결과물이 성과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그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제품이 출시되었다면 출시 시점부터 사용자 반응은 어떤지 살피고, 가설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사용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냥 출시한 것만으로 바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결과물이 목표지점에 도달할 때까지를 자신의 역할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단순 업무수행의 완료로 자신의 역할이 끝난다. 후자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이런 낮은 수준의 스탠다드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함으로써 대체로 해가 된다.
매니저 없이 스스로 판단 기준을 갖추지 못한 주니어 팀원을 채용하지 않겠다
’드물게‘ 스스로 셀프 매니징이 가능한 주니어 팀원들이 있을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이는 정말 ‘드물다'. (이런 사람은 정말 귀하게 대해야 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적정 수준의 기준치와 피드백을 줄 매니저 혹은 매니저 역할을 겸할 시니어가 필요하다.
다시는 내가 직접 케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매니저 없이 주니어를 채용하지 않겠다.
피드백 없이 성장은 없다. 불편하더라도 피드백은 해야 한다.
셀프 피드백 습관이 잘 들어있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피드백이 없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없다. 불편하더라도 전해야 할 말은 전해야 한다. 우리를 위해, 그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상대방이 스스로 깨달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전해야 할 말을 전하지 못한다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용기를 내야한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리더로서 미숙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고, 이 미숙한 점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결국 사람을 잘 써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사람을 잘 쓰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결국 리더의 잘못이다.
정리하면서 깨달은 점은, 내가 사람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의 시작점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마음속에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들겠지',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스스로 배우겠지',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지'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양면적으로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서운함 사이에서 사람들을 점점 더 멀리 하면서도, 이러한 기대들이 깨지는 것을 보기가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낙관적 기본 가정이 여러 조건들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발현된다는 것을, 그 경우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희박하고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낙관적인 기대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상과 환상 속에서 살던 돈키호테가 거울 속에서 스스로 작은 실제 모습을 보게 된 것처럼, 나도 거울을 보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사람들을 탓하지 말자. 사람들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나의 인식과 적절하게 사람들을 다루지 못했던 문제였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